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수집가로, 때로는 레이서로 RC카를 즐긴다, RC카 전문 유튜버 ‘재관둥이’ 권재관
대중에 큰 사랑을 받은 개그맨이면서 250여 대의 기체를 보유한 RC카 마니아.RC카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내내 반짝이는 그의 눈을 보고 있자면‘적당히’ 즐기라는 그의 말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듯하다.
권재관
코미디언 겸 유튜버
RC카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때 친구가 RC카를 가지고 노는 걸 보고 한눈에 반했다. 그때 당시 RC카는 한 번 시동을 걸면 5분을 채 가지고 놀지 못할 정도로 배터리 용량이 짧았다. 그런데 그 시간에도 운동장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돌아다니는 RC카가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었다. 그래서 바로 부모님께 조르고 졸라 RC카 한 대를 사게 됐다. 당시 RC카 한 대 가격이 3만5000원이었으니, 그 나이대 장난감치고는 꽤 비쌌던 셈이다. 설날에 세뱃돈 받으면 RC카 한 대 사고, 추석에 용돈받으면 컨트롤러 하나 사곤 했다.
RC카는 오래도록 ‘남자의 장난감’이라는 명맥을 이어왔다. RC카의 어떤 면이 남자에게 어필이 한다고 생각하나?
남자들이 대부분 스피드에 대한 동경이 있다. 꼭 대회용 RC카가 아니라 해도 RC카는 꽤 속도가 빠른 편이다. 어느 정도 간편하게 속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리고 RC카는 재료를 직접 구매해 본인이 하나하나 조립하고 만들어야 한다. 기계를 조립한다는 점과 내가 직접 조립한 차로 속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남자들의 로망을 채우는 것 같다.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다. 내가 만든 RC카의 배터리가 다 닳을 시간 동안 계속 집중해서 차를 조종하는 셈이다. 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잡념도 덜게 된다. 집중력 향상에도 좋아 어린아이를 위한 장난감으로도 적합하다.
비용이 꽤 많이 드는 장난감, 취미로 대중이 인식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과거에는 다소 비용이 많이 들었다. 기본형이라고 해도 60만원 내외였다. 요즘은 입문용 키트가 잘 나오는 편이다. 30만원 내외면 취미용으로 무리 없이 RC카를 즐길 수 있다. 대략 50만원 정도면 트랙에서 즐기는 온로드 RC카도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엄청 빠른 속도를 기대할 수는 없으나, 중년이 되면 동체시력이 그리 빠르지 않다.(웃음) 입문자라면 이 정도로 충분히 RC카를 즐길 수 있다.
RC카를 얼마나 소유하고 있나?
정확히 세진 않았지만, 대략 250대 갖고 있다. 중고로 꽤 많이 처분한 상태라 지금은 더 줄었을 것이다.
취미에 대한 가족의 반응이 궁금하다
처음엔 아내가 RC카를 싫어했다. RC카를 보관하느라 방 한 칸을 다 차지하기도 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존중해 준다. 일단 나부터 더 이상 RC카를 구매하지 않는 상태이고, RC카를 전시하는 다른 장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즐거운 취미라 하더라도 가족과 마찰을 일으키며 즐길 순 없는 노릇이지 않나.(웃음)
가족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해 보이는데, 팁이 있을까?
아이를 꾀는 게 가장 편하다.(웃음) RC카가 집중력을 키우는 데 좋다고 하지 않았나.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이를 근거로 아이와 함께 RC카를 조립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말하면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살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게 몇이나 있겠나.
아무리 열심히 대비해도 계획한 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다.
RC카는 내가 손 하나만 까딱하면 이리저리 오간다.
나이가 드니 또 이런 면이 매력으로 다가오더라.
RC카의 종류를 설명해 달라
크게 온로드(On-road)와 오프로드(Off-road)로 구분한다. 온로드는 평지에서 가볍게 즐기거나, 레이싱으로 속도를 겨루는 장르다. 오프로드는 험지를 주행하거나 점프를 하는 등 보다 역동적으로 운행하는 장르다. 세분화하면 엔진으로 가는 차량과 모터로 가는 차량으로도 구분한다.
