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코글루의 토트넘 2년. 철학-만용-실리 결국 경질까지 보여준 5경기

사진출처=토트넘 SNS

"우리의 시즌3는 시즌2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겁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언장담했다. 5월 23일 금요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앞에서 그는 '시즌 3'를 이야기했다.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2025~2026시즌에도 토트넘을 맡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대부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한 시즌 더 토트넘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과에 대한 검토와 심사숙고 끝에 포스테코글루 감독과의 동행을 마치기로 결정했다.'

냉정했다. 6월 6일 토트넘은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을 알렸다. 유로파리그 우승도 소용없었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에 기대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여러 대회에서 동시에 경쟁할 수 있는 구단이 되어야 한다'며 '어렵지만, 미래의 성공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치세는 2시즌으로 끝났다.

101경기 47승 15분 39패. 승률 46.53%. 유로파리그 우승을 일궈냈지만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17위에 머물러버린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의 101경기 중 5경기를 뽑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2년을 정리할 수 있는 5경기이다.

#토트넘 2-0 맨유 2023년 8월 20일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그 시즌 토트넘의 첫 홈경기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한 의구심은 여전했다. 1라운드 브렌트포드 원정에서 2대2로 비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특유의 '인버티드 풀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공격에 엄청나게 힘을 실었다. 수비 라인도 끌어올렸다. 그러나 뒷공간에 큰 구멍이 뚫렸다. 요안 위사에게 내줬던 골이 대표적이었다.

맨유를 상대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이 그대로 통할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그는 브렌트포드전과 똑같은 전형으로 나왔다. 오른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만 바꿨다.

승부수는 유려하게 맞아떨어졌다. 전반은 0-0으로 비겼다. 그러나 후반 들어 토트넘은 맨유를 일방적으로 몰아쳤다. 원사이드 경기였다. 후반 4분 파페 사르가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38분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자책골을 이끌어냈다. 2대0 승리.

토트넘은 맨유를 상대로 3년만에 승리했다. 2017~2018시즌 이후 2026일만에 홈에서 이겼다. 이를 통해 토트넘 팬들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인정했다. 그의 공격 축구가 토트넘에 안착했다.

#토트넘 1-4 첼시 2023년 11월 6일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미친 경기였다. 그리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 철학'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토트넘은 시즌 초반 역대급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리그에서 10경기 무패행진이었다. 그것도 8승 2무였다. 첼시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4연승 중이었다. 8월 30일 리그컵 2라운드 풀럼 원정에서 승부차기 끝에 진 것이 유일한 패배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계속 그래왔듯 라인을 끌어올렸다. 공격에 공격을 퍼부었다. 전반 6분만에 클루셰프스키의 골로 앞서나갔다. 전반 12분 손흥민이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한 끗 차이로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취소됐다. 첼시도 맞불을 놓았다. 전반 22분 스털링의 골, 27분 카이세도의 골이 나왔다. 그러나 두 골 모두 VAR 끝에 취소됐다. 경기는 달아올랐고,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전반 33분 변수가 나왔다. 로메로가 첼시 엔소의 발목을 밟았다. 다이렉트 퇴장당했다. 왼쪽 날개 존슨을 빼고 센터백 다이어를 넣었다.

전반 40분 제임스 매디슨이 다쳤다. 전반 43분 판 더 벤 마저도 햄스트링을 다쳤다. 결국 둘 다 전반 추가시간 교체아웃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딜레마에 빠졌다. 주전 센터백 두 명이 동시에 갔다. 로메로는 퇴장, 판 더 벤은 부상이었다. 1-1 상황에서 후반을 맞이했다. 1명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다이어와 로얄의 센터백 라인으로 버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공격을 버리지 않았다. 계속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대등하게 나서고자 했다.

후반 10분 사건이 터졌다. 우도기마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토트넘은 9대11로 싸우게 됐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공격수를 빼고 수비에 치중해야 했다. 그게 정석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정석을 따르지 않았다. 클루셰프스키, 사르를 빼고 스킵과 벤탕쿠르를 넣었다. 라인을 올렸다. 첼시를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넣고자 했다. 그러면서 첼시 뒷공간을 노렸다. 라인 브레이킹 싸움을 펼쳤다.

