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작업 잇단 질식사고… "위험한거 알지만 별수 있나"

시너 필요 없는 페인트 3배 비싸고
공사기간 등 무리한 작업속도 요구
하도급 업체라 이의 제기도 힘들어
경기도의 한 건설 현장 외벽에 질식 사고 예방 포스터가 붙어 있다. /경인일보DB

"위험한 거 다 알지만 그래도 들어가야지 별수 있나요."

수원시 팔달구에서 40년째 도장, 방수 작업을 하는 김모(68·여)씨는 최근 일어난 방수 작업 중 질식사고 소식을 듣자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9일 안성시의 한 주택 지하 물탱크실에서 방수 작업을 하던 작업자 3명이 질식해 병원에 이송된 데 이어 17일엔 과천시의 한 건물 신축 공사 현장 지하 3층에서 저수조 방수 작업을 하던 작업자 3명이 질식해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은 두 사고는 모두 밀폐공간에서 유독성 물질인 '시너'가 유출되자 작업자들이 이를 들이마셔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너는 도장, 방수 작업 과정에서 쓰이는 페인트를 희석 시키는 물질로 장기간 노출 시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그러나 환경부 측은 시중에 유통되는 시너의 경우 화학물질관리법 상 유해기준을 통과했기 때문에 사용 제한을 둘 수 없다고 설명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너 속 위험물질인 톨루엔 등의 물질은 기준치의 85% 이상일 경우 유해하다고 판단하지만, 판매용 시너의 경우 이를 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제 과천 사고현장에서 쓰인 '우레탄 시너'는 톨루엔 함유가 기준치의 60%로 환경부 안전 기준치를 통과했지만, 밀폐된 장소에서의 작업을 피하고 유독성이 있으니 흡입 등에 유의하라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경기도 내 방수공들은 시너가 인체에 해를 끼치는 물질임에도 현장에서 계속 쓰이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내 페인트 판매점 등에서 가격을 조사한 결과 시너가 필요한 방수 페인트가 4ℓ 통 기준 2만~3만원 사이지만 시너가 필요없는 방수페인트는 3배 가까이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현장의 부실한 안전관리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용인시의 한 방수업체 대표 김모(49)씨는 "도장이나 방수 작업에는 방수재가 굳는 시간과 주기적인 환기 시간이 필요한데 공사 기간 등의 이유로 무리한 작업속도를 요구당한다"며 "방수공들은 대부분 하도급 업체라 이의 제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건설방수학회는 방수공들의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회 관계자는 "행정당국이 유독성 판단 기준치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감리사 역시 시너 사용 시에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서 반복되는 질식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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