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책이 읽기도 좋다, 2024 최고의 책 표지 3

조회 5712024. 12. 27.

독자의 시선을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사로잡는 것은? 다름 아닌 표지다.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 독자들은 표지를 보며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된다. 표지는 사람들을 매혹하며, 끌어당기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많은 표지 중 가장 감각적인 작품은 무엇일까. 올해 역시 각축전이 벌어졌다. 미국 문학 웹사이트 ‘릿헙’이 2024년 최고의 책 표지를 선정했다.

ⓒLiterary Hub

미국의 중심에서 문학을 외치다, 릿헙.

릿헙(Literary Hub)은 2015년에 개설된 일간 문학 웹 사이트다. 책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다루고 있는데, 서평, 문학, 뉴스, 리뷰 등 카테고리가 다양하다. 미국에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놀이터인 셈.

릿헙은 창립 이듬해인 2016년부터 매년 그 해의 책 표지를 선정해왔다. 처음에는 17명의 북 디자이너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54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릿헙의 요청에 따라 업계 최고의 북 디자이너들은 본인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책 표지를 고르고 선정한 이유를 밝힌다. 올해는 총 167권의 감각적인 책 표지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중에서 1위와 공동 2위를 차지한 표지를 소개한다.


1위: 홀로그램이 선사하는 완벽한 예술, 파블로 델칸

1위는 제프 밴더미어의 ‘서던 리치 3부작’. 10주년을 기념하여 북 디자이너 파블로 델칸이 새로운 책 표지를 제작했다. ‘서던 리치 3부작’은 출입이 금지된 불가사의한 땅 ‘X구역’에 대해 기괴하고 경이롭게 풀어낸 SF 환경 스릴러 소설로,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으로도 각색됐다.

ⓒPablo Delcan

소설에는 환경 재앙으로 격리된 미지의 구역의 동물이 등장한다. 파블로 델칸은 검은 배경과 화려한 홀로그램으로 왜곡된 형태의 동물들을 표현했다. 자연과 초현실적 현실이 뒤섞여 아름다운 동시에 일그러진 동물은 독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Pablo Delcan

파블로 델칸은 매혹적이고 기이한 홀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지난 10월 제프 밴더미어가 ‘서던 리치 3부작’의 후속작을 발표했다. 그 표지에서 파블로 델칸은 식물학적으로 왜곡된 악어를 홀로그램을 사용해 표현했으며, ‘서던 리치 3부작’에서 보였던 섬뜩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냈다. 뉴욕타임즈 선정 2024 최고의 책 표지 12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가 제프 밴더미어는 ‘파블로 델칸의 예술 작품이 정말 흥분된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며 극찬했다. 아트 디렉터이자 북 디자이너인 안나 모리슨은 ‘3부작 전체가 예술 작품이다. 훌륭하고, 아름답고, 무섭기까지 하다’고 감탄했으며, 북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제이슨 아리아스는 ‘새 표지가 시리즈 재 디자인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며 ‘홀로그램 호일과 왜곡된 동물들’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공동 2위: 여백의 묘미가 돋보이다, 린다 홍

2위에 오른 ‘순교자’는 미국의 시인 카베 아크바르가 쓴 소설이다. 주인공은 이란계 미국인 시인 사이러스로 죽음과 중독, 폭력과 상실에 맞서는 내용을 담았다. 표지는 린다 홍이 작업했다.

ⓒLinda Huang

린다 홍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영리하게 배치하여 표지를 만들어낸다. ‘순교자’는 노란색 바탕과 대조적인 검은색 텍스트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이유는 말을 탄 전사가 ‘미니어처’ 만큼 극단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옆 말풍선은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와 ‘소설’. 단 두 줄이 독자의 흥미를 자아낸다.

ⓒLinda Huang

린다 홍은 그의 또 다른 작품 ‘당신의 손상된 영광 속에서 당신을 사랑해 줄 사람’에서도 여백의 운치를 뽐낸 바 있다. 분홍색 배경에 제목과 작가를 검은 필기체로 적고, 금이 간 작은 계란 하나를 중앙에 배치한 후 나머지는 전부 여백으로 남겨놓는 방식이다.

린다 홍은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미친듯이 재미있었다’며, 작품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비극적 코미디 분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북 디자이너 준 파크는 ‘정말 재미있고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는 경탄을 남겼고, 작가 카베 아크바르는‘순수하고 역동적이며, 경건하지만 모험심이 있는 표지’라는 찬사를 남겼다.


공동 2위: 시선을 사로잡는 분홍색 물방울, 그레이스 한

‘순교자’와 함께 공동 2위에 오른 리즈 무어의 작품 ‘숲의 신’은 여름캠프에서 사라진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서스펜스 스릴러 문학이다. 13살 소녀의 실종이 14년 전 실종된 오빠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작품 내내 긴장감이 감돈다.

ⓒ Grace han

‘숲의 신’은 북 디자이너 그레이스 한이 작업했다. 그는 다채롭고 압도적인 타이포 그래피를 이용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 만큼 ‘숲의 신’에서는 ‘대담하고 예상치 못한 디자인’의 서체가 먼저 눈에 띈다. 또한 ‘긴장감’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수직으로 떨어지는 분홍색 액체로 시각화했다. 독자들은 흘러내리는 한 방울의 분홍색 페인트를 보며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느낄 수 있다.

ⓒ Grace han

그레이스 한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가 쓴 ‘타국에서의 1년’ 표지 디자인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감각적인 서체와 아름다운 색채의 조합이 특징적이다.

출판사 더블데이의 수석 아트 디렉터 에밀리 마혼은 입체적으로 그려진 ‘분홍색 물방울’에 대해 극찬했으며, 그래픽 디자이너 데이비드 리트먼은 ‘이미지의 대조와 수직 공간의 활용’에 대해 ‘만족스럽고 촉감있는 방식으로 고전적 유화를 재활용했다’며 감탄했다.

책 표지는 북 디자이너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하나의 예술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서점에 들려 표지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

ㅣ 덴 매거진 Online 2024년
에디터 안우빈(been_1124@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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