개인적으로는 모터 RC카로 온로드 주행을 즐긴다. 오프로드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출력을 높게 쓰다 보니 소음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
온로드 RC카 레이싱을 한다면, 보통 속도를 많이 즐기나?
속도도 속도지만, 코너링이 더 중요하다. 얼마나 코너를 군더더기 없이 잘 도느냐에 따라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F1 레이스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F1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타이어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경기 전 타이어 온도를 높이지 않나. 온로드 RC카도 레이싱 전에 타이어를 데운다.
꽤나 전문적인데 입문자에게는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RC카도 입문자와 중급자, 상급자 등으로 구분된다. 입문자 단계에서 즐기더라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높은 등급에 비해 느리게 움직이다 보니 코너링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몇 번 하다 보면 자신의 기록을 조금씩 갱신하며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기체의 무게중심을 바꾸거나 새로운 모터를 장착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지 않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입문 단계에서 머물며 즐겨도 괜찮다. 뭐든 본인 상황에 맞게 적당히 즐기는 게 좋다.
취미를 장기적으로 가져갈 방법은 ‘적당히 즐기는 것’이다.
어차피 몸은 하나이고, 움직일 수 있는 기체도 하나다.
동호회 사람들과 많이 교류하면서 간접 체험을 하다 보면 불필요한 지출과 경험을 예방할 수 있다.
온로드를 즐기고자 하는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접근 방식이 있을까?
‘타미야’라는 일본 RC카 제조 회사가 있다. 타미야에서 주최하는 대회가 몇 있는데, 이 중 기본형 RC카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있다. 변속기나 모터 등 규정 제한이 많기 때문에 입문자도 어느 정도 동등한 입장에서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물론 처음 가면 분명히 다른 기체에 비해 느리고, 패배할 확률이 높다. 그래도 패배를 겪고 조금씩 성장하면서 RC카에 재미를 들여보는 것을 추천한다.
RC카를 즐기는 커뮤니티는 많나?
많지 않다. RC카를 가볍게 즐기는 사람들을 ‘펀(Fun) 유저’라고 부른다. 자녀들과 함께 즐기는 펀 유저까지 포함하면 많을 수 있으나 본격적으로 온로드나 오프로드로 RC카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RC카를 즐기며 겪은 에피소드가 있나?
일본에 있는 타미야 본사에 초청받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본사 안에 나만을 위한 촬영 공간을 마련해 주고, 타미야 회장님도 직접 만났다. 집에 전시해 놓은 RC카 사진을 회장님한테 보여줬더니 몸이 불편한 와중에도 직접 일어나 놀랍다고 말씀하시더라.(웃음)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하다
유튜브 채널에 RC카 입문자를 위한 영상을 계획 중이다. RC카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와 함께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직접 RC카를 조립하면서 조립 방법이나 튜닝 방법, 부품 가격 등의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서 <재관둥이> 채널배 RC카 대회도 개최하고 싶다.
1. 어디서 즐길지 장소를 정하라
몸소 나가 즐기는 취미인 만큼 장소 선정이 우선이다. 펀 유저라면 집 근처 공원에서, 레이스를 즐기려면 접근성 좋은 RC카 경기장을 찾는 것이 좋다.
2. RC카를 구매하기 전에 RC카 현장을 먼저 가보자
아무리 정보를 많이 알아보고 구매한다 해도 내가 즐기는 현장과 수준이나 결이 맞지 않을 수 있다. RC카 레이스 장소에 가면 다른 사람들의 기체도 구경하고 도움도 받을 수 있다.
3. RC카를 직접 조립하라
입문자라면 완성형 키트로 시작해도 좋다. 다만 내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RC카는 더욱 애착이 간다. 차 구조도 알게 되니 수리할 때 용이하기도 하다. 요즘 설명서도 너무 잘 나오고,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도움을 얻을 수 있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5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사진 송승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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