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부자들이 아파트 아닌 단독주택 사는 이유
재벌가 단독주택 거주
고급 타운하우스 단지 부촌
한남동·평창동·성북동·압구정동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위 상위 1% 재산을 가진 부자들의 현 거주지가 대부분 아파트보단 단독주택에 치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목이 쏠린다.
특히 타워팰리스를 기점으로 하는 고급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아파트에 쏠렸던 부자들의 부동산 수요가 한남 더 힐, 갤러리아 포레 등 새로운 개념의 아파트로 환기되면서 단독주택으로 이동한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단독주택의 경우 생활 편의성이 낮아 기피하는 대상에 속했다. 부자들은 왜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걸까?
지난해 KB금융그룹은 한국 부자의 현황, 투자 행태, 미래 투자 방향 등을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간하며 금융 자산과 부동산 자산을 포함한 총 자산 100억 원을 한국 부자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는 지난 2021년 유동성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 영향으로 기준을 100억 원으로 높인 뒤 3년째 100억 원 선을 유지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부자를 금융자산 보유 규모에 따라 자산가(10억~100억 원), 고자산가(100억~300억 원), 초고자산가(300억 원 이상)로 분류했다. 다만, 금융자산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개인인 ‘한국 부자’는 올해 45만 6,000명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들을 ‘부 집중도’ 기준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 서초구, 종로구, 용산구 등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성수동을 포함한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부촌 지역에 꼽혔다. 부 집중도란 부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부가 집중됐는지를 분석한 수치로, 수치가 클수록 해당 지역의 부 집중도가 높고 고자산가가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한국 부자의 지난해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60억 2,000만 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가는 41만 6,000명이 1,061조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고자산가는 3만 2,000명이 558조 원, 초고자산가는 불과 9,000명이 무려 1,128조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부자들의 자산이 한국 전체 금융자산 4,652조 원의 59%를 차지하고, 부자 숫자가 지난해 말 기준 인구 5,133만 명의 0.9%에 해당하는 것이다.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의 총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60.3%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자들이 부동산 자산에 더 많은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밝힌 부 집중도와 같이 재산 규모가 커질수록 한남동·평창동·성북동·압구정동과 같이 지향하는 주거지의 고도는 점점 낮아지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삼성가의 故 이건희 회장,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이 고급 타운하우스에 거주하며 부촌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남동 소재의 유엔빌리지와 같은 빌라촌은 부촌의 대명사로 꼽히며 단독주택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는 용산구 한남동 일대가, 경기에서는 서판교 남서울파크힐 일대가 ‘회장님’들이 선호하는 고급 단독주택촌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생활 편의성이 낮은 단독 주택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부자들은 집값 상승보다 사생활을 중시한다”라며 “자산이 많을수록 세대수가 적어 신분 노출이 적고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부촌에 위치한 단독주택의 경우 경기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어 집값이 하락할 우려 역시 다른 부동산 투자 대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이 단독 주택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강남에 공급되는 대규모 아파트들은 초고가의 펜트하우스를 준비하지만, 중∙소형 아파트가 대량으로 섞여 있어 사생활 보호가 어렵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어렵다”라고 밝히며 “돈을 아끼기 위해 대단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도 없으니, 상류층만의 폐쇄적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라고 전했다.
한편, 전통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평창동·성북동·압구정동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한남동, 성북동, 평창동은 고급 단독주택 밀집 지역으로 대기업 오너일가와 외국 대사관저로 주목받는 곳”이라며 “최근 갤러리나 카페로 변신하고 연예인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등 희소가치가 부각되며 지가도 계속 상승 중”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압구정동의 경우 임대 아파트가 전무한 지역으로 꼽히며, 기존 입주민들이 고소득자 혹은 고위층으로 분류돼 현재까지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최근 용산·한남동·동부이촌동·반포동 등 한강 주변에 위치한 지역에서 고급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동네를 중심으로 신흥 부촌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 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