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박엔진 4대 중 1대는 경남서 만든다

올초 창원 한화엔진 본사에서 열린 한화엔진 제막식. /연합뉴스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경남은 국내 3대 조선사 중 2곳이 자리한 곳이다. 더불어 선박의 심장이라 불리는 '엔진'을 제조하는 선박엔진업체도 3곳에 달한다. 한화엔진(옛 HSD엔진), 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 STX엔진 등이다. 선박엔진은 통상적으로 선박 가액의 10% 수준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이는 선박 가액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철판 20~30%) 다음 가는 수준이다. 사실상 가장 값나가는 핵심부품이라 봐도 무방한 셈이다.

창원에 사업장을 둔 한화엔진, 현대마린엔진은 글로벌 선박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25%가량을 자랑한다. 선박엔진 '대장 기업'인 울산 소재 HD현대중공업과 합치면 글로벌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글로벌 선박 엔진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24억 600만 달러(16조 6415억여 원)로 추산된다. 창원시 진해구의 STX엔진도 고유의 영역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STX엔진은 민수 부문(선박용·육상발전용·산업용 엔진 등), 특수사업 부문(전차, 함정 특수고속엔진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조선산업에서 매섭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지만, 경남 선박엔진사들은 친환경 엔진을 앞세워 시장 파이를 유지하고 있다.

한 선박엔진업계 관계자는 "현재 선박엔진 시장은 이중연료 엔진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자사에서도 친환경 엔진 수주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중연료 엔진은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통상적인 디젤엔진보다 마진도 크게 남는다"고 설명했다.

경남 엔진사들은 일찌감치 친환경 엔진을 개발해왔다. 대표적인 친환경 이중연료 엔진 선박은 LNG선이다. 국내 업체들이 개발을 앞둔 메탄올, 암모니아 추진선도 떠오르는 추세다.

한화엔진은 2013년 세계 최초 선박용 이중연료(DF, Dual Fuel) 저속엔진(중대형 선박 추진기관)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그 다음 해엔 세계 최초로 선박용 친환경 저온 탈질설비를 개발했다. STX중공업 또한 이중연료 기술을 일찍이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친환경 엔진 수요는 국제해사기구 등에서 선박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점차 늘고 있다. 따라서 탄소 저감 기술을 가진 국내 업계를 향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선박용 엔진시장에서 친환경 엔진의 비중이 전체 수주의 65% 이상을 차지하며 기존 디젤엔진에서 친환경 엔진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굳어졌다. 단순 연료 공급뿐 아니라 탈황, 탈질 설비 등 기술력도 마련돼야 하기에 중국에서 국내 기술력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중국의 추격에 맞서 도내 선박엔진 업계는 차세대 선박추진에너지원으로 메탄올, 암모니아 엔진 등 상용화를 대비하고 있다.

한화엔진은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에 대비해 기술을 개발 중이며, HD현대마린엔진의 같은 그룹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암모니아 엔진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내 선박엔진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에 시장 파이를 내주지 않으려 고부가가치선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는 만큼, 엔진업계 또한 발맞춰 친환경 엔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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