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부가 이보다 더 좋은 적은 없었다”

‘K-뷰티’의 부활과 화장품 과학

[글] 유익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편집] 윤신영 기자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최근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는 단연 ‘케이뷰티(K-뷰티, 한국 화장품)’의 화려한 부활이다. 한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 속에 주춤했던 K-뷰티가 이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첨단 화장품 과학으로 무장한 한국의 '인디 브랜드'들이 있다. 인디 브랜드는 창업자의 독자적인 운영과 새로운 가치관, 차별화된 콘셉트로 시장을 점유해 나가고 있다. 특히 뷰티 편집숍, 온라인 채널,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바짝 다가가는 특징이 있다.


|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는 K-뷰티
지난해 말,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외교적 성과와 별도로, 예상치 못한 뷰티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과 특별 보좌관 마고 마틴(Margo Martin)이 경주의 한 화장품 매장을 방문하고 찍은 인증샷이 화제가 됐다.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인재였던 그들은 한국의 인디 브랜드 화장품을 구매한 뒤 소셜미디어(SNS)에 “’K-화장품’을 바른 내 피부가 이보다 더 좋은 적은 없었다(My skin has never been better)”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들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메디큐브 모공 패드, 조선미녀 클렌징 오일, 토리든 세럼, 리들샷 등은 대표적인 인디 브랜드 제품들이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250만 명 보유한 레빗 대변인의 소위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제품 후기는 단순한 인증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K-뷰티의 위력을 각인시켰다. 레빗 대변인의 팔로워들이 우리 인디 브랜드 화장품을 몇 개씩만 사도 1000만 개 이상이 판매돼 엄청난 매출이 발생한다. K-뷰티가 틈새 시장이 아닌 글로벌 메인 스트림이 되었다는 뜻이다.


| 인디 브랜드의 저력: 빠르고, 과학적이며, 가성비가 높다
과거에는 K-뷰티가 대형 브랜드의 스킨케어 위주였다면, 지금은 참신하고 가성비가 좋은 인디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 초고속 트렌드 반영: 소비자들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파악해, 수개월 내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 핵심 성분 중심의 피부 과학: 단순히 화장품을 바르는 것을 넘어, 어떤 성분이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노화를 막는지에 집중한다.
  • 높은 가성비: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제품력에 집중해 합리적인 가격에 고기능성 제품을 제공한다.

이런 인디 브랜드들은 ‘클린 뷰티(clean beauty, 환경을 중요시하는 화장품)’, 고보습, 한방 등 명확한 콘셉트를 내세워 미국 아마존 이커머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효능으로 입증된 화장품 과학
K-뷰티의 부활은 과학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한국의 화장품 연구원들은 글로벌 대기업의 명성에 위축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로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R&D) 저력을 입증했다. 코스맥스 등 연구 개발 중심의 제조사들이 세계화장품학회(IFSCC)에서 본상을 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림 1).

[그림 1] K-뷰티의 부활은 과학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피부 장벽 강화, 슬로우 에이징, 바이오 기술과의 융합으로 뛰어난 제품력을 선보였다.
  • 피부 장벽 강화(barrier-first): 단순히 수분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피부 본연의 장벽을 강화하는 세라마이드, 판테놀 등의 성분을 고농축해 사용한다.
  • 슬로우 에이징(slow-aging): 20~30대부터 미리 노화를 관리하는 웰에이징 트렌드에 맞춰 기능성 레티놀이나 펩타이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 바이오 기술과 융합: PDRN(연어 DNA 파편) 같은 첨단 바이오 소재를 화장품에 도입해 피부 재생 효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 인디 브랜드의 대표적 성공사례
인디 브랜드는 독립 프로덕션, 자영, 개인, 경영을 뜻하는 인디(indie)에서 온 단어다. 설립자의 독립적인 운영과, 명확한 신념 및 가치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콘셉트를 지닌 브랜드를 말한다. 인디 브랜드는 뷰티 편집숍, 온라인 채널, 팝업 스토어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바짝 다가가는 특징이 있다. 대한민국 인디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소개한다. 이 밖에도 성공한 인디 브랜드들이 많이 있다 (그림 2).

