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대피 돕는 '라이트라인'… 화재 현장에선 무용지물
열 약한 PVC 소재에 성능 ‘부실’
수량도 적어… 소방대원 목숨 위험
소방청 “성능 보강하고 추가 보급”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생명줄’인 라이트라인이 성능이 떨어져 현장에서 무용지물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마저도 개수가 턱없이 부족해 소방관의 사망사고가 반복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일 소방청에 따르면 라이트라인은 화재 현장 등 위급한 상황에서 연기로 인해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신속한 대피를 위해 길을 밝히는 장비다.
문제는 라이트라인의 성능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PVC(플라스틱)으로 된 라이트라인이 견딜 수 있는 내열성 한계는 70도에서 125도에 불과하며 녹을 경우 변형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화염이 치솟는 현장에서 길을 찾을 때 써야 하는 장비인데, 정작 화재 현장에선 쓸 수 없는 셈이다.
또한 선이 조금이라도 꼬일 경우 제대로 된 작동이 불가능하다. 도내 한 소방관은 “지하실 같이 시야 확보가 힘든 곳에 불이 나면 라이트라인을 필수로 챙기는데 긴급한 상황에서 두꺼운 소방장갑을 끼고 선을 풀다보면 꼬이는 게 다반사”라며 “조금만 꼬여도 불빛이 보이지 않아 애를 먹어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화재 현장에 투입될 때 연기로 인해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는 건 한 순간이라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경기지역 소방대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라이트라인은 320개에 불과하다. 지난 2022년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3명이 현장에서 숨졌는데, 이 당시에도 라이트라인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라이트라인의 성능이 떨어지면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며 기술을 보강해 라이트라인이 현장에서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시 화염의 온도는 2천도가 넘는데, 고작 100도를 견디지 못하는 라이트라인이 어떻게 소방관의 생명줄이 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700도까지 견딜 수 있는 구조용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500도를 견딜 수 있는 방화복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열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라이트라인은 불길을 어느 정도 잡은 후 소방관의 대피를 위해 사용해 큰 내열성이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내년에 성능 문제를 보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이트라인의 수가 적은 것을 알고 있으며 올해 경기도에 50개를 추가 보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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