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병식으로 드러난 ‘핵·재래식 통합’ 전략
북한은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전차와 자주포, 무인기 발사차량 등 재래식 전력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군 현대화 의지를 과시했다.
이번 공개는 핵·미사일 전력뿐 아니라 전차와 포병, 무인체계 등 지상군 전력의 전반적 수준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핵-재래식 통합’ 전력(CNI) 구도를 더욱 강화하려는 전략적 신호를 보냈다.

천마-20의 핵심 능력과 의미
열병식의 주목할 대상은 신형 주력전차 ‘천마-20’이다. 북한 스스로 ‘현대식 주력전차’로 규정한 이 전차는 자동 대응형 능동방어체계, 즉 적의 대전차 위협을 요격하는 ‘하드킬’ 계열의 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스라엘의 아이언피스트와 유사한 개념으로 평가되며, 우크라이나 전장의 교훈을 반영해 능동방어 능력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주포 현대화와 화력 기동성 강화
천마-20과 함께 공개된 신형 155㎜ 자주포는 북한의 곡사·화력 체계를 서서히 서방식 표준에 근접시키려는 시도다.
과거의 152㎜계열 구형 체계에서 벗어나 장거리·기동성·정밀성이 개선된 플랫폼을 도입함으로써 포병의 전술적 유연성과 반격 능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자주포의 전력화는 화력전에서의 선택지를 확대하고 대남 타격 옵션의 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무인전력과 러시아 경험의 영향
이번 열병식에서는 무인기 발사 차량도 등장했다. 이는 러시아 파병 경험으로 습득한 드론 운용·발사 기술을 북한군이 자국화해 적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발사대 양식은 러시아의 란셋-3 계열 양식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며, 러시아 전장의 경험이 북한 전력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위장·은닉 전술의 고도화 징후
열병식에서 대규모로 등장한 길리슈트 착용 병력도 눈에 띈다. 길리슈트는 드론 관측과 열영상 식별을 어렵게 하는 은닉 장비로, 저격수·정찰요원 등에게 필수적인 장비다.
북한군이 대규모로 길리슈트를 도입·전시한 것은 전장에서의 은닉·저피탐(低被探) 전술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무인정찰과 대항전 기술이 결합된 전술 변화를 반영한다.

이처럼 북한의 재래식 전력 현대화는 단순한 장비 업그레이드를 넘어 전술·운용 체계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능동방어체계 장착 전차, 장거리 기동형 자주포, 드론 발사체계, 저피탐 은닉장비의 조합은 한반도 전장의 위협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장비 성능의 실전 검증 여부를 주목하면서도, 한국군의 대응으로는 정밀 감시·타격 능력, 전자전·드론 대응 체계, 지상 전력의 기동성 확보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공개는 경계와 정보 분석, 전술적 대비를 재점검해야 할 신호탄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