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고척 삼성전에서 안치홍이 3-2로 앞선 8회 백정현의 141km 직구를 받아쳐 중앙 담장을 훌쩍 넘기는 쐐기 솔로홈런을 날렸다. 지난해 9월 16일 이후 221일 만에 나온 홈런이었고, 올 시즌 마수걸이였다.
1회 중전안타, 4회 좌익수 2루타에 이어 4타수 3안타 1홈런, 이날 안치홍은 흡사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은 듯했다. 그 전성기 시절에 분명 같은 유니폼을 입었을 법한 팬들이 있다는 게 한화 팬들에게는 씁쓸한 대목이다.
한화에서의 2년, 72억짜리 악몽

2023년 시즌 후 안치홍은 한화와 4+2년 최대 72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첫해인 2024시즌에는 128경기 타율 0.300, 13홈런, 66타점으로 충분히 제 몫을 해줬다. 그런데 2025시즌이 문제였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이 겹쳤고, 1군 엔트리 말소만 네 번이 반복됐다.

최종 성적은 66경기 타율 0.172(174타수 30안타) 2홈런 18타점 OPS 0.475. 한화가 19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던 그해, 안치홍은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쓸쓸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한화가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그를 제외했고, 키움이 전체 1순위로 그를 낚아챘다. 4억 원의 양도금과 잔여 연봉을 부담하면서까지 데려간 것이다.
위기의식이 만든 반등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반응의 공통점은 하나다. "한화에 있었으면 이렇게 못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안치홍 본인도 이적 직후 "제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라며 솔직하게 털어놨고, "절실하게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부진에 대해서는 "1년 내내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즌"이라며 말을 아꼈다. 팬들이 지적하는 살 문제도 실제로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몸을 만들어 나타난 안치홍은 스윙 스피드부터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움에서도 처음부터 주전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었다. 설종진 감독은 캠프에서 "특정 선수의 주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고, 안치홍은 3루까지 새롭게 연습하며 자리를 만들어 나갔다. 그 경쟁이 지금의 안치홍을 만들었다는 게 팬들의 시각이다.
한화는 배동현까지 줬다

이 대목에서 한화 팬들이 더 아프게 느끼는 이유가 있다. 안치홍 하나가 아니라 배동현까지 같은 2차 드래프트로 키움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한화 퓨처스에서 ERA 0.30을 찍고도 1군 기회를 못 받던 배동현이 키움 가서 올 시즌 5경기 3승 무패 ERA 2.61로 리그 다승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장면을 보면, 한화 팬들 입장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안치홍과 배동현 둘 다 한화에서 버려지다시피 나간 선수들이고, 둘 다 키움에서 팀의 핵심으로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