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에는 내/외관 사양을 개선한 상품성 개선 모델이 출시됐습니다. 이미 'TWO-Line' 제네시스들이 국산차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디자인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뜯어고칠 필요는 없죠. 누가 하나하나 짚어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외관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도대체 어디가 달라진 건지 궁금해하고 있을 와중에 감사하게도 제네시스에서 차를 보내주셔서 달라진 GV70을 좀 더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타본 모델은 V6 3.5L 트윈 터보 엔진에 AWD가 결합된 스탠다드 모델로 '파퓰러 패키지 2'와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2', 기타 모든 옵션이 포함된 풀 옵션 사양입니다. 오묘한 푸른빛이 감도는 무광 세레스 블루 컬러가 참 고급스러운데요. GV70의 유려한 생김새와 맞물려 마치 한 마리의 돌고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앞서 출시된 상위 모델들처럼 작은 크기의 렌즈를 촘촘하게 넣은 'MLA LED 헤드램프'로 변경, 지능형 헤드램프의 조사 능력이 더욱 정밀해졌고 수정된 앞/뒤 범퍼와 내부의 패턴을 이중으로 처리한 그릴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더욱 화려하고 중후해졌습니다.

측면의 변화는 없다시피 한데요. 스탠다드 모델의 21인치 세련된 휠 디자인은 그대로였고 스포츠 모델의 전용 휠은 더욱 날렵한 디자인으로 변경해 신선함을 더했어요. GV80도 그렇지만 정말 옆라인 하나만큼은 동급 어느 모델을 갖다 놔도 가장 멋스러워 보이네요.

뒷모습의 변화 역시 크지 않았습니다만 드디어 범퍼 하단에 자리한 방향 지시등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존재감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확 좋아진 시인성은 덤이었고요.

물론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멀리서도 GV70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디테일이었던 상단 보조제동등 디자인이 심플한 'ㅡ' 모양으로 변경된 것, 또 앞서 출시된 상위 라인업들과 마찬가지로 일반형 모델은 기존의 노출형 머플러 팁이 사라졌는데요. 오각형의 크롬 장식으로 심심하지 않게 마무리한 것은 좋았지만, 기존의 세로형 머플러 팁도 독특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이 GV70만의 개성 있는 포인트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다행히 스포츠 패키지에는 기존의 원형 팁을 대구경 사각 머플러로 변경해 공격적인 분위기를 유지했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확 달라진 실내가 달래줬습니다. 변화를 주도하는 건 27인치의 거대한 디스플레이로 통합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었는데요. 제네시스만의 전용 테마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내비게이션으로 일체감이 뛰어났고, 그 외 딱히 특별한 기능은 없지만 생김새만으로 여전히 남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고급차,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이 남다른 분위기라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고 어떤 화면을 띄우냐에 따라 투박하게 뚝뚝 잘리는 부분들이 있어서 좀 더 다듬어지면 좋겠지만요.

다만 'ccNC'로 업데이트된 현대차들과 비슷한 느낌을 여기서도 봤는데요. 바로 획일화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잘 만든 장치를 돌려쓰는 거라 기능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고 상위 모델의 것을 그대로 공유하니 엔트리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일 수 있지만, 차급과 모델 간의 개성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작은 차는 작은 차대로, 큰 차는 큰 차대로 인테리어 구성을 통해 차량의 성격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나마 곳곳에 쓰인 타원형 디자인이 남아 있어서 약간의 개성을 간직하고 있는 게 좋더라고요.

개인적으로 G90을 시승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2개의 모니터를 나란히 배치하는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옥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게 매력이었는데 아예 긴 화면 하나로 통일한 지금은 과연 어떤 식으로 개성을 만들어 나갈지 궁금해지네요.

이 밖에 마찬가지로 제네시스의 최신 라인업과 공유하는 터치 스타일의 공조장치 조작부는 버튼의 구성을 손봐 센터패시아가 더욱 깔끔해졌습니다. 기존 스탠다드 모델에 쓰이던 럭비공 스타일의 2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드디어 멋스러운 3스포크 스타일로 변경된 것도 아주 반가운 변화예요.

여기에 빌트인 캠 2, 각종 OTT는 물론 유튜브까지 지원하는 미디어 기능과 이를 16개 스피커의 뱅앤올룹슨 3D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등 기존에 풍부했던 편의 사양도 몽땅 최신 사양으로 업데이트 됐습니다.

공간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뒷좌석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였달까요? 적어도 준중형 SUV 수준의 공간감으로 시트가 두툼하고 루프라인이 꺾여있어 넉넉하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성인 4명이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도 큰 불편 없이 쓸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에 뒷좌석에서 빛을 발하는 파노라마 썬루프, 쾌적한 측면 시야와 정숙성, 풍부한 편의장비 덕분에 만족감이 높았어요.

