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도심 속 트래킹 명소 4
‘트래킹화? 그게 굳이 필요한가?’라고 생각하는 트래킹 초보자들이 있다. 이해한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몇 년을 운동화 한 켤레에 의지해서 산을 올랐었다. 운동화가 망가지고 발이 아파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차오르는 정복감과 성취감에 취해, 앞서 겪은 불편은 잊고 다음 주면 또 산을 찾았다. 그렇게 사계절 내내 산을 다니다 보니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비, 눈, 낙엽 삼대장 때문에 미끄러질 뻔한 적만 몇 번인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까지 위험하게 산을 다녔나’ 싶다. 저렴한 트래킹화라도 하나 사서 신을걸.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다녔던 산들은 초심자가 오르기 좋은 산으로 소문난 곳들이라 정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초보자도 가뿐하게 다닐 수 있는
도심 속 트래킹 명소 4곳
이렇게 주절주절 떠드니 대체 어떤 산을 다녔는지 궁금하다고? 궁금하면 오백 원!은 농담이고 무상으로 알려주겠다.
1. 북악산
필자가 가장 많이 다녔던 산이다. 거짓말 안 하고 날씨 안 좋을 때 빼고는 작년에는 일주일에 1번씩은 꼭 갔었다. 이유는 창의문을 포함해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성이 매우 좋고, 정비가 잘 되어 있기 때문. 더불어 루트도 다양하기 때문에 오를 때마다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창의문 방향으로 입산할 경우 계단 지옥을 맛볼 수 있다. 높이는 342m.
2. 인왕산
필자가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올랐던 산. 여기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복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곳이다. 최신 등산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산을 오르는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기 때문. 높이는 338m로 북악산과 비슷하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구간은 길이 하나고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초보자들한테는 좀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3. 남산
여기는 데이트 코스 아니야?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트래킹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많이 찾는 명소다. ‘꼭 험한 길을 걸어야만 운동인가? 즐거우면 됐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에게는 최적의 산이다. 특히 길이 정말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초보자도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4. 아차산
지하철역에서 산 입구까지 거리가 조금 있긴 하지만, 높이가 287m라 오르는 것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은 산. 게다가 앞서 소개한 산들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왕초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참고로 롯데타워 뷰 맛집이기도 하다.
이쯤이면 이제 이런 반문을 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아무리 봐도 트래킹화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운동화로도 충분해 보이네."라고 말이다. 아니다. 그래도 트래킹화는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내 경험만 봐도 그래 보이지 않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그런데 신발 하나만 바꿔도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어떤 트래킹화를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럴 땐 우선 잘 알려진 브랜드의 제품을 고르자. 그러면 적어도 중간은 간다. 가격 때문에 고민이라고? 걱정하지 마시라. 그럴까 봐 가격대별로 어느 브랜드 제품이 괜찮은지 정리했다.
10만 원 미만
트렉스타/네파
트렉스타는 1988년 세워져 현재까지 등산인들 사이에서 ‘믿고 신을 수 있는 등산화를 만드는 곳’으로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다. 과거 세계 최초로 메쉬 소재를 적용한 경등산화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1980년대까지만 해도 등산화 소재는 통가죽을 쓰는 게 대세였던 걸 감안하면 혁신 그 자체.
트렉스타 코브라 GT 900은 자회사인 신발창 브랜드 ‘하이퍼그립(HyperGrip)’ 아웃솔을 장착해 접지력과 안정성을 높인 트래킹화다. 외피는 합성피혁과 폴리에스터 100%, 안감은 폴리에스터 100%를 사용했다. 참고로 보아시스템을 적용한 제품이고 남성용이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로 익숙한 네파는 사실 1996년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국내에는 2005년 론칭됐다. 최근에는 ‘칸네토 시리즈’를 선보여 더욱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해당 시리즈는 강력한 접지력과 편안한 착용감, 그리고 스타일까지 갖춰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웃도어 활동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무난하게 신을 수 있는 트래킹화를 찾고 있다면 이런 제품은 어떨까? 네파 스피릿 보아 고어텍스 7H17621은 깔끔한 디자인과 안정적인 착화감이 강점인 트래킹화다. 밑창은 네파의 독자적인 기술인 ‘라이트 포스 브이 (LIGHT FORCE V)’ 아웃솔을 사용하여 접지력을 높였다. 참고로 라이트 포스 브이 아웃솔은 바닥 전면에 부틸 고무가 30% 함유되어 있다고. 내피는 고어텍스와 폴리에스터를 사용하여 방수, 방풍 기능 또한 뛰어나다. 보아시스템을 적용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
10만 원대
K2/캠프라인/트렉스타/네파
K2는 1990년대 등산화 시장을 주름잡던 브랜드 중 하나다. 그렇다고 현재 뒤처지는 브랜드란 얘기는 아니다. 여전히 특수 목적 산악화 시장에서는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더불어 더 나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독자적인 기술인 ‘엑스 그립(X-Grip)’이 그 예. 참고로 엑스 그립은 아웃솔의 내마모성(잘 닳지 않는 기능)과 접지력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K2 플라이하이크 클라우드 FUS22G15 W3 (136,280원) / 출처: K2 케이투
K2 플라이하이크 클라우드 FUS22G15 W3는 ‘구름 위를 걷는 듯 잘 나가는 하이킹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연예인 수지까지 대동하여 선전했던 이력이 있다. 광고만 공을 들인 것은 아니다. 성능 또한 많은 신경을 썼는데, 플라이폼 (FLYFOAM)이라는 독자적인 탄성 폼도 적용했기 때문에 보행 시 풍만한 쿠션감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앞서 소개한 엑스 그립을 적용한 제품이다.
