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줄 알았는데'...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3인 연합, 목적 밝혀야 주총 개최"

신동국 회장 등에 질의서 보내…"의문 해소 전엔 주총 진행 어려워"
"단지 본인이 하고 싶다는 이유라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꺼진 줄 알았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모녀'와 '형제'로 편을 나눠 격한 싸움을 벌인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권 다툼은 겉으로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가르마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신 회장이 손을 들어 준 모녀의 승리였다. 하지만 모녀와 형제 간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서울 송파구 소재 한미약품 본사. / 생생비즈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종훈 대표이사는 13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확대 등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신동국 회장 등 이른바 '3인 연합'에 "주총에서 바라는 바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임 대표는 이날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사옥에서 소액주주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주주가 주총 소집을 요구하면 개최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회사와 이사회로서는 제안한 내용에 동의해야 하는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주총을 열 수는 없다. 명확한 답을 듣기 전 이사회에서 주총 개최를 논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신 회장이 이사회를 직접 컨트롤 하고 싶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이라며 "단지 본인이 하고 싶다는 이유라면 그건 (타당한 이유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는 모양로 읽히는 대목이다.

13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사옥,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운데 왼쪽)와 소액주주 대표들과의 간담회. / 한미사이언스

그는 또 "3인 연합이 이사회 확대를 통해 추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새로 선임하려는 이사가 누구인지 등에 대해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임 대표는 3인 연합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총 개최를 시도할 경우에 대한 대응을 묻자 "법적 절차로까지는 안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승리해 친형인 임종윤 사내이사와 함께 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글로벌 자문사 등과 함께 투자 유치를 포함해 회사의 방향에 대해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며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모친인 송영숙 회장 등에게 설명하고자 했으나 송 회장 측에서 만남을 미뤄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신 회장에게도 투자 유치안 등을 설명하고자 했으나 들으려 하지 않았고, 지난달 초 송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3인 연합을 결성하며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가 3인 연합에 설명하려고 한 투자 유치안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대주주 일가 등과 함께 특수목적 기구를 만들어 공동 경영한 뒤, 일정 기간 이후 KKR이 엑시트(자본 회수)하고 경영권을 대주주 일가 등에 온전히 이전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 개최를 요구한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주주연대 대표 등은 대주주의 상속세 부담 등으로 인한 오버행(잠재적 주식 대량 매도) 이슈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주가 부양 방안을 포함한 주주가치 극대화·환원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주주연대는 3월 주총에서 인증 기반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약 2.2%의 지분을 확보한 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을 지지한 바 있다. 지난달 3인 연합이 이사회 확대 등을 요구하며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하자 다시 대주주의 입장을 듣겠다며 순차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주주연대는 지난달 말 임주현 부회장과 간담회를 했으며, 임종윤 이사를 상대로도 간담회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