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직업으로 삼다” MZ세대가 선택한 뜻밖의 자격증

장례식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다

성인이 되고 나서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우리는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장례 절차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은 단순한 역할 수행을 넘어, 고인의 마지막을 아름답고 존엄하게 마무리짓는 사람입니다.

최근 이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2030세대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4년 새 85% 증가한 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자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자는 2020년 1,602명에서 2023년 2,967명으로 무려 85.2% 증가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중 상당수가 MZ세대(20~30대)라는 점입니다.

청년 취업난 속에서 안정된 전문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유입니다. 특히 장례지도사는 정년이 없고,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단기적 일자리보다 ‘평생직업’을 고민하는 청년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장의사’가 아닙니다, 장례지도사는 전문가입니다

과거에는 장례와 관련된 일을 흔히 ‘장의사’로 뭉뚱그려 불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장례지도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직업입니다.

  • 유가족과의 상담
  • 염습, 입관, 운구 등 전반적인 장례 절차 진행
  • 장례식장 운영 및 시설 관리
  • 장례문화 컨설팅과 연출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하려면 전문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 자격을 취득해야 합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잇는 마지막 다리를 책임지는 전문가의 영역이 된 것입니다.

자격증은 어떻게 취득하나요?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교육기관에서 총 30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이론 150시간, 실기 100시간, 실습 50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9과목의 이론 시험을 통해 최종 자격을 평가합니다.

주요 교육 과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장례학 개론
  • 염습 및 장법 실습
  • 장례 상담 실무
  • 장사시설 운영 관리
  • 장사법규 및 제도 등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은 실제 장례식장에서 필요한 실무 능력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실습 과정에서는 실제 수의 착용, 시신 정리, 매질법, 유족 응대 등도 연습합니다.

왜 2030세대가 장례지도사를 선택할까?

충남 천안의 한 장례지도사 교육원에는 현재 수강생의 약 절반이 MZ세대입니다. 현장에서 염습을 연습하던 한 수강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장례식에 자주 참석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마지막을 도와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습니다.”

2030세대는 단순한 생계형 일자리보다 가치 있는 일, 사회적 의미가 있는 직업을 더 선호합니다. 장례지도사는 그 기준을 충족하는 드문 직업 중 하나입니다. 정년 없이 일할 수 있고, 현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사람을 위한 일이라는 점에서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웰다잉 시대, 장례지도사는 제2의 간호사다

‘웰빙’이 삶의 키워드였다면, 이제는 ‘웰다잉’이 시대정신이 되고 있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장례지도사는 죽음 이후의 과정까지 품격 있게 마무리해주는 전문가로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의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장례문화가 프리미엄화되고, 고인의 존엄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확대되면서 장례지도사는 더 이상 꺼려지는 직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간호사처럼 감정노동과 전문성을 겸비한 소중한 직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직업이 될 수도 있는 선택

2030세대에게는 새로운 직업, 4050세대에게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도구로, 장례지도사 자격증은 확실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을 가장 존엄하게 마무리해주는 사람. 그 역할을 책임지는 사람이 장례지도사입니다. 그리고 그 문은 지금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