캠프라인은 ‘한국 산에 강한 등산화’를 핵심 가치와 원칙으로 내건 브랜드다. 1974년 서울 남대문 시장의 등산 장비점에서 시작하여 아웃도어 외길을 걸어온 결과, 현재는 등산화라면 국내에서 손에 꼽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캠프라인 산티아고 로우는 발볼이 있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트래킹화다. 외피는 방수 누벅 가죽(천연 소가죽) & 스프리트, 그리고 메쉬를 사용했다. 내피는 고어텍스와 메쉬로 만들었다. 아웃솔은 파일론 미드솔과 릿지엣지 고무창으로 이루어져 있다. 참고로 무게는 502g으로 사람에 따라서는 좀 무겁다 느낄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보아시스템을 적용한 제품이 A/S 문제로 꺼려진다면, 이 신발은 어떨까? 트렉스타 코브라 FS 3.5 GTX는 전작인 코브라 2.5 R GTX와 달리 보아다이얼이 분리가 되기 때문에 A/S가 가능하다. 외피는 누벅가죽, 내피는 고어텍스를 사용했고, 남성용 트래킹화.
네파 공용 하이플로우 쿠시 고어텍스 7JC7620 (110,490원) / 출처: 네파 | NEPA
네파 공용 하이플로우 쿠시 고어텍스 7JC7620는 러닝화에서 각광받는 소재인 피백스(PEBAX)를 등산화에 적합한 형태로 적용한 제품이다. 여기서 반발탄성은 탄력이 있는 물체가 충격을 받았을 때 본래의 모양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서 복원력이 좋다는 얘기다. 더불어 통기성도 좋게 나온 신발이라서 사계절 내내 신기 좋다. 무게는 약 426g.
20만 원대
호카/K2
편하고 예쁘기까지 한 신발을 찾는다? 그렇다면 답은 호카다. 호카는 2009년 프랑스에서 창립된 회사로 2013년 ‘데커스’라는 미국 기업이 인수하여 운영 중이다. 정확히는 등산화 전문 브랜드는 아니고, 운동화 브랜드다. 하지만 등산화도 잘 만든다. 특히 젊은 등산인들 사이에서는 착화감과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호카 아나카파 2 로우 GTX 시리즈는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흥미롭게 느낄 신발이다. EVA 중창은 30%가 사탕수수로 이루어져 있고, 갑피는 재활용 소재를 혼합해 만들었다. 내피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고어텍스를 사용했다. 이쯤이면 친환경 마니아를 위한 트래킹화라고도 봐도 되겠다. 참고로 아웃솔은 ‘비브람 메가그립 아웃솔(Vibram® Megagrip outsole)을 적용했다.
K2 플라이하이크 블라스트 FUF23G01 E2‘ 를 보고 ‘상품명이 왠지 낯익은데? 아까 소개한 상품 아냐?’라는 생각이 든다면, 맞다. 10만 원대 제품 추천에서 소개한 그 ‘플라이하이크’ 시리즈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신발을 추천하는 이유는 K2 하면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게 바로 플라이하이크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K2 측에 따르면 누적 판매량 100만족을 돌파한 시리즈다. 그중에서도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신발을 찾고 있다면, K2 플라이하이크 블라스트 FUF23G01 E2를 추천하고 싶다. 신어 보면 알 거다. 배색만 예사롭지 않은 게 아니라 기능도 뛰어나다는 것을 말이다.
30만 원대
호카
호카 카하 2 로우 GTX 1130530-OTDN 는 트래킹할 때도 멋은 포기할 수 없는 폼생폼사들을 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이 정말 잘 빠졌다. 그러나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 부드러운 착화감과 뛰어난 접지력이 바로 그것. 사람으로 치자면 얼굴도 잘생겼는데 공부도 잘하는 그런 우등생 같은 신발이다.
호카 토르 울트라 로우 1130310-BZST는 앞서 선보인 토르 울트라 하이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든 신발이다. 소재는 비브람 메가그립 아웃솔, 내피는 고어텍스를 사용했다.
“그래도 음주 산행은 안 돼요!”
출처: 채널A 뉴스
하지만 아무리 접지력이 뛰어난 신발을 신고 오른다고 해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음주 산행이다. 위험할 뿐만 아니라 과태료도 있다. 처음 위반 시에는 5만 원, 두 차례 이상 적발되면 10만 원이나 내야 한다. 이 점을 유의하여 산에 오른다면 더욱 즐겁고 멋진 트래킹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김주용 jyk@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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