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안에서 롤링 스톤스의 'Satisfaction'이 흘러나왔다. 30대인 기자에게는 아버지 세대의 음악이지만, 키스 리처드의 기타 리프는 여전히 심장을 두드린다. 곡이 끝나면 어김없이 나무위키를 뒤적이고, 유튜브에서 라이브 영상을 찾는다.
키스 리처드가 무표정한 얼굴로 기타 치는 모습, 믹 재거가 팔꿈치를 휘젓는 춤사위까지. 노래 하나에서 시작해 위키백과를 거쳐 라이브 영상으로 이어지는 이 디지털 탐험 코스가 요즘 세대들이 새로운 아티스트에게 빠져드는 전형적인 여정이 아닐까 싶다.
또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들을 때면 뉴올리언스의 습한 밤공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인데도 말이다. 몇 개의 코드와 멜로디가 어떻게 이런 착각을 만들어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기자는 몇 달 전 스포티파이에서 '벨벳 선다운'이라는 신인 밴드를 발견했다.
클래식 록의 정수를 완벽하게 구현한 사운드에 "드디어 몰래 덕질할 밴드를 찾았다"며 쾌재를 불렀다. 그래서 또다시 익숙한 디지털 탐험을 시작했다. 라이브 영상은 찾을 수 없었다. 인스타그램을 둘러봤더니 밴드 멤버들의 사진을 여러 장 찾을 수 있었다.

사진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마치 합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AI가 만든 사진이라는 판단이 섰다. 인공지능(AI) 도구를 매일 사용하고, AI 콘텐츠 동향을 매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얼마 후 밴드 측이 "일부 곡을 AI 음악 생성기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앨범 자켓, 밴드 사진, 음악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AI로 제작된 가상의 밴드였던 것이다. 유튜브 댓글창은 즉시 전쟁터가 됐다. "영혼이 없게 느껴진다", "실존하지 않는다는 게 슬프다"라는 탄식이 줄을 이었다.
흥미롭게도 이런 반응들은 대부분 AI 제작 사실을 알고 난 후에 나타났다. 음악 자체에 대한 초기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이 현상은 우리가 이미 '인공적인 것'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흥행하는 작품 가운데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하지 않은 작품을 찾기 어렵다.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면 'CG 너무 티 난다'라고 집어낸다. 영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되면 'CG 정말 자연스럽다'라고 말한다.

CG가 활용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울고 웃는다. 그 순간 우리가 느끼는 감정만큼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 음악은 어떻게 다를까. 핵심은 '창작 주체'의 문제다. 시민들은 CG의 경우 인간 창작자가 표현 도구로 사용하는 기술이지만, AI 음악은 창작 과정 자체에서 인간의 역할이 최소화된다고 믿는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기자가 처음 벨벳 선다운의 음악에 매료됐던 순간을 돌이켜보면 창작자의 정체성은 부차적(副次的)이었다.
음악이 전달하는 감정과 경험이 우선이었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다. 창작자의 정체성,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다. 또한 AI가 창작자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예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런 논쟁 자체가 예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호탄이라는 생각이 든다. AI 음악의 가치를 무작정 폄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창작자의 권익, 예술의 다양성, 문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저작권 문제, 원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AI 활용 사실의 투명한 공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1960년대 밥 딜런이 포크 기타를 내려놓고 일렉 기타를 집었을 때 "배신자"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포크 음악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포크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고 평가된다. 현재 누가 밥 딜런을 배신자라고 부를까.
예술은 늘 그렇게 진화해왔다. 기존의 틀을 깨트리고,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새로운 표준이 된다. 전자 신시사이저가 등장했을 때도, 디지털 녹음 기술이 도입됐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이다.
즐거움을, 감동을, 때로는 위로를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 AI가 만든 콘텐츠의 '작품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영상, 문학까지 전 분야에서 말이다. 창작자가 사람이든 기계든, 우리 마음을 울리는 것만이 진짜라고 생각된다.
기자의 차 안에서 다시 'Satisfaction'이 흘러나온다. 다음 곡은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둔 벨벳 선다운이다. 진짜와 가짜가 나란히 놓인 묘한 풍경. 기자의 귀에는 둘 다 똑같이 록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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