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만 보면 제가 죽일 놈 돼 있어, 장인어른에 고개도 못 들겠다"

김예리 기자 2023. 3. 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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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타워크레인 노동자 위험작업·사망사고 현실 증언
"원희룡 타워크레인 같이 타보자, 대화 거부하는 것 누구인가"
심상정 의원 "건설사 수사 안하나, 구조 개혁은 어딨나"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10년 10월 서울 마포구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건설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공사 중 타워 기사님이 돌아가셨습니다. 타워크레인을 연결하는 핀이 부러져 (양팔 격인) 지브가 추락하고, 그 반동에 타워 기사가 본체 운전석을 뚫고 추락하셨습니다. 10초 정도 창틀에 매달려 계시다 흔들림에 의해 떨어지신 겁니다. 저는 아직도 그 공포심을 가지고 일합니다. (…) 지금 와서 신문들은 저희가 '건폭'이랍니다. 불법을 근절하겠다고 하니 이 자체를 불법으로 매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황옥룡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부지부장)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건설사 요구로 무리한 작업을 하다 동료가 숨지거나 다치는 현실을 증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21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규정하고 노조의 '월례비' 거부 입장에 처벌 방침을 내놓은 데 현장 상황을 들어 반박했다. 국토부 담당자는 “노조의 불법만 문제 삼는다는 건 오해”라고 답변하면서 좌중에선 헛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정의당 이은주심상정 국회의원은 2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건설현장의 공기 단축을 위한 성과금

정의당 이은주심상정 국회의원은 2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건설현장의 공기 단축을 위한 성과금 '월례비' 관행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20년 경력의 타워크레인 노동자인 황옥룡 부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내 목숨을 좌우하는 타워의 이상징후를 기사들이 확인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를 불법태업이라 한다. 전국 3000~5000명의 타워 기사들은 언론의 매도에 허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그는 “10년 전 타워크레인 사고 이후 모든 기사들이 흰 매직펜으로 핀과 볼트를 칠하고 올라가며 내려가며 확인한다”고도 했다.

국토부가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15가지 불성실 업무 유형'을 면허 정지 사유로 발표한 데 대한 반응이다. 발표된 기준을 보면 △모터소리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작업 중단 △순간풍속이 기준치 넘었다는 이유로 원청 승인 없이 조종석 이탈 등 행위가 포함됐다.

앞서 정부는 성과금(월례비) 관행을 노조의 대표적 '건설현장 폭력행위'라며 기획수사에 나섰다. 이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월례비 근절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건설사가 요구해왔던 위험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터다.

▲2010년 10월6일 서울 서교동 GS건설 자이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4호기의 지브가 뒤집히면서 4호기 기사가 사망하고, 외벽 작업을 하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다. 자이는 완공 뒤 이후 메세나폴리스로 이름이 변경됐다. 사진=민주노총 건설노조

황 부지부장은 “그런 사고 나면 거기 정책을 정하신 분을 한번 데리고 올라와 직접 운전석에 앉혀서 같이 해보고 싶다”며 “우리 국토부에서 노동자 실정을 모르니까 안타까워 정말 울고 싶다”고 했다. 이어 “언론의 보도를 들어보면 제가 죽일 놈이 돼 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마저 제게 '나쁜 거 아니냐'고 하는데 고개를 못 들겠다”고 했다.

그는 타워 노동자들이 성과금(월례비)를 받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출근 첫날 단종(철근콘크리트 등 전문건설업체) 소장과 철근콘크리트협회와 미팅을 한다. 현장 공정과 공기(공사기간)을 얘기하며 타워크레인이 위험한 작업, 기상 악화 시 작업, 타워 외 장비로 할 일을 해달라며 금전적 보상하겠다고 얘기한다. 그게 월례비다.”

황 부지부장은 “노동조합에서는 안전하게 일하자며 2018년에 건설사에 월례비 근절을 요구했다. 월례비를 달라는 기사가 있으면 고발하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건설사는 한 번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월례비를 이유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기지부만 550명 가운데 70명”이라고 했다.

정민호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에 내몰리는 상황에 정부가 '불법태업' 규정으로 위험 작업을 강요하고 나섰다고 했다.

▲정의당 이은주심상정 국회의원은 2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건설현장의 공기 단축을 위한 성과금 '월례비' 관행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정 위원장은 “16일 인천 계양에서 난 바람에 의한 사고는 운전자가 사망할 수도 있었다. 이 조종사가 대형거푸집 비닐에 바람이 통하도록 구멍을 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거부됐다”며 “작년에도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첫 출근에서 타워를 올라가다 추락사했다. 눈과 비가 오면 사다리는 엄청나게 미끄럽다”고 했다. 이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사망 위험에 대해 얘기해도 얘기가 되지 않고, 이 정부는 듣지 않는다.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이 행정부처의 임의 지침으로 무력화된 셈”이라고 했다.

정 분과위원장은 “'월례비' 없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정 공사 기관과 공사비 책정이 필요하다. 건설 현장의 공사 기간을 처음부터 늘려야 하고 공사 금액 또한 조정해야 한다”며 “현장의 건설사들이 타워크레인에 작업 지시를 직접 해야 한다면 직접 고용하면 된다. 원청 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인 단종, 타워크레인 임대사와 노동조합이 자리를 마련해 논의해야 한다. 이 자리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인영 한국노충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경기지역본부장도 국토부를 향해 “솔직히 말해 건설협회와 양대 노조, 그리고 국토부 이렇게 면담이라고 한 번 잡아보셨느냐”며 “그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거기서 모든 해법이 나와야 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다 같이 살 수 있을지 길을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장우철 국토부 건설정책과 과장은 토론에서 노조 겨냥 수사라는 지적에 “오해”라고 일축했다. “우리 정부에서 지금 노조의 불법 행위만을 문제 삼고 있다는 건 정말 오해”라며 “노사 양측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고 정말 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선 발언을 듣던 일부 건설노동자들의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정부가 '건폭' 단속을 선포하고 나선 뒤 건설노조를 상대로 경찰의 기획수사가 진행중이다. 경찰은 기획수사 과정에서 건설사 측 불법행위에 대한 주장을 인지했을 때 수사하지 않았으며, 향후 수사 계획이 없다고 밝혀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그는 “노사 양측의 불법 행위가 계속해서 지속된다면 우리 건설업계와 건설 근로자들은 누구로부터도 지지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떻게 새로운 게임의 구조를 개선할지 앞으로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심상정 의원은 국토부와 건설협회 측 발언을 들은 뒤 “건설사 쪽에서도 (월례비를 이유로) 수사받는 데가 있느냐”고 물었다. '모른다', '없다'는 답이 나오자 “지금 국토부가 건설 분야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면서 주로 건설노조 측에 대한 비리와 대책, 그리고 언론의 공격 이렇게 가고 있다”며 “그 점에서 분명한 국토부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심 의원은 “국토부는 문제가 나타나면 근원적 구조 개혁을 법적,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주 임무인데 원희룡 장관이 여기저기 다니며 하는 일은 수시가관, 사정당국처럼 행동한다”며 “이 상황을 만든 다단계 하청 구조나 최저가 낙찰 등 병폐들엔 아무 얘기가 없다. 국토부가 법제도 개혁안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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