[그림 2] 인디 브랜드는 설립자의 독립적인 운영과, 명확한 신념 및 가치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콘셉트를 지닌 브랜드다. 여기에 화장품 과학이 결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1. 아누아(Anua)
K-뷰티가 세계인의 화장법을 바꾸고 있다. 한국인들이 자외선 차단에 공을 들인다는 것을 알게 되자, 선크림을 사용한 뒤 비누나 클렌징폼만 사용하던 이들이 한국인의 이중 세안법을 알고 클렌징 습관까지 따라 하고 있다. 이들을 변화시킨 것이 K-뷰티 브랜드 ‘아누아’다. 오일 타입의 클렌징 제품은 색조 화장품과 피지를 녹여 화장을 지워낸다. 세정력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며 알려지기 시작한 아누아 클렌징 오일의 영상은 전 세계인 6400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만 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아누아는 매출의 8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외국인들에게는 인지도가 높다. 주 콘셉트 원료로 어성초의 꽃, 잎, 줄기를 추출한 제품이 주력으로, 진정, 보습 효과를 통한 피부결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어성초 추출물에는 세포 염증반응 유발인자인 핵인자 카파비(NF-kB)를 차단해 염증을 완화하는 플라보노이드 계열 화합물인 퀘르시트린(Quercitrin)과 퀘르세틴(Quercetin) 등이 다량 함유돼, 염증과 피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또 정유(에센셜 오일) 성분으로 강력한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는 데카노일 아세트알데히드(Decanoyl acetaldehyde)와 메틸 노닐 케톤(Methyl nonyl ketone) 화합물은 어성초 고유의 향을 내며, 화농균이나 포도상구균, 여드름균을 억제해 트러블성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4년 전 200억 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은 3년 만에 4278억 원을 돌파했다. 2024년 인디 브랜드 매출 1위로 올라섰고, 이제는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이 됐다.

2. 메디큐브(Medicube)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홈 뷰티 디바이스로 출발한 인디 브랜드다. 전문적인 피부 관리를 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뷰티 솔루션(beauty solution), 디바이스 솔루션(device solution), 헬스케어 솔루션(health-care solution) 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코첼라 페스티벌’에 참가한 에이피알(APR) 사의 메디큐브 부스에 6일간 5만 4000명이 방문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공식 협찬사로 선정됐으며 제로모공패드, PDRN 핑크 콜라겐 겔 마스크 등의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PDRN(Polydeoxyribonucleotide)은 연어나 송어의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DNA 조각으로 피부 세포 표면의 특정 수용체(아데노신 A2A 수용체)를 활성화해 세포성장인자의 방출을 촉진한다. 또 콜라겐 합성을 유도하고 염증반응을 조절해 지친 피부에 활력을 주고 피부결을 부드럽게 해주는 특성이 있다. 2024년 매출 7227억 원, 시가총액 10조 2900억원으로 화장품 분야 국내 시총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3. 토리든(Torriden)
토리든은 ‘피부도 환경과 함께 지켜 나가야 하는 존재’라는 대명제 아래 출발한 인디 브랜드다. 고객의 피부를 그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지켜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피부를 환경과 동일시하며 환경을 중요시하는 클린 뷰티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히알루론산(하이알루론산이라고도 함) 제품으로, 복합 저분자 히알루론산을 원료로 한다. 여기에 마스크팩, 앰플 핫아이템, 클렌징, 보습 콘셉트를 더해 아마존을 공략하고 있다. 히알루론산은 피부 각질층 사이에서 수분을 연결하고 보습 밀도를 높여주는 ‘링커’ 역할을 한다. 고분자 히알루론산은 약 1000 kDa~3000 kDa으로 분자량이 커서 피부 침투가 어렵다. 토리든은 이를 10 kDa로 저분자화해 고분자부터 저분자까지 다중 히알루론산을 사용해 효과를 극대화한다. 특히 일본인들의 특성에 맞는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다이브인 저분자 히알루론산 글로우 미스트’는 틱톡에서 조회수 940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4. 조선미녀(Beauty of Joseon)
조선미녀는 이름부터 생소한 K-뷰티 브랜드다. 조선 시대 여성들의 피부 관리 지혜를 담은 ‘규합총서’에서 영감을 받아, 인삼, 쌀, 녹차, 구기자 등 전통적인 한방 원료를 현대적인 조제법과 결합시켰다. 동양적인 미를 현대적으로 풀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K-뷰티 인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조선미녀 백옥크림을 시작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이 적중해 인삼 선 세럼, 인삼 아이크림, 맑은 쌀 선크림, 병풀 비타세럼 등이 아마존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맑은 쌀 선크림은 백탁 현상 없는 촉촉한 제형으로 미국 아마존 선케어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브랜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보츠, 세포라 등 유럽의 주요 유통 채널에도 입점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2020년 매출 1억 원에서 출발해 2024년 매출 3300억 원, 영업이익 1500억 원으로 성장했다.

