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서 굿했다"..무속인 상대 굿값 돌려달라 손해배상 청구 기각

울산지방법원 전경. /울산지법

가족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무속인의 말에 속아 수천만원의 굿을 했다며 굿값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이들이 패소했다. 울산지법 민사11부(재판장 정재우)는 A씨 등 3명이 무속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사이 신내림 굿값과 달마도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각각 7500만원, 5500만원, 5700만원 상당을 B씨에게 건넸다.

이후 A씨 등은 당시 B씨가 권하는 그림을 사지 않거나 굿을 하지 않으면 가족의 건강이나 안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로 자신들을 속이거나 협박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되돌려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사기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지만, 1·2심 무죄에 이어 검찰 상고 포기로 지난 2021년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민사 재판부 역시 무속인이 원고들을 협박하는 등의 증거가 불충분해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B씨가 단순히 가족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정도의 말을 했을 뿐, 일반적인 무속행위로서 원고들에 대한 협박이나 강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원고 중 일부가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가 원고를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그 가족의 건강이나 안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더라도 이는 길흉화복이나 천재지변의 예고다”며 “또 원고들이 주장하는 적절한 제례비용의 금액이라는 것은 민간 종교법인인 이 사건 종단에서 정한 것에 불과해 객관적인 금액이라고 보기 힘들고, 원고들이 피고에게 교부한 굿 시행 비용 등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정해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교부받은 비용이 매우 과다해 현저히 공정을 잃은 경우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