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귀족사회의 화려함을 담았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스케이트장·경마장·오페라극장
당시 귀족 사회 화려하게 구현해
“사람은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
사랑이 파멸로 이끄는 사회 그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니나’는 전 세계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을 가졌지만, 정작 그 결말을 아는 이는 흔치 않다. 18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탓이다. 세계 최대 도서 리뷰 사이트 굿리즈(Goodreads)는 이 작품을 ‘시작했으나 끝을 맺지 못한 사람이 많은 책’ 9위로 꼽기도 했다. 마음속으로만 완독을 꿈꿔온 이들에게 뮤지컬로 이 이야기를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7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번 공연은 러시아 ‘모스크바 오페레타 시어터’의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바탕으로 한 라이선스 공연으로, 2018년 초연·2019년 재연에 이은 세 번째 시즌이다.

뮤지컬 역시 이 지점에 주목한다. 러시아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사람은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는 성경 구절을 작품에 인용했다”며 “오늘날에도 개인의 잘못을 집단으로 비난하는 현상이 있는데, 그래서 이 작품은 마냥 사랑 이야기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1부가 안나가 기존의 결혼 관계를 이탈하는 과정을 그린다면, 2부는 그녀가 브론스키와 함께 가정을 떠난 뒤에도 행복을 누리거나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하는 과정을 처절하리만치 상세하게 그려내며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다만 역설적으로 이 장면에 가장 큰 호응이 쏟아졌다는 것은, 뮤지컬 본연의 넘버들이 그만큼의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방대한 원작을 150분에 압축하는 과정에서 서사의 흐름이 다소 급박하게 전개되고, 2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느슨해진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유는 분명하다. 규칙을 강요하는 사회가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 과정을 이토록 화려하고 장대하게 눈앞에 펼쳐 보이는 공연은 흔치 않다. 안나의 사랑이 왜 자유가 아닌 파멸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회의 구조와 의식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안나 역에는 옥주현·김소향·이지혜가, 브론스키 역에는 윤형렬·문유강·정승원이, 카레닌 역에는 이건명·민영기가 출연한다. 오는 3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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