경기도민 공공기관 평가 제도, 개인정보 수집 위법 논란

경기도, 작년 4개 기관 책임계약
고득점 기관 증원 등 인센티브

직원 지인 이름·전화번호 취합
부서·영업점 실적 할당 사례도
노조 “보여주기식 정책 도입 탓”
경기도 “행위 잘못…제도와 무관”

▲ 경기도청사 전경.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가 도민들이 직접 공공기관의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애초 취지와 다르게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심지어 일부 공공기관은 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민원인 개인정보까지 취합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경제과학진흥원·신용보증재단·주택도시공사·문화재단과 책임계약을 맺으며 이 제도를 도입했다.

2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와 지난해 책임계약을 맺은 4개 기관은 지난 1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평가받고 있다. 평가는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기관 1곳, 잘했다고 판단되는 사업 2개 이상을 고른 뒤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해 인증하면 된다. 하루에 한 번씩 참여할 수 있다. 도는 여기서 탁월한 점수를 받은 기관에 특별 증원 등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다.

그러나 도민들이 직접 평가하도록 한 제도 취지와 다르게 기관 직원들과 지인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위법 여지가 있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A기관은 지난 23일 30여개 거래처 부서에 담당자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어 엑셀 파일로 달라고 메일을 통해 공지했다. 그 결과 A기관은 490여개 이상의 개인정보를 취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A기관은 이미 정보 제공에 동의한 자들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A기관 관계자는 “책임계약 평가가 진행 중이니깐 투표 독려 차원에서 안내 문자를 보내기 위해 취합한 것”이라며 “처음에 개인정보를 받을 때 동의한 사람에 한해 정보를 취합한 것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기관은 본점 부서들을 비롯해 다른 영업점 직원 수에 따라 권장 목표치, 자율목표를 할당해 관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B기관은 지난 22일부터 평가가 끝나는 5월6일까지 매일 실적을 적을 수 있도록 표로 만들어놨다. 본보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부서 직원 14, 권장목표 42, 자율목표 42 등 내용이 담겼다.

B기관은 “관련 자료를 관리 중인 게 사실이지만, 강제나 의무가 아니다”며 “도에서 특별 증원 등 인센티브를 얘기했기에 기관 입장에선 어쨌든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은 도의 잘못된 정책으로 기관들이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관노조총연맹 관계자는 “김 지사가 보여주기식 정책을 도입하는 바람에 기관들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며 “도가 행정력 낭비도 모자라 직원들이 위법행위를 하게끔 몰아세운 꼴”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기관들이 잘못 운용한다면 그 행위가 잘못된 것이지 제도 자체가 잘못된 건 없다”며 “변경 없이 계획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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