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병원 파견 군의관’ 저격글…피해 군의관, 경찰에 고소

1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 명령에 따라 대학병원에서 파견 근무한 동료 군의관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비방·협박한 군의관들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일 피해 군의관 ㄱ씨가 ‘여러 군의관이 의사·의대생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올리고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고 고소장을 접수함에 따라 성명불상의 군의관들을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상관협박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 대상 게시물이 21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ㄱ씨에 대한 비방 글이 지난 6월17일부터 메디스태프의 군의관 게시판에 반복적으로 게시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를 보면, 해당글 작성자 ㄴ씨는 ㄱ씨가 부대 동료에게 “파견 근무를 나가서 바빴지만 본업을 하니 좋았다” 등의 발언을 했을 뿐 아니라, 자진해서 파견 연장을 신청한 게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군의관 게시판은 군의관 인증을 거쳐야 글을 작성할 수 있다.

ㄴ씨는 이어 “이 글을 읽고 본인인 것 같아 찔리시면, 등판해서 사과문이든 변명이든 하라. 3일 안에 등판 안 하면 X인싸(인사이더)에 친정부라 메디스태프 안 하는 걸로 간주하고 실명 박제를 하든 댓글 다신 분에 한해 슈터(메디스태프 보안 메신저)로 누구인지 알려주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ㄴ씨의 주장과 달리 ㄱ씨는 파견 연장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ㄴ씨는 이틀 뒤 게시판에 ㄱ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을 올렸고, 다른 군의관들도 ㄱ씨의 실명과 입대 전 일했던 병원 등 신상정보를 여러 차례 올렸다.

가해 군의관들은 여기에 더해 ‘ㄱ씨가 폭행 전과가 있다’, ‘ㄱ씨가 연장 근무를 신청했다’는 허위사실도 계속 유포했다. 한 군의관은 “여론전 하려면 잘생기고 멋있는 군인은 연장하는 게 맞지 않냐”며 “알파메일 ㄱ선생님 같은 분은 지금처럼 계속 연장하는 게 대의에 맞다고 본다”고 비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직 고소장 접수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공의 집단사직 뒤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장에 남은 의사 명단을 공개한 이른바 ‘의사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현재까지 △2월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참의사 리스트’ △7월 텔레그램을 통한 ‘감사한 의사 명단’ △아카이브 누리집 형태의 ‘감사한 의사 명단’ 수사를 이어 오고 있다. 지난달 10일 기준 게시·유포자 48명이 특정됐으며, 32명은 검찰에 송치됐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