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불 딱지 붙은 소년원 복수극, 3년 만에 넷플릭스서 조용히 역주행

극장 개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서 뒤늦게 역주행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12월 개봉한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이 화제의 주인공으로, 14일 오후 기준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영화' 순위 8위에 오르며 이례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개봉 3년가량이 지난 시점에서의 재진입인 만큼,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발견되는 시점'의 차이가 흥행 곡선을 좌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크리스마스라는 따뜻한 제목, 그러나 정반대의 내용

'크리스마스 캐럴'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러닝타임 130분, 드라마와 액션이 결합된 작품이다. 제목만 보면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연상시키지만 실제 내용은 소년원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비극을 정면으로 다룬다. 개봉 당시에는 이런 어둡고 파격적인 수위 탓에 대중적인 관객층을 넓히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극장 흥행과 무관하게 OTT 플랫폼으로 무대를 옮기며 뒤늦게 새롭게 평가받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고, 이 작품 역시 넷플릭스 공개 이후 시청자들의 재평가가 이어지며 순위권에 진입한 경우로 해석된다.
갓세븐 박진영, 1인 2역으로 신인상 휩쓸어

연출은 드라마 '구해줘', 영화 '야수' 등을 만든 김성수 감독이 맡았고, 원작은 주원규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이다. 주연은 그룹 갓세븐 출신 박진영이 맡아 발달장애를 가진 쌍둥이 동생 주월우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소년원에 자진 입소하는 형 주일우를 1인 2역으로 소화했다. 김영민은 겉으로는 아이들을 감싸는 듯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소년원 상담교사 조순우 역을, 김동휘는 죽은 월우의 친구이자 비밀을 쥔 소년원생 손환 역을 맡았다. 이 작품으로 박진영은 제59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 연기상과 제4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했으며, 제10회 들꽃영화상 신인배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다. 작품 자체도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선판매되며 개봉 전부터 해외 시장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크리스마스 아침 발견된 시신에서 시작되는 복수극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아침, 시체 안치실에서 시작된다. 일우는 물탱크 안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 쌍둥이 동생 월우를 마주하는데, 온몸에 멍 자국이 가득했음에도 경찰과 주변 어른들은 사건을 단순 사고사로 조기 종결하려 한다. 동생이 마지막 통화에서 남긴 비명과 희미한 단서를 통해 일우는 동생을 괴롭히던 문자훈(송건희 분) 패거리와 소년원이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직감하고, 스스로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입소한다. 약육강식의 법칙만 작용하는 그 공간 안에서 일우는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범을 찾기 위해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고, 조사가 진행될수록 동생을 둘러싼 어둡고 추악한 진실과 어른들의 비리가 드러난다.
미화 없는 폭력 수위, 청불 등급의 이유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배경에는 미화 없는 날것의 폭력과 자극적인 소재가 자리한다. 김성수 감독은 멋있는 액션이 아닌 폭력신 그 자체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영화 중반부 좁은 목욕탕 안에서 유혈이 낭자하게 벌어지는 격투 장면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발달장애인인 동생 월우가 겪었던 가학적인 착취, 소년원 내부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성범죄와 가스라이팅 묘사 역시 직관적이고 묵직하게 그려지며,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는 폭언과 비속어가 강한 정서적 불편함과 압박감을 유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남 클럽부터 소년원까지, 사회파 작가의 시선

원작 소설을 쓴 주원규 작가는 한국 문학계와 대중문화계에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소설가이자 현직 개신교 목사이며 동시에 TV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방송 작가로도 활동하는데,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구약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력도 있다. 2009년 장편소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한 그는 강남 클럽, 청소년 범죄, 가출 청소년, 성매매, 부패한 종교계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고발해온 사회파 스토리텔러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강남 클럽이나 밑바닥 현장에 위장 취업하거나 침투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방식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 캐럴' 역주행을 계기로 김주혁·천우희 주연의 언론 드라마 등 그가 공동 각본으로 참여한 다른 영상화 작품들도 함께 재조명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