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 : 낯선 풍경, 추니박 작가

<안현정의 아트픽> : 안현정 미술평론가(예술철학박사, 성균관대 박물관 학예실장)가 추천하는 작가입니다.

나의 목적은 한지의 원초적 특징인 스며듦을 이용해 채색하고,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붓의 아날로그적 기능인 그리기를 이용해, 내가 목격한 풍경의 원형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내가 구축한 회화적 구조를 바탕으로 나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가는 것이다.

내가 미국풍경을 그리는 것은 탐험가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나의 방법으로 세상의 풍경을 한지위에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 작은 목표 중 하나이다.

엄밀히 따지면 나는 나의 그리기 방법에 풍경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풍경에 맞춰 나의 방법을 바꿔 나가는 것이 작업의 방향이다.

낯선 어떤 것들을 그리기 위해 나는 거기에 맞는 또 다른 선과 점과 구도와 색채를 찾아내야 한다. 궁극적으로 나는 그 일이 늘 흥미롭다.


조수아 트리 숲

90X190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Spirit Mountain

175X130cm_한지에 먹, 아크릴릭_2024

그늘 속의 자화상

90X73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기억의 풍경 - Torrey

65X194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낯선 어떤 풍경 - 캐피톨 리프

90X70cm_한지에 먹, 아크릴릭_2024

노란 꽃과 창고가 있는 모하비 사막

28X53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노란 버스가 있는 토리의 노을풍경

71X138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달이 뜬 사막의 새벽

70X129cm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라스베가스 가는 길

73X90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물 위의 산책

90X73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브라이스 캐년에 서다

175X130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빨간 창고가 보이는 고불린 가는 길

28X54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산책

90X73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자이언 캐년을 날다

90X73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잔설이 남아 있는 브라이스 캐년

130X130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침묵의 벽

98X118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침묵의 시간

130X93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파노라마 포인트에 서다

61X139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릭_2024

안현정(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나의 목적은 한지의 원초적 특징인 스며듦을 이용해 채색을 하고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붓의 아날로그적 기능을 이용해 내가 목격한 풍경의 원형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 추니박 작가노트 중에서

장르 추니박(Genre Chuni Park). 새로운 경지에서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움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우리는 ‘장르를 개척한 화가’라고 말한다. 한지의 본질을 버리지 않고 세계 각국의 유구한 자연을 ‘스며들 듯 연결한 작업’들은 동양화의 필선과 만난 ‘빛-색(the color of light)’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모필에 에너지와 한지의 속성을 잘 살린 그림들은 동아시아의 필선 문화와 빛을 연구해온 서구 색면 문화의 장점을 융합한 ‘종합주의’적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아시아의 모필(毛筆)과 서구적 색면(色面)의 글로벌리즘

해외 사생 여행 중 얻은 작가의 깨달음은 전 세계의 경관들을 동양화 붓으로 평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오레건과 애리조나, 유타주 등을 여행하며 재현한 풍경들은 어떤 이도 도전하지 못한 ‘사생 기행이자 현장 기록(Sketch travel and on-the-spot record)’이다. 겸재 정선(鄭歚, 1676~1759) 시대의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가 ‘한국의 내재적 근대화’의 첫걸음이라면, 추니박의 사생풍경들은 그랜드캐니언·요세미티·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지역 광활한 자연과 숲길의 경험에서 체득한 ‘K방식의 글로벌 자연기행’이었다.

‘검은 모노크롬’ 같던 이전 시대의 먹은 묵직한 에너지로 바탕이 되고, 대지의 에너지가 불타는 색채의 향연은 ‘필획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 속에서 완성된다. ‘보고 기록하고 소요(逍遙)’하는 작가의 자기 극복의 과정은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한 낯설고도 설레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병춘이라는 실명의 끝 자인 ‘춘’을 어린 시절 친구들이 부르던 명칭과 결합한 ‘chuni’라는 영문명도 ‘글로벌한 작가로의 도약’ 때문이었다. 미국 LA 아트페어의 성공을 전후해 다양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작가는 “글로벌한 경향 속에서 모필 하나로 한국화의 가능성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

실제로 많은 한국화 전공의 후배들은 먹을 바탕삼은, 추니박의 낯선 새로움에서 ‘K-한국화’의 미래를 발견한다. 엄청난 크기로 압도하는 ‘수묵 산수’가 단순한 색의 과감한 대비 속에서 ‘호방한 단색풍경’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작가는 “한국화는 아직 한 번도 자기혁신을 통해 세계에 도전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자기만의 묘법(描法)을 ‘추니_스타일’로 활용해온 작가는 혹자들이 이야기하는 꼬불꼬불한 필선 ‘라면 준법’을 개발했다. 추니박의 세계화 브랜드는 이렇듯 전통 필법 자체를 ‘자기 스타일’로 바꿔 색면과 연동한 ‘동·서 미감의 결합’에서 출발한다.

동아시아 산수화(山水畵))에서 사용하는 조감법을 평면화하면서도, 자신만의 채색을 가미해 사물의 본질과 실존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평론 중에서

청년타임스 정수연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