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고, 꼬고, 박음질해 만든 신성희의 '회화 너머의 회화'

유승목 2025. 3. 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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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스물셋 젊은 미대생이 1971년 '공심(空心)'이라 이름 붙인 회화 세 점이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그가 40년 화업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를 완성한 과정을 살펴보는 귀한 전시다.

가장 독창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그의 데뷔작 '공심' 시리즈가 처음 공개된 자리인 동시에 작가의 탈회화적 방법론을 구체화한 '박음회화(꾸띠아주)', '엮음회화(누아주)'를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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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꾸띠아주, 누아주展
'공심' 시리즈 처음으로 공개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을 받은 신성희 작가의 ‘공심(空心)’ 3부작. 갤러리현대 제공


여기 스물셋 젊은 미대생이 1971년 ‘공심(空心)’이라 이름 붙인 회화 세 점이 있다. 창문 아래 한 여인이 누워 있는 평범한 그림인데, 점차 창이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여인도 연기처럼 증발해버린다. 회화의 출발점이 현실의 재현(再現)이란 점에서 이 그림은 완성에서 미완으로 향하는 그림이다. 초현실주의 기법이 돋보이는 이 시리즈에선 회화의 본질을 허물고,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화가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신성희(1948~2009)는 이 3부작으로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을 받았다. 김환기가 직전 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대상을 받아 잘 알려진 공모전이다. 촉망받는 작가로 인정받았지만, 그는 이후 주류를 벗어나는 행보를 보인다. 1960~1970년대 뜨겁게 달아오른 실험미술에 뛰어드는 대신 회화에 몰두했다. 그렇다고 윗세대의 단색화를 추구하거나 아랫세대의 민중미술에 호응하지도 않았다. 신성희가 바라본 건 평면의 캔버스에 입체적인 공간을 구축해내는 ‘회화 너머의 회화’였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그가 40년 화업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를 완성한 과정을 살펴보는 귀한 전시다. 가장 독창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그의 데뷔작 ‘공심’ 시리즈가 처음 공개된 자리인 동시에 작가의 탈회화적 방법론을 구체화한 ‘박음회화(꾸띠아주)’, ‘엮음회화(누아주)’를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성희의 작업세계는 크게 네 번의 변화를 겪는다. 1970년대 극사실 물성 회화를 시도한 그는 1980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며 10여 년간 과감하고 다채로운 색채의 콜라주에 도전했다. 이 과정을 거쳐 착안한 작업이 바로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꾸띠아주(1993~1997년)와 누아주(1997~2009년) 시기다.

꾸띠아주(Couturage)는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 크기의 띠로 잘라내고, 이를 다시 재봉틀로 이어 박는 박음질로 새로운 화면을 조성하는 기법을 뜻한다. 전시에 나온 ‘연속성의 마무리’가 가장 대표적인 꾸띠아주 작품이다. 꾸띠아주가 입체적이라면 누아주(Nouage)는 새로운 공간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보다 눈길이 간다. 프랑스어로 ‘맺기’라는 뜻의 누아주는 잘라낸 캔버스 띠를 엮거나 꼬는 방식으로 틀에 묶어 마치 거미줄처럼 기하학적 입체 공간을 만드는 기법이다. 대형 작품 ‘공간별곡’이 가장 대표적인 누아주다.

이를 두고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2차원 회화의 평면성을 파괴하고 화면에 3차원 입체감을 도입한 탈회화적 방법론”이라며 “콜라주에 버금가는 회화적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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