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5060대 사이에서는 동창회를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만나면 자식 이야기와 돈 이야기, 누가 더 잘사는지 비교하는 분위기가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더 들면서 다시 옛 친구를 찾는 사람들도 생긴다. 젊을 때는 몰랐던 동창의 가치가 은퇴와 자녀 독립 이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1. 회사 사람들은 퇴직하니 생각보다 빨리 멀어졌다
직장에 다닐 때는 매일 만나는 동료가 친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퇴직하고 몇 년이 지나면 연락할 이유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관계도 뜸해진다.
그제야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는 친구가 생각난다. 직함도 명함도 없던 시절의 나를 기억하는 동창 앞에서는 지금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이 있다.

2. 자식들이 독립하니 주말에 만날 사람이 줄었다
50대까지는 자식과 가족 일정만 따라가도 주말이 금방 지나간다. 하지만 자식이 결혼하거나 독립하고 나면 부부에게 갑자기 빈 시간이 많아진다.
처음에는 편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이번 주말에는 누구 만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때 연락처를 넘기다 결국 오래된 동창의 이름에서 손이 멈추는 것이다.

3. 부모님이 떠나고 나니 옛날 이야기를 할 사람이 그리워졌다
나이가 들수록 어린 시절을 함께 기억해주는 사람은 줄어든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향도 예전 모습을 잃으면 내가 자랐던 시절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동창밖에 남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교 앞 분식집과 선생님 이야기처럼 별것 아닌 추억인데도 함께 웃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동창회가 단순히 친구를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지난 시간을 다시 만나는 자리가 되는 것이다.

4. 결국 노년에는 돈보다 ‘불러주는 사람’이 귀해졌다
젊을 때는 동창회 연락이 귀찮아서 몇 번씩 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60살을 넘으면 누군가 “이번에 너도 꼭 나와”라고 말해주는 것이 생각보다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지만 그래도 나를 기억하고 찾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처럼 누가 더 잘사는지 경쟁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동창회에 가는 이들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화려한 인맥보다 아무 이유 없이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연락할 수 있는 몇 사람이다. 오래된 동창이 다시 소중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창회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비교와 자랑만 반복되는 모임이라면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형편을 비교하던 시기를 지나 안부를 묻고 옛날 이야기에 웃을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젊을 때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넘쳐서 오래된 친구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새로 만날 사람은 줄어들고 나를 오래 기억해주는 사람은 더욱 귀해진다. 어쩌면 5060대가 다시 동창회를 찾는 것은 옛날이 그리워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함께 늙어갈 사람이 필요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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