본격적으로 주행에 나섰습니다. 도로에 올라오자마자 승차감과 정숙성에 집중했다는 개발진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데요. 스탠다드 모델은 확실한 컴포트 지향으로 적당히 푹신하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대부분의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했어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고속주행 중 가속이나 감속 시 불쾌한 출렁임을 줄여 차체가 수평을 유지하는 기능을 새로이 품었고 굳이 계기판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친절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더욱 똑똑해진 주행 보조 장치로 항속 주행 시에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또 원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속도를 올려놓는 V6 3.5L 터보 엔진의 넉넉한 출력은 밟는 대로 나가고 속도감이 별로 안 느껴지다 보니까 종종 과속 카메라 만날 때마다 아찔하더라고요.
하지만 직전 모델에서 받은 평가대로 반박자 느리게 다가오는 파워트레인의 반응, 느긋한 조향감은 경우에 따라 답답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BMW 같은 날카로운 반응을 기대하신다면 분명 실망하실 거예요. 따라서 저처럼 그냥 편안한 주행 자체를 즐기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모델입니다.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 즉 고급차로 세단과 동일 선상에서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다수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세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포츠 패키지와 스탠다드를 이원화 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장점이고요.
2.5L 모델을 타보지 않아서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여유가 된다면 6기통의 질감과 풍부한 출력을 즐기면서 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아요.

하지만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죠. 그만큼 먹성이 대단했는데요. 약 900km가량을 주행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리터당 9.4km, 공인 연비를 웃도는 수치고 300마력 이상의 4바퀴를 모두 굴리는 차라는 것을 감안하면 납득은 가능했지만, 차급을 떠올리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G90보다 효율이 더 안 좋았으니까요.

이번에 만나본 GV70은 대중 브랜드의 제품과 결을 달리하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승차감까지 입문용 고급차에 기대하는 대부분을 갖춘 모델이었습니다.
옵션은 다다익선이라고, 상위 모델 부럽지 않은 풍부한 편의 사양이 모두 제공되는 점은 좋지만 이걸 다 선택하면 차값이 8,000만 원에 육박하는데요. 저라면 '에르고 모션 시트'와 '디지털 센터 미러' 같은 몇몇 호화 사양은 제외할 것 같습니다. 엔트리 차급인 만큼 굳이 모든 옵션을 다 넣기보다는 예산에 맞게 선택하고 추후 기변을 하면서 업그레이드의 여지를 남기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물론 양보 못하는 옵션도 있어요. 뱅앤올룹슨 프리미엄 사운드와 나파가죽 인테리어, 특히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만족도가 상당하므로 웬만하면 포함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밖에 말씀드리긴 참 조심스럽지만 전반적인 차량의 완성도가 오히려 상위 모델 GV80보다 높은 느낌이었습니다. GV80이 갓 나왔을 당시 시승할 때 느꼈던 당혹감, 이후 업그레이드된 GV80 쿠페를 탔을 때도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아 후속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밖에 없었던 그 느낌이 이 GV70에서는 딱히 들지 않았어요. GV70의 주행 감각이 매료되어 제네시스 SUV에 호감이 생긴 고객이 상위 모델인 GV80, 또 쿠페로 옮겨 때 그 만족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인가를 떠올려 보면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 GV70의 출시로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생 브랜드의 두 번째 SUV, 세그먼트에 처음 진출하는 모델이었음에도 걸출한 완성도를 선보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특히 디자인과 주행품질 면에서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앞서 상위 모델인 GV80 주행품질면에서 동급대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어요.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에서 뽑은 '2022 북미 올해 차'에 선정되는 등 해외 매체 및 소비자들도 상당히 호평했죠.

이런 분위기는 판매량이 증명했습니다. 출시 시기가 하필이면 '2020년' 모두가 기억하는 그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던 시기죠.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주춤하나 싶었던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다시금 럭셔리카 시장의 판매량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시장은 언택트, 즉 격리된 공간을 찾는 분위기와 함께 오히려 이득을 본 시장이었죠.
국내에서는 출시 이듬해인 2021년 한 해에만 4만 1천 대가량이 판매되어 베스트셀러 G8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제네시스가 됐습니다. 상품성 개선 모델이 출시된 올해에도 줄곧 인기가 이어져 지난 7월 3,839대로 G80마저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모델로 올라섰습니다.

역시 본 게임은 해외 무대죠. 주력 수출시장인 북미에서는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2021년 1만 대를 시작으로 꾸준히 성장, 2년 만인 2023년에는 2배가 훌쩍 넘는 2만 6천 대가량이 판매돼 제네시스 전체 판매량의 약 40%를 견인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개선되는 국산 브랜드의 인식과 좋은 상품성에도 후발주자임을 의식한 가격표를 달아 여전히 가성비가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쟁쟁한 경쟁 모델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나름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제네시스의 컴팩트 럭셔리 SUV GV70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치열한 전쟁터에서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독일 경쟁차에 대적하기에는 여전히 아쉽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비슷한 목표를 공유하는 2부 리그에서는 확실히 상위권을 노려볼 만한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승을 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 현재 제네시스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연비가 걸림돌인데요. 다행스럽게도 배터리 용량과 효율을 개선한 신형 일렉트리파이드 모델과 함께 기존의 완전 전동화 계획을 전면 수정, 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시금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기대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특히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EREV'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연료로 발전기를 돌리고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직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 전기차의 성능과 충전 스트레스 해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입니다.

오래전 쉐보레 '볼트'를 비롯한 몇몇 차량에서 선보였던 방식인데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전기차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취급을 받다가 조용히 사라진 바 있죠. 그 사이 발전을 거듭해 효율과 성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입니다. 여하튼 새로운 전동 파워트레인과 함께 글로벌 럭셔리카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길 바라봅니다. 하이브리드라면 정말 탐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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