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선수 부모의 ‘천재를 키운 교육법’!!

[양소희의 일본을 보는 젊은 시각]
오타니 부모가 절대 하지않은 3가지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은 '부부싸움'
일본 부모 "아이에게 강요 않는 것"중시
젊은세대도 '천재를 키운 교육법'에 동의

'천재를 만드는 부모들의 룰'

"만화 캐릭터도 저렇게 그리면 현실성 없다고 욕 먹는다", "자산 1조원", "투타겸업의 전설", "쓰레기 줍기" 등등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지난 2013년 입단 이후 곧바로 '레전드'로 등극해 MLB 역사상 최초의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를 두 번이나 기록하고, 2023년 시즌 종료 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LA다저스)와 이적 계약하며 화제가 됐던 그의 행보에 국내외 할 것 없이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가 야구장의 활약 이외에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중 하나는 바로 그의 '인성'이다. 그가 공개한 '아홉칸 적기' 만다라차트에 따르면 오타니는 경기를 준비할 때 '운'을 올리기 위해 쓰레기를 줍고, 인사를 잘 하고 방청소를 해왔다고. 야구라는 본업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모까지 안정돼 있는 듯한 모습은 대중들로 하여금 '대체 어떻게 교육을 시킨 거냐'라는 질문을 쏟아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작성했다는 자신의 만다라차트.

일본에서는 오타니 쇼헤이를 포함해 세계무대에서 활약중인 여러 운동 선수들의 부모들을 인터뷰한 서적이 등장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천재를 만드는 부모들의 룰』이 그것. 이 책을 저술한 스포츠 라이터의 요시이 타에코와 고(故) 카와이 하야오 씨는 책에서 "부모들의 자세에 공통점이 있었다"며 정리했다.

이 정리 내용에 대해 일본 2030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취재했다. 또 이들 세대의 양육 가치관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한국의 젊은 2030과는 많이 다른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의 어머니와 아버지.

日 엘리트 부모가 아이에게 하지 않는 '세 가지'

오타니 쇼헤이를 키운 부모의 교육법은, 부모가 ‘세 가지’를 절대 하지 않기로 한 내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 가지는 무엇일까. 첫째는 '무조건 화내지 않는 것', 둘째는 '부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 앞에서의 부부싸움 하지  않기'다.

책의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인 요시이 타에코는 책에서 “무엇을 할 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타니 선수의 아버지는 “한 번도 아들에게 야구 연습을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무엇을 가라고 강요하거나, 반대로 무엇을 하지 말라고 극구 막는 것은 같은 의미라는 것.

이를 놓고 기자의 가까운 친구들인 세 남자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소타(29)와 쇼헤이(28), 준페이(23) 씨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이들 세 친구들은 “무엇인가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건 일본에서 사실 흔한 일”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본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 탓일지 몰랐다.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는가

이 중 일본 최고대학 도쿄대를 졸업해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소타와 쇼헤이 두 사람에게 (부모로부터) 공부하라는 압박이 없었냐고 질문하자 “학원을 하나 다니긴 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공부하라는 강요나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었다”는 답을 내놨다. 부모와 공부 관련한 마찰이 한번도 없었냐고 추가로 묻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넘어가는 시기에 ‘공부하세요’ 정도는 들었다”는 게 전부였다.

이들은 “물론 (공부를) 강요하는 가정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공부하라고 압박을 준다고 현실적으로 당장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식이 공부를 잘 했으면 하는' 마음과 별개로 ‘말해도 소용없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중 소타씨는 “오히려 도쿄대에 붙었을 때 부모님이 ‘너 어떻게 합격했냐’고 놀라서 되물었다”며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운동을 하고 지난달 IT 업체에 입사한 준페이 씨 역시 비슷한 답을 내놨다. 그는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손에 꼽는다”며 “운동으로 대학을 오긴 했는데, 여기에 대해 부모님이 무엇인가 말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내 밥벌이를 내가 하는 정도면 부모님의 개입은 크지 않은 거 같다”며 “일본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하는데, 부모와 자식 간에서도 이런 점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나름 진단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런데 부모와 자식은 타인인데 강요하면 안되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도 덧붙였다. 가족 안에서 부모의 목소리가 몇 배 강한 한국 가정과는 사뭇 달랐다.

