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한 대 값이 5,000만 원을 훌쩍 넘는 시대, 7인승 패밀리카를 마련하는 것은 평범한 가장에게 점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자동차(Geely)의 오카방고 L이 중국 현지 시작 가격 기준 약 1,800만 원(약 9만 9,900위안), 풀옵션 최고급 트림 기준 약 2,800만 원(약 14만 위안)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를 달고 시장의 통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단순한 저가 차량이 아니라, 볼보(Volvo)와 공동 개발한 엔진 기술을 탑재하고 7인 가족이 쾌적하게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중형 SUV라는 점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볼보와 공동 개발한 파워트레인
오카방고 L의 핵심 경쟁력은 파워트레인에 있다. 이 차에는 지리자동차와 볼보가 공동 연구·개발한 2.0리터 터보차지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 247마력, 최대토크 325N·m의 성능을 발휘하며, 7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DCT)와 맞물려 동력을 전달한다. 공차중량 1,590~1,660kg의 차체를 기준으로 0→100km/h 가속 시간은 약 7.9초 수준으로 측정된다.

엔트리 라인업에는 볼보와 공동 개발한 1.5리터 3기통 터보차지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EMS)이 결합된 파워트레인도 적용된다. 이 조합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0N·m를 발휘하며, 48V 전기모터가 주행 중 엔진 부하를 줄여 연료 소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공인 연비는 100km당 6.6리터(약 15.2km/L) 수준으로 7인승 중형 SUV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 오카방고 L의 차체와 공간 설계
오카방고 L은 기존 오카방고(하오유에) 모델의 롱휠베이스 파생형으로, 이름의 'L'은 'Long'을 의미한다. 전장 4,835mm, 전폭 1,900mm, 전고 1,780mm, 휠베이스 2,815mm의 넉넉한 체격을 갖추고 있다. 3열 시트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7인승 구성이며, 전체 좌석을 접었을 때 최대 2,360리터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3열 완전 폴딩 후에도 193리터의 기본 트렁크 공간이 남아 실용성이 뛰어나다.
실내에는 12.3인치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적용되며,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자유롭다. 음성 인식 기능과 AI 보조 시스템도 탑재돼 있어 운전 중 핸즈프리 조작이 가능하다. 연료 탱크 용량은 60리터로, 효율적인 연비와 합산하면 상당한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 지리자동차의 볼보 기술 공유 배경
지리자동차가 볼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2010년 지리그룹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후 두 회사는 단순한 모회사·자회사 관계를 넘어 엔진, 플랫폼, 안전 기술 등을 공동 개발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오카방고에 탑재된 1.5T 및 2.0T 엔진 모두 이 협력 관계의 산물이다. 볼보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자사 라인업 전반에 확대 적용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지리 브랜드 차량에도 이 기술이 공유된 것이다.

이 같은 기술 공유 전략은 지리그룹 산하의 링크앤코(Lynk & Co), 지커(ZEEKR), 폴스타(Polestar) 등 다양한 브랜드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볼보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지리 브랜드 차량은 단순 저가 중국차라는 이미지를 벗고, 검증된 유럽 기술이 접목된 가성비 모델로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오카방고는 중동,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볼보 기술 탑재를 전면에 내세워 판매하고 있다.

◆ 글로벌 확장과 한국 시장 전망
현재 오카방고 L은 중국 내수 시장을 비롯해 중동,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리자동차그룹은 2026년 전체 판매 목표를 345만 대(해외 64만 대)로 설정하고 공격적인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26년 4월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지커의 한국 출시 계획이 공개되는 등, 지리그룹의 한국 시장 진출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오카방고 L이 한국에 직접 출시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리그룹은 한국 시장 공략의 선봉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를 낙점했으며, 첫 모델로 지커 7X를 투입할 예정이다. 오카방고 L은 가솔린 기반 내연기관 모델로, 전동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한국 수입차 시장의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다만 지리자동차그룹이 2030년 글로벌 판매 650만 대를 목표로 한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저변을 꾸준히 확대할 경우, 향후 내연기관 또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추가 투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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