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도 죄가 되나요?”…‘형벌 과잉’이 낳은 일상 속 범죄자들

김임수 기자 2026. 5. 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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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전과자 사회’…단순 미신고·통발 규격 위반도 형사처벌
입법 편의주의·과잉 행정처벌이 원인…법무부 ‘비범죄화’ 개편 시동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2020년 1인 기획사를 설립해 활동해온 가수 김완선이 지난 3월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개정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에 기획사를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완선 측은 해당 규정을 알지 못했고 계도 기간인 지난해 11월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형벌규정상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완선뿐만 아니라 가수 씨엘, 성시경의 친누나, 배우 이하늬 등도 같은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넘겨졌다. 기획사 미등록 운영의 경우 징역 2년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로 처벌된다.

#서울 구로구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호진씨(가명·여)는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지난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고등학생 3명이 가게를 찾았을 당시 "학생은 아니시죠?"라고만 물었을 뿐, 별도 신분증 검사 등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변호인 도움 없이 경찰 조사를 받으며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씨가 받은 벌금형은 과태료와 달리 일정 기간 전과 기록으로 남아 취업 등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씨는 "오랜 유학 생활 후 첫 일 경험이었다. 청소년에게 술을 팔면 안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르바이트생까지 처벌된다는 것은 몰랐다"고 후회했다.

#1톤 화물트럭 소유주 박현우씨(가명·남)는 2016년 차량 안에서 취침 및 취사 등이 가능한 캠퍼를 화물차 적재함에 부착했다가 1년 넘게 재판에 시달렸다. 자동차관리법은 차량을 개조하려는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위반 시 징역 1년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씨는 적재함 자체를 바꾼 것이 아니기에 '불법 튜닝'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벌금형이 선고됐다. 박씨의 유죄 판결 몇 년 후 대법원은 캠퍼 부착은 불법 튜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법리를 세웠고, 2025년 법무부는 형벌 규정을 폐지하고 과태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법률 1069개에 형벌 조항은 1만1165개

대한민국은 법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누락했다는 이유만으로 한순간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가수와 20대 아르바이트생, 화물트럭 소유주 외에도 상호 변경을 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자영업자, 화단의 꽃을 꺾은 할머니, 통발 낚시를 하며 물길을 막은 어부, 트렁크에 자전거를 실어 실수로 번호판을 가린 운전자들도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재명 정부가 70년 만에 형사법 대개혁에 나선 가운데, 지나친 형벌 규정을 고쳐 '일상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 발표 자료와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민국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법률은 총 1686개다. 이 가운데 63.4%인 1069개가 형벌 규정을 포함하고 있고, 개별 형벌 법규는 1만1165개에 달한다. 처벌 대상이 되는 위반 행위 수는 무려 1만7355개다. 기본법인 형법의 형벌 법규가 343개인 것과 비교하면 꼬리가 몸통을 잡아먹은 구조다.

형벌 규정 남용은 곧 전과자 양산으로 이어졌다. 정부 공식 통계는 없으나 2020년 전 국민의 29%가 경미한 벌금형을 포함한 전과자라는 학계 보고가 나온 바 있다. 한 해에 약 75만~100만 명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고 있고, 특히 명예훼손과 모욕죄 형사처벌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웬만한 사람은 전과가 다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은, 표현이 다소 거칠기는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흔히 법조계에서는 우리 형법에 대해 "팔다리는 길고, 몸통은 어린아이의 형상"에 비유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국회의 입법 편의주의가 지적된다. 국회는 사회적으로 큰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근본이 되는 상위법을 고치는 노력 대신 '특별법'을 만들거나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처벌 조항을 추가하는 데 논의를 집중한다. 상위법 개정보다 쉽고 빠르게 결과를 도출하면서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도 쉽기 때문이다.

이에 살인·강도·사기 등 형법에서 다뤄야 할 핵심 범죄마저 특별법이 우선하는 실정이다. 일례로 사기나 횡령죄를 저질렀을 때, 그 피해액이 5억원을 넘으면 형법이 아닌 '특경법'이, 2인 이상에 의한 폭력 행위는 '폭처법'이 우선한다. 법률 문구도 매년 추가·수정·삭제되면서 수사기관이나 법조인조차 어떤 법률의 어떤 조항을 적용·유추해야 하는지 매번 혼란을 겪는다.

