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네트워크라는 사실이 왜 중요할까?

[글] 송민령 KAIST 연수연구원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편집] 윤신영 기자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뇌는 신경세포가 연결된 네트워크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뇌가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어떤 성질이 생겨나는지 아는 이는 드물다. 뇌는 어떤 네트워크이고, 뇌가 네트워크라는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자.


|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다음 두가지 경우를 상상해보자.

(1) 다섯 개의 구슬(부분)이 각기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는 경우 (그림1A)
(2) 다섯 개의 구슬이 서로 고무줄로 연결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경우 (그림1B)

이 구술들을 쥐고 있다가 여러 칸으로 나뉜 상자 위에서 떨어뜨린다고 해보자.

첫 번째 경우에는 구슬 각각이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으므로 그림1A와 같은 다양한 분포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각 구슬의 움직임이 독립적이므로, 각 분포는 모두 비슷한 확률을 지닐 것이다. 반면, 두 번째 경우에는 구슬이 고무줄로 서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가능한 분포의 가짓수가 훨씬 제한적이다. 더욱이 고무줄이 많이 늘어나야 가능한 분포는 고무줄이 그다지 늘어날 필요가 없는 분포에 비해 일어날 확률이 더 낮을 것이다 (그림 1B). 즉, 구성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전체에서는 부분의 합일 때는 없던 경향성이 생겨난다.

[그림1] 부분의 합과 전체. 오른쪽 그래프에서, 각 분포가 일어날 확률은 그래프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높다. 필자 제공.

이번에는 칸을 이루는 벽의 높이가 낮아서, 고무줄로 팽팽하게 당기면 구슬이 벽을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첫 번째 경우(부분의 합)에는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는 한, 구슬의 배치가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경우에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 없어도 확률이 낮은 분포에서 확률이 높은 분포로 변해가는 역동성이 생겨난다 (그림 2A).

[그림2] 끌개와 끌개의 영역. 필자 제공.

이처럼, 전체는 부분의 합일 때엔 없던 자기만의 경향성과 역동성을 가진다. 그래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 끌개와 뇌 활동
네트워크가 확률이 낮은 분포에서 확률이 높은 분포로 변해갈 때 (그림2), 최종 도달 지점을 끌개(Attractor)라고 부른다. 그런데 어떤 끌개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네트워크의 시작 상태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컨대 그림 2A의 왼쪽 끝에 있는 분포가 그림 2B의 오른쪽 끝에 있는 분포에 도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특정 끌개에 도달할 수 있는 초기/중간 상태들을 해당 끌개의 영역(Attractor Basin)이라고 부른다 (그림 2C).

끌개로 몇몇 뇌 활동을 설명할 수 있다. 기억 회상은 끌개와 관련된 대표적인 현상이다. 우리 뇌 속 정보들은 잡동사니를 담아 둔 주머니처럼 아무렇게나 뒤섞여있지 않고, 관련된 정도에 따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개와 관련해서 그림3과 같은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이 길을 가다가 귀여운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을 본 경우, 뇌 속에서는 ‘귀여운’ ‘강아지’와 ‘산책’에 대한 정보만 활성화되지 않는다. 관련된 정보가 네트워크의 연결 세기에 따라 연쇄적으로 활성화되며 여러가지 정보와 기억이 떠오를 수 있는데, 이를 끌개로 볼 수 있다.

[그림3] 개와 관련된 뇌 속 정보의 네트워크.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므로, 똑같이 개에 대한 정보의 네트워크라고 할지라도 네트워크의 연결 방식과 구성요소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 그림은 설명을 돕기 위한 가상의 네트워크를 보여준다. 필자 제공.

