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7관왕 돌풍... 여우 주연 이어 남녀 조연상도 휩쓸어

박돈규 기자 2023. 3.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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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받은 양자경
영화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출연한 배우 양자경(뒷줄 왼쪽에서 셋째)과 제이미 리 커티스, 키 호이 콴, 스테퍼니 수, 제임스 홍, 조너선 왕과 공동 연출자인 대니얼 콴, 다니엘 셰이너트 감독이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관왕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결과를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부문으로 꼽혔다. 양자경에게는 영화 ‘타르’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를 연기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막강한 경쟁자였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에서는 양자경과 블란쳇이 뮤지컬·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에서 각각 여우주연상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오직 하나. 이미 수상 경험이 있는 블란쳇은 올해 환갑을 맞은 말레이시아 배우의 첫 샴페인 파티를 망칠 수 없었다. 이날의 승자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브리씽)의 양자경이었다. 아카데미 회원의 인종 다양성을 강화하는 최근 흐름도 동양인인 그녀에게 유리했다.

‘에브리씽’은 올해 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여우조연상·각본상·편집상 등 트로피 7개를 쓸어담았다.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라는 제목처럼 독식에 가까웠다. 이 영화에서 미국 이민 1세 에블린(양자경)은 멀티버스 안에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그 기억·감정·기술 등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한다.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겪는 현실적 고충과 세대 갈등을 액션과 SF, 코미디를 섞어 독창적으로 풀어냈다는 평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자경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1980년대 홍콩 액션물로 출발한 배우 양자경은 영화 ‘와호장룡’ ‘미이라3′ ‘가디언즈 오브 갤럭스2′로도 기억된다. 에블린의 대사 “그 한 줌의 시간을 소중히 할 거야”처럼, ‘에브리씽’에는 양자경의 평생에 걸친 긴 리허설과 다양한 경험이 다 담겨 있다. 골든글로브 때 이 여배우는 “오늘까지 4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 처음 왔을 때 꿈이 실현된 줄 알았지만 ‘넌 소수자(minority)야’라는 말을 들었지요.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힘든 투쟁의 연속이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아시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양자경은 이날 소감에서 여성을 언급했다. “여성 여러분,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라”고 할 땐 큰 박수가 쏟아졌다. “84세인 제 어머니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족들과 시상식을 TV로 보고 있어요. 이 상을 전 세계 모든 어머니께 바칩니다. 그분들이 영웅이에요. 어머니들이 없었다면 그 누구도 오늘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2023년 아카데미 수상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4관왕으로 시작된 아시아 강세는 2021년 ‘미나리’의 여우조연상(윤여정)을 지나 올해 ‘에브리씽’으로 이어졌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양자경처럼 인생 서사가 있는 후보에 더 많은 표를 던진다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 보트피플 출신인 배우 키 호이 콴(51)도 ‘에브리씽’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인디아나 존스’ 2편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한때 무술지도나 조감독으로 밀려나며 스크린에서 사라졌지만 ‘에브리씽’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키 호이 콴은 오스카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울먹였다. 어린 시절 난민 생활을 언급하며 “긴 여정을 통해 이렇게 큰 무대까지 올라왔다. 영화 같은 스토리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언젠가는 당신의 시간이 올 거야’라고 말해준 아내에게 감사한다”며 “여러분들도 꿈을 믿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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