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기능장애와 신체증상장애, 왜 구분해야 할까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자율신경이 망가진 것 같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숨이 차며,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곤하고, 식은땀이 나거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러 병원에서 혈액검사와 심전도, 초음파, 위·대장내시경, CT, MRI까지 시행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면 환자들은 묻는다.
“검사도 정상인데 왜 저는 계속 아픈 걸까요?”
이런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자율신경기능장애라는 설명을 듣고, 또 일부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신체증상장애(과거 신체화장애)라는 진단을 받는다. 두 질환은 모두 다양한 신체 증상을 보이고 일반적인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혼동되기 쉽다. 하지만 이 둘은 같은 질환이 아니며 치료의 방향도 다르다.
자율신경기능장애는 혈압, 심박수, 체온, 발한, 위장운동, 수면과 같이 원래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조절돼야 하는 생리 기능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기립성 저혈압이나 기립성 빈맥증후군(POTS)은 자세를 바꿀 때 혈압과 맥박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서 어지럼증과 두근거림이 반복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증상이 단순한 불편감을 넘어 실제 생리학적 조절 이상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신체증상장애는 정신의학적 진단이다. 여기서 핵심은 증상의 유무가 아니다. 증상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불안, 반복적인 검사 요구, 건강에 대한 지나친 몰입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 자체는 결코 가짜가 아니다. 통증도 실제이고 두근거림도 실제이며 피로감도 실제다. 다만 신체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뇌가 해석하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증상이 더욱 크게 인식되고 지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두 질환을 구분할 수는 없다. 실제로 자율신경기능장애 환자 역시 혈액검사나 영상검사와 같은 일반적인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율신경계는 특정 장기 하나가 아니라 몸 전체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율신경 이상 여부는 일반 검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증상 양상을 체계적으로 평가한 뒤 기립 전후 혈압과 맥박 변화를 확인하는 기립성 검사, 심박수 변이도(HRV) 검사, 기립경사검사, 발한기능검사와 같은 특수 검사를 통해 평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신체증상장애 환자 역시 심한 고통을 경험하며 반복적으로 의료기관을 찾는다. 따라서 진단의 핵심은 단순히 검사 결과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증상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 생리적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환자가 그 증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데 있다.
이 둘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치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율신경기능장애가 의심된다면 자율신경 기능을 평가하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수면 부족, 과로, 호르몬 변화, 운동 부족과 같은 생리적 유발인자를 찾아 교정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와 재활적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신체증상장애에서는 검사를 반복하는 것보다 증상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정서적 요인과 인지적 반응을 함께 다루는 치료가 더 중요하다.
최근에는 모든 증상을 자율신경 문제로 설명하려는 경향도 적지 않다. 반대로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증상을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진료실에서는 이 두 극단이 동시에 존재한다. 환자는 모든 증상을 자율신경 탓으로 생각하고, 의료진은 모든 증상을 스트레스 탓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두 접근 모두 위험할 수 있다. 자율신경기능장애를 놓치면 필요한 평가와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고, 신체증상장애를 간과하면 불필요한 검사와 의료 이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증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두근거림과 어지럼증, 같은 소화장애와 피로감 뒤에 어떤 원인이 숨어 있는지를 찾아내는 일이다. 정확한 진단은 환자를 가장 적절한 치료로 안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우리가 치료해야 하는 것은 검사 결과가 아니라 환자의 일상이며, 자율신경기능장애와 신체증상장애를 구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호정 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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