우리가 개에 대해 생각할 때,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개에 대해 축적한 모든 정보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이웃집 사람이 개와 산책을 나가는 장면을 보고서는 어렸을 때 이웃집 강아지와 놀았던 기억을 문득 떠올릴 수 있다. 반면에 충성심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개 이야기가 나오면, 평소에는 잘 떠오르지도 않던 ‘오수의 개’ 이야기가 생각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시작 상태에 따라서 도달하는 끌개가 달라지는 현상 (그림 2C)으로 이해할 수 있다.


| 뇌는 어떤 네트워크인가
네트워크는 연결 방식에 따라 규칙적인 네트워크와 무작위적인 네트워크로 나눌 수 있다 (그림 4). 규칙적인 네트워크는 구성요소들 간의 연결 방식이 균일한 네트워크다. 반면, 무작위적인 네트워크는 구성요소들을 무작위적으로 연결한 네트워크다.

[그림4] 네트워크의 종류[1].

규칙적인 네트워크에는 인접한 구성요소들을 잇는 연결은 많지만 멀리 떨어진 구성요소들을 잇는 연결은 없다. 그래서 정보처리가 영역별로 비교적 독립적으로 이뤄지며, 네트워크 전체에 흩어진 정보가 통합되기는 어렵다. 반면, 무작위적인 네트워크에는 멀리 떨어진 구성요소를 잇는 연결도 많다. 그래서 네트워크 전반에 흩어진 정보가 통합되기에 유리한 반면, 각 영역에서의 정보 처리는 비교적 덜 독립적이다.

뇌는 이 양 극단의 사이에 있는 좁은 세상 네트워크의 특징을 보인다. 좁은 세상 네트워크는 비교적 규칙적인 네트워크에 무작위적인 연결이 일부 추가된 형태다. 그래서 마당발처럼 연결된 구성요소가 많은 허브(Hub)들이 생겨난다. 이런 허브들이 있으면 멀리 떨어진 요소들도 몇 개의 연결만 거치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래서 좁은 세상 네트워크에서는 각 영역의 독립적인 정보 처리를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도, 네트워크 전체의 정보가 통합되기에 좋다. 뇌 영역별로 담당하는 기능이 어느 정도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영역들이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것도 뇌가 좁은 세상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네트워크가 연결된 방식은 네트워크의 정보 처리 방식에 깊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인지 뇌 네트워크의 연결방식은 인지 능력과도 연관된다. 나이가 들수록 뇌 네트워크는 무작위적인 네트워크의 특징을 점점 더 많이 보이게 되는데, 그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무작위적인 네트워크의 특징을 많이 보이는 뇌일수록, (실제 연령은 더 어릴지라도) 인지 능력의 감퇴가 두드러진다[2] (그림 5).

[그림 5] 나이가 들수록 뇌는 무작위적인 연결 특성을 더 많이 보인다. 인지 능력 감퇴도 이런 특성을 많이 보이는 뇌에서 더 강하다.

| 네트워크의 ‘다양한’ 정상들
신경 네트워크에서는 보강(Amplification), 상쇄(Cancellation), 중첩(Redundancy, 또는 중복), 축중(Degeneracy, 또는 퇴화, 대체)이 일어난다. 보강이란, 한 영역의 활동을 다른 영역의 활동이 더욱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A 영역과 B 영역이 둘다 X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A영역(또는 B 영역)의 활동은 B 영역(또는 A 영역)이 X 영역에 끼치는 영향을 보강하는 효과를 낸다 (그림 6).

상쇄는 보강의 반대로서, 한 영역의 활동을 다른 영역의 활동이 약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A 영역의 활동은 X 영역을 활성화시키지만, B 영역의 활동은 X 영역을 억제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A영역(또는 B 영역)의 활동은 B 영역(또는 A 영역)이 X 영역에 끼치는 영향을 상쇄하는 효과를 낸다.

중첩이란 두 영역 또는 복수의 신경세포가 서로 같아서,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을 뜻한다. 같은 기능을 하는 영역(또는 신경세포)을 여럿 가지고 있으면, 이 중의 일부가 손상돼도 별 차질없이 기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축중이란, 서로 다른 두 영역 (또는 서로 다른 두 신경세포)이 항상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특수한 맥락에서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을 뜻한다. 축중은 같은 기능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며, 일부 영역이 손상됐을 때 이 손상을 보완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림 6] 신경 네트워크에서는 보강(Amplification), 상쇄(Cancellation), 중첩(Redundancy), 축중(Degeneracy)이 일어난다.