일본은 학벌 개념이 무너졌을까. 도쿄대, 교토대 같은 대학의 입학은 '신의 영역'이라며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돈을 들여갈 수 있는 대학은 와세다대학이나 게이오대학 정도. 물론 도쿄대를 나오면 사회적으로 누리는 혜택은 엄청나다. 그렇지만 ‘혜택을 누리기 위해 나도 꼭 여기에 들어가겠다’거나 ‘나도 갈 수 있다’는 의지는 한국에 비해 강하지 않다. 이는 아직까지 일본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귀족과 평민 같은 신분 계급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신 이들은 예의가 없는 행동을 할 때는 가차없이 부모로부터 지적당했다고도 말했다. 소타 씨는 “다른 사람한테 민폐가 되는 행동을 하려 했을 때는 항상 제지 받았던 거 같다”고 했고 나머지 둘도 동의하는 몸짓을 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태도를 배운다

이들은 오타니 교육법의 '세 가지 안하기' 중 무조건 화내지 않는 것과 부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것 같다”라며 동의하면서도 ‘아이들 앞에서 절대 부부싸움 안 하기’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규칙 같다"고 답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소리 높여 싸우지는 않지만, 엄마 아빠 사이가 안 좋아 보일 때 눈치를 봤던 기억은 항상 있다”며 “가족 간의 시간을 많이 보내거나 대화를 많이 했느냐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는 답하기도 했다.

필자가 따로 전화로 인터뷰한 일본 2030 중에 IT업체에서 개발자로 근무중인 나오(26) 씨는 “부모님이 뭔가를 강요한 적은 없지만 부모님끼리 싸우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사회적으로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유년시절이 행복하고 건강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건 아닌 거 같고, 눈치를 많이 봤다는 게 솔직한 얘기”라고 전했다.

오타니 양육법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따로 있다. 아이에게 독방을 주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오타니의 부모를 취재해 저술한 『천재를 만드는 부모들의 룰 』에 따르면, 오타니는 독방을 거의 쓴 적이 없었다.

오타니는 “형과 방을 같이 쓰긴 했지만 본가에 있을 때는 계속 거실에 있는 느낌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어머니 역시 “아이 방은 ‘일단 있긴 했는데’ (오타니가) 거의 쓰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저자는 “아이에게 1인실 방을 주면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게임에 집중할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며 아이의 소통능력을 키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타니의 아버지 오타니 토오루는 책과 인터뷰 등에서 “아이가 부모의 눈치를 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아이는 부모의 기분이나 자세에 민감하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이렇게 했으면 하는 것'을 같이 즐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부모는 TV를 보면서 아이는 공부하라고 하는 것 같이, 아이에게 '이렇게 하라'고 해놓고 자신들도 같이 행동해주지 않으면 아이와 함께 성장해갈 수 없다는 얘기다.

오타니 쇼헤이(완쪽)와 그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

"아이 앞에 부부싸움 안하기는 어려워"

인터뷰한 소타 씨의 어머니 히로코 씨는 기자에게 “오타니 선수의 부모는 일본 모든 부모들의 선망의 대상”이라면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오타니 선수의 알려진 양육 방식에서 저 세 가지를 30년간 꾸준하게 지켜온 것은 정말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와의 소통 자세나 부부 사이의 문제를 아이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은 어른에게도 어렵고, 나도 그러지 못한 순간들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녀는 “부모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됐을 때는 이미 아이는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며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아이가 원하는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하는데, 부부관계에 대한 안정감을 주는 것도 이를 위한 중요한 요소인 거 같다”고 말했다.

오타니 쇼헤이 같은 선수를 키워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그건 부모의 양육법으로 가능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반대로, 아이가 알아서 하도록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인 듯하다. 일본의 2030 젊은이들은, 오타니 부모의 교육법이 일본 사회의 보편적인 자녀양육법에 비해 크게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 양소희는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 후 기자 생활을 하던 중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일본 생활을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인 남편을 만난 후 도쿄에 완전히 정착해 프리랜서 기자 생활과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이슈에 대한 현지인들의 '진짜' 생각을 한국에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