5. 스킨1004(SKIN1004)
최근 K-뷰티 브랜드 중 가장 폭발적인 글로벌 성장세를 보이는 브랜드다. 브랜드 콘셉트는 ‘천연 원료주의 & 클린 뷰티’로,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을 핵심 슬로건으로 하고 있다. 원료는 병풀(Centella asiatica)을 기본으로 하며, 색소나 향료를 배제하고 꼭 필요한 성분만을 담은 간소한 처방이 특징이다. 병풀은 미나리과의 한해살이 풀로 마데카소사이드(Madecassoside)나 아시아티코사이드 (Asiaticoside), 마데카식산(Madecassic acid)이 다량 함유돼 상처 치유와 항염증 작용이 우수한 특징이 있다. 또,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피부 탄력을 높이고 상처 부위의 혈관 형성을 도와 빠른 회복을 유도한다. 국가별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의 아마존과 코스트코, 일본의 큐텐, 동남아는 틱톡, 쇼피 등을 선정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해 2024년 매출 2800억 원을 돌파했다.

6. 티르티르(TIRTIR)
아마존 파운데이션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메이크업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난 브랜드다. TIRTIR은 Trust In Radiation의 약자로, 브랜드명 자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광채'를 뜻한다. 초기에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물광 피부와 건강한 윤기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Your Shade, Our Standard’라는 슬로건을 도입했다. 인종과 피부색에 상관없이 누구나 완벽한 베이스 메이크업을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포용적 뷰티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2024년 연간 매출 약 2736억 원을 달성했으며, 한국 브랜드 최초로 미국 아마존 파운데이션 부문 판매 1위, 일본의 뷰티 플랫폼 앳코스메(@cosme)가 진행하는 뷰티 어워드의 쿠션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국내 OEM/ODM 현황
K-뷰티의 성장에는 국내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시장과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특성도 한몫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OEM/ODM사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의 성장 발판이 됐다. 특히 미국 이커머스 시장은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과 브랜드 점유율이 파편화돼 K-뷰티 브랜드가 들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이 틈을 이용해 아마존을 점령했고, 올리브영, 쿠팡, 다이소 등을 통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 ‘이너뷰티’ 화장품의 개발
이너뷰티(inner beauty)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위한 먹는 화장품을 뜻한다. 화장품을 바르면서 동시에 좋은 영양소를 섭취함으로 피부 속으로부터 아름다움을 가꾸는 개념이다. 이너뷰티 시장은 K-뷰티와 K-푸드를 융합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며, 20대 후반 젊은이부터 장년층까지 점차 고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너뷰티 시장은 콜라겐, 히알루론산,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활용한 이너뷰티 식품이 부상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유로모니터(Euromonitor)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이너뷰티 시장은 98억 달러(약 15조 원)에 이른다. 그에 비해 국내 시장은 아직 미미해, 2024년 1억 1200만 달러(17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6% 성장한 수치다. K-이너뷰티 시장도 과학화를 바탕으로 성분과 효능 입증 연구가 진행되면 급격히 성장할 것이다.


| 단순한 화장품이 아닌 '뷰티 테크'의 시대
이제 K-뷰티는 단순히 피부를 화사하게 만드는 제조 산업을 넘어 인공지능(AI), 유전자 분석, 피부 과학이 결합한 '미래 과학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사례에서처럼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나 BTS와 같은 문화 예술계의 젊은 인사들과 결합하고, K-뷰티의 과학적 효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면, K-뷰티의 앞날은 더욱 빛날 것이다 (그림 3).

[그림 3] K-뷰티는 단순히 피부를 화사하게 만드는 제조 산업을 넘어 AI, 유전자 분석, 피부 과학이 결합한 '미래 과학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의 후기처럼, "내 피부가 이보다 더 좋은 적 없었다"는 고백은 이제 K-뷰티가 전 세계 뷰티 소비자들의 공통된 경험이 되고 있다. K-뷰티의 부활은 인디 브랜드의 출현, 과학적 지식과 창의력이 만들어낸 대한민국 산업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이어질 것이다.


| 참고문헌

  1. 유익동, K-뷰티의 부활과 화장품 과학, 한남컨퍼런스, 2025
  2. 이가영, 2025년, K-뷰티의 현황과 전망, 삼성증권, 2025
  3. Euromonitor 시장보고서, www.portal.euromonitor.com, 2025
  4. 한경 Business, 인디 K-뷰티 1위, 전 세계 홀린 ‘원료 맛집’, 한경매거진&북, 2025
  5.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글로벌 기능성 이너뷰티 식품시장 동향 분석,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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