보강, 상쇄, 중첩, 축중과 같은 현상들 때문에, 신경 네트워크에서는 비슷한 증상 및 기능이 대단히 다채로운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 예컨대 A라는 요소의 활동이 유난히 강한 네트워크가, A요소의 활동이 약한 네트워크와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네트워크에는 ‘다양한’ 정상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나 다양할 수 있을까?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1200여 개의 건강한 뇌를 활용해 1032개 뇌 영역의 회색질(피질) 부피의 분포를 조사했다[3]. 그 뒤 건강한 뇌를 이 분포와 비교했더니 76%이상의 건강한 뇌에서 정상 범위를 벗어난 뇌 영역이 최소 하나 이상 발견됐다. 심지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영역이 사람들 사이에서 겹치는 비율은 최대 2.97%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건강한 뇌에서 극심한 일탈(Deviation)이 흔하고, 일탈의 양상도 제 각각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정규분포를 볼 때 막연히 상상하게 되는 ‘하나의 표준 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이 다양한 것처럼 동일한 질병도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분석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 스펙트럼, 조울증, 우울증, 강박증, 조현병에 대해 진행했더니, 모든 집단에서 75% 이상이 극심하게 작은 회색질 영역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었다[3]. 또 극심하게 작은 영역이 각 그룹의 사람들 사이에서 겹치는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같은 질병을 가진 사람들도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치료 방법을 개발할 때는 통상 하나의 표준적인 정상을 가정한다[4]. 그리고 같은 질병에 걸린 서로 다른 환자들을, ‘하나의 정상’에 가까워지도록 바꾸려고 한다. 하지만 건강이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고 질병도 다양하다면, 개별 환자에 가장 가까운 ‘건강’의 유형을 찾고, 이 건강 유형에 가까워지게 하는 전략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 마무리
20여 년 전만 해도 구글에서 뇌 이미지를 검색하면, 뇌를 톱니바퀴가 모인 기계로 묘사한 그림이 많았다 (그림 7 위). 시계나 오토마타 등 근대 기계는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부분들로 구성되는데, 이런 기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뇌를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경향은 당시 신경과학 분야에서 늘어나기 시작하던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연구의 양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 무렵에는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활성화된 뇌 영역을 색깔로 표시하는 연구가 많았는데, 영역 간 상호작용과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없이 활성화된 영역만 찾는 방식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있었다.

[그림 7] 10~20년 전 구글에서 뇌 이미지를 검색하면 자주 보이던 그림(위)과, 최근의 그림 유형.

최근의 fMRI 연구는 다른 경향을 보인다. 하나의 영역만 보기 보다는 여러 영역 간의 상호작용, 또는 뇌 전체를 살펴보거나, 네트워크 과학을 적용하는 시도가 많이 늘어났다. 이런 변화가 반영됐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구글에서 뇌 벡터 이미지를 검색하면, 태엽이 포함된 경우는 줄고 네트워크로 표현된 경우가 늘었다 (그림 7 아래). 뇌가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특징들을 하나 둘 이해해가면서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더욱 새롭고 깊어지기를 바란다.


| 참고문헌

  1. Neal Z (2018) Is the Urban World Small? The Evidence for Small World Structure in Urban Networks. Networks and Spatial Economics 18:615–631.
  2. Wig GS (2017) Segregated Systems of Human Brain Network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1(12): 981-996.
  3. Segal A et al. (2023) Regional, Circuit and Network Heterogeneity of Brain Abnormalities in Psychiatric Disorders. Nature Neuroscience 26(9): 1613-1629.
  4. Holmes AJ & Patrick LM (2018) The Myth of Optimality in Clinical Neuroscience. Trends. Cognitive Sciences 22(3):24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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