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텅빈 광장, 로봇순찰차만 덩그러니…열흘만에 다시 유령도시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 11.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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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조치 이후 재확산세, 사망자까지 나오자 방역 강화상점 영업 사실상 불가…자영업자 "연말까지 다 끝났다"
베이징 최대 번화가 싼리툰 소호. 음식 배달부 이외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사진=김지산 특파원


방역 완화, 이른바 '20개 조치'를 발표한 지 고작 열흘 만에 중국 수도 베이징이 봉쇄에 버금가는 조처가 내려졌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올 이유가 없어지자 경제 활동은 멈추고 순식간에 유령도시로 변했다.

21일 오전 11시 베이징 최대 번화가 싼리툰 소호. 음식 배달원들만 바쁘게 뛰어다닐 뿐 인적은 거의 없었다. 식당들 절반은 문을 닫고 그나마 문을 연 나머지 식당들은 '식당 내 식사 불가, 포장만 가능'이라는 손글씨를 입구에 붙여놓고 영업했다.

직전 주말부터 거주 인구 350만 지역 차오양구가 모든 식당에 대해 식당 내 영업을 금지했다. PC방, 체육 시설, 숙박시설 등도 마찬가지. 이날부터 베이징 전 지역 초중고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기업들에는 70%까지만 출근하라는 명령 같은 권고가 하달됐다.

식당이 아닌 꽃집 같은 상점들은 입장 가능 손님 수를 50% 이내에서만 허용한다는 글귀를 써 붙였다. 사실 이런 글귀는 지난주부터 내내 붙어 있었는데 주말을 기해 아예 문을 열지 않고 있다. 한인 밀집 지역인 왕징 한식당들은 음식들을 할인 판매하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 식재료들을 하루라도 신선할 때 방출하자는 심산이다.

싼리툰 소호 내 한 식당. 포장만 가능하다는 손글씨가 써붙었다/사진=김지산 특파원

자영업자들의 이런 대응은 올 5월 한 달간 베이징에서 진행됐던 반봉쇄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베이징시는 16개 구 대부분 지역에서 시민들을 집 안에 가두는 완전 봉쇄 내지 집 밖 어떤 시설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사실상의 봉쇄를 단행했다. 이번에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영업 중단이 이어질 거라고 자영업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싼리툰 내 한 식당 주인은 "우리는 그나마 배달 주문하는 고객들이라도 있지, 그렇지 않은 식당들은 연말까지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행 1번지로서 젊은이들의 성지로 통하는 타이구리도 사정은 똑같았다. 유동 인구는 씨가 말랐는데 유전자증폭(PCR) 음성 증명을 확인하는 요원들 여러 명이 타이구리 입구에서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자영업자 반대편에 선 이들이야말로 중국의 '신종 철밥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으면 입장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애플 전시장도, 줄 서서 주문해야 했던 쉐이크쉑버거도 그저 그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건물일 뿐이었다. 인적 없는 타이구리 광장 한복판에는 로봇 순찰차만 공허하게 굴러다녔다. 내수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4분기 GDP 성장률 개선을 기대하는 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됐다.

타이구리 내 애플 전시장. 인산인해였지만 기약없이 전시장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김지산 특파원


베이징시 보건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962명(무증상자 808명 포함) 신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 18일 신규 감염자 621명보다 341명 늘어난 인원이다. 사망자는 2명 더 늘었다. 중국 전역을 통틀어 6개월 만에 한 남성(87세)이 사망하더니 하루 만에 2명이 더 숨졌다. 사망한 91세 여성은 뇌경색과 치매를 앓고 있었다. 88세 남성은 고혈압과 뇌경색 환자였다.

사실 베이징은 공산당 수뇌부가 거주하는 도시인 데다 수도라는 상징성 때문에 '반봉쇄' 조치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광둥성 광저우 지역봉쇄는 벌써 한 달이 다 돼가고 하이주구 여성 두 명은 남성 방역 요원들에게 제압당하고 무릎이 꿇리는 지경이다. 신장, 네이멍구 주민들이 집 안에 갇힌 지 석 달이 넘었다.

허베이성 성도 스자좡은 25일까지 닷새간 장안구 등 도심 6개 구 봉쇄 조치하고 후베이성 성도 우한도 도심 5개 서취를 봉쇄했다.

중국 내 방역 관련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누구도 책임 있게 상황을 정리할 수 없다. 중앙 정부는 소위 '20개 조치'로 방역 완화를 깃발을 들었는데 지방 정부들은 지금까지 그랬듯 손쉬운 봉쇄로 대응한다. 중앙 정부는 이런 지방 정부들 행태를 바로 잡지 않는다.

이유는 고강도 방역이든, 완화적 방역이든 전제는 '제로 코로나'이기 때문이다. 방역에 있어 제로 코로나는 헌법이며 전가의 보도다. '제로 코로나'가 존속하는 한 20개, 40개, 100개 조치가 나온들 아무짝에 소용없을 거라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이다.

공터가 돼버린 타이구리 광장에 순찰차만 굴러다니고 있다. /사진=김지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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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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