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과거사·의료·R&D…尹 향한 '후배' 서울대생 쓴소리
"과(過)가 있을 수밖에…잘하고 있다" 긍정 평가
"임기 이후를 크게 생각지 않는 듯" 비판도 나와
[더팩트ㅣ관악=신진환 기자] 2020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임 시절 '자랑스러운 서울대 동문' 1위를 기록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학생들 커뮤니티에서 진행됐던 투표였는데, 학교 측이 공식으로 선정한 것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정치적 성격이 짙다거나 여론의 신빙성 문제 등 비판이 제기되며 많은 논란도 낳았다. 당시 뒷말이 많았지만 상당한 이슈였다.
2년 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윤 대통령은 어느덧 집권 3년 차를 맞았고, 현재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우세하다. 어려운 민생과 의료 공백, 친일 논란과 뉴라이트 출신 인사 기용 논란, 야당과 불통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과연 서울대생은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대통령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몹시 습했던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재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재학생 A 씨는 "대통령은 모든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직책이기에 필연적으로 과(過)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정도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 마음이 동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사교육 카르텔 근절에 대해 지적했다.
"너무 수능 판을 건드는 게 아닌가 싶다. 분명 존재하는 사교육 카르텔은 없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정책이 급진적인 것 같다. 교육 정책은 손볼 때 바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이후 세대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6월 모의고사를 본 다음 윤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을 언급하면서 9월 모의고사와 수능까지 수험생에게 혼란과 불편을 끼쳤다."
일본과 과거사와 관련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재학생 B 씨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대를 방문해 한일 학생과 간담회를 한 것을 거론하면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는 등 친일 논란이 나온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의 서울대 방문이 옳다, 그르다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 여파로 발생한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C 씨는 "윤 대통령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거라는 국민의 불안을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너무 강경한 태도가 사태를 더 악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과생이라고 소개한 D 씨는 정부가 올해 예산에서 R&D(연구·개발) 예산을 대거 삭감한 점을 문제 삼았다. "R&D 예산 삭감에 대해 제대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도 못했다"며 "정부가 국가 미래를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당장 임기 이후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R&D 예산을 다시 늘렸다. 하지만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출연연 연도별 주요사업비' 자료에 따르면 25개 출연연들의 R&D에 투입되는 주요사업비 예산(정부안)은 총 1조833억 원으로 예산 삭감 전인 2023년도 대비 1013억 원(8.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D 씨와 같이 있던 E 씨는 "정부가 내세운 정책 중 제대로 실행된 게 없는 것 같다. 딱히 잘했다는 정책도 생각나는 게 없다"고 짧게 말했다. 또 다른 F 씨는 "이번 정부가 다른 정부에서 시도했다가 실패한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을 이루어 내겠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나라에 공정과 상식이 정립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회적 갈등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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