평소 법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일반인들이 광범위한 '형법의 덫'에 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생활밀착형 경제형벌 합리화 20대 과제'를 살펴보면 △미용실 상호를 변경하면서 신고를 누락한 경우(공중위생법) △습기·마찰 등으로 포장지의 제품명·제조사가 훼손된 비료를 판매한 경우(비료관리법) △어부가 그물·통발을 사용하면서 기준에 미달하는 어류 이동 통로를 확보한 경우(내수면어업법) △중소 금속가공업체가 신고 없이 프레스 및 분쇄기를 설치·운영한 경우(소음진동관리법) 모두 예외 없이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일반인이라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운 법안들이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형사법 개혁은 배임이나 직권남용과 같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항목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법령 재정비, 형법과 형사특별법 간 정합성 제고 등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형사법제과를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한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개선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수의 특위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논의 내용은 기밀 사항"이라면서도 "기업인이나 일반인의 전과자 양산을 막기 위한 몇몇 안건이 다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70년 만에 대수술…"행정형벌 비범죄화해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4월1일 마련한 세미나에서도 이번 정부 개혁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 형사법특위에서 활동 중인 김성돈 성균관대 교수는 세미나에서 "각종 인허가, 신고의무, 안전조치의무 등은 수시로 개정된다. 이러한 규범을 일반 국민이나 중소사업자가 모두 숙지하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행정형벌에서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비범죄화가 필요하다. 징역형이나 벌금을 고수하기보다, 액수를 상향한 과태료로 전환하는 것이 행정의 신속성과 형벌의 비례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형사법특위 자문위원장인 김재윤 건국대 교수는 국회의 형법 전면 개정 시도가 매번 실패로 돌아간 원인으로 △입법자의 무관심 △형사특별법 난립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이와 함께 5개 상임위에서 만든 형벌 규정이 전체의 60%에 육박한다는 현실을 짚으며 실제로는 '종이 호랑이'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매일 부닥치는 불균형한 법정형과 불명확한 구성 요건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4월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직원들과의 토크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4월14일 SNS를 통해 "예비군 훈련 불참이나 영업장 변경 신고 지연 등으로 전과자가 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무의미한 처벌로 국민의 일상이 위축되는 현실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정부안을 제출하거나 이미 개정안이 발의된 경우라면 정부 의견서 제출을 통해 의견을 적극 개진할 예정"이라며 "불필요한 형벌은 과감히 폐지하되, 경미한 위반 사항은 과태료 등 행정 제재로 전환해 국민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사는 무죄인데 행정은 유죄? 공정위 '양벌 규정'도 바뀔까

이재명 정부 '형사법 대개혁' 움직임에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지난해 배임죄 폐지 방침을 확정하는 등 정부 기조에 환영하는 목소리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점점 힘이 실리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면서도 법인이나 대표이사 검찰 고발을 병행하는 양벌 규정이 '이중 제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똑같은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의 결론이 엇갈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4월28일 재판소원 1호 사건으로 지정된 녹십자의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 사건이 단적인 예다. 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HPV 백신 입찰에서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세워 담합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고, 동시에 법인이 검찰에 의해 기소돼 형사재판에도 넘겨졌다. 형사재판의 경우 올해 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입찰 구조상 실질적 경쟁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반면 행정소송의 경우 대법원에서 올해 2월 상고를 기각해 과징금 처분이 그대로 확정됐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검찰은 4월20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방건설 구교운 회장과 구찬우 대표이사에게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두 사람은 계열사를 동원한 이른바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확보한 뒤 이를 전매한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올해 1월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대방건설에 부과한 과징금 약 205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공정위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행정소송에서 이겼음에도 같은 취지로 별도 진행되는 형사소송에서는 계속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의 목적 및 증명 책임의 정도가 다른 만큼 엇갈린 판단이 나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경영계는 이런 판결 불일치가 기업 경영에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호소한다. 제약사의 한 홍보 담당자는 "공정위 파워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과징금과 시정명령에 이어 기계적으로 법인이나 대표를 검찰로 넘기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기업법 전문인 권재열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경영자들을 흔히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제약이 많다"면서도 "양벌 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엔 공감하지만 양벌 규정을 완전 폐지하자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경영에 대한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양벌 규정은 필요하다. 다만 공정위가 사안별로 신중을 기해 고발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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