무리였다. 후반 30분 첼시 니콜라 잭슨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잭슨에게 2골을 더 내주었다. 1대4 완패였다. 이어진 리그 3연패의 서막이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이것이 나의 축구다"라고 했다. 그의 공격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기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못 먹어도 고'였다.


#토트넘 2-1 맨시티 2024년 10월 30일

2024~2025시즌 리그컵 4라운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리그컵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을 지켜야했다. 2024~2025시즌을 앞두고 그는 "나는 대개 2년차에서는 우승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계속 발목이 잡힌 상황이었다. 각종 부상으로 인한 리그에서의 부진에 언론의 압박은 심해져갔다.

리그컵은 중요했다. 다른 경쟁팀들은 리그컵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토트넘으로서는 리그컵을 노려야만했다. 맨시티와의 리그컵 4라운드 홈경기에 승리를 노렸다.

수비라인에 힘을 잔뜩 주고 나왔다. 드라구신과 로메로를 센터백으로 내세웠다. 판 더 벤을 왼쪽 풀백으로 배치시켰다. 판 더 벤은 독일에서 풀백을 소화한 바 있다. 이전 경기에서도 풀백으로 나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판 더 벤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졌다. 전반 14분 스프린트를 하다 햄스트링을 만지고 쓰러졌다. 교체 아웃. 후반 10분에는 또 다른 센터백인 로메로마저 부상으로 교체되고 말았다. 판 더 벤과 로메로는 이후 상당 기간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이 경기는 토트넘에 2대1로 승리했다. 그러나 다들 판 더 벤, 로메로 부상의 이유를 되짚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무리한 공격적 전술이 문제였다. 라인을 크게 끌어올렸다. 센터백과 풀백들의 커버 범위가 넓어졌다. 결국 뒤로 스프린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근육 부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판 더 벤과 로메로의 부상으로 인해 토트넘의 수비진은 처참하게 붕괴됐다. 리그 순위는 급강하했다. 결국 리그 17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 그 시작점이 바로 이 경기였다.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0-1 토트넘 2025년 4월 17일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다들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8강 1차저에서 토트넘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경기 내용을 압도했다. 골대도 2번을 때렸고, 무수한 슈팅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무승부.

프랑크푸르트 원정은 어렵다. 상대는 홈에서 강했다. 더욱이 토트넘에는 손흥민 마저 없었다. 경기 직전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토트넘이 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밖에 없었다.

뚜껑이 열렸다. 토트넘이, 아니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변했다.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수비에 중점을 뒀다. 그러다 전반 41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솔랑키가 골을 넣었다. 1-0으로 앞서나갔다. 전반 43분이었다.

후반 들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려앉았다. 2023년 6월 부임 이후 처음으로 보여주는 노골적 수비 일변도 전술이었다. 빌드업도 하지 않았다. 볼을 잡으면 걷어내는 데 주력했다. 하나 얻어걸리면 '땡큐'라고 생각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후반 34분 파페 사르, 후반 3분에는 케빈 단조를 투입했다. 파이브백까지 구사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토트넘이 1대0으로 승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고집을 꺾었다.

사진출처=토트넘 SNS

#토트넘 1-4 브라이턴 2025년 5월 25일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90분을 흘려보낼 뿐이었다. 그 어떠한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나흘 전 유로파리그 우승의 기쁨에 여전히 도취되어 있었다. 승리도, 패배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1대4 패배. 리그에서의 22번째 패배였다. 17위를 확정했다. 강등팀을 제외한다면 꼴찌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토트넘 팬들은 개의치 않았다. 유로파리그 우승의 여운을 즐기기 바빴다. 다들 경기 후 선수들과의 세리머니에만 신경을 쓸 뿐이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랬으면 안됐다. 제 아무리 동기 요인이 없던 경기라고 하더라고 감독은 선수들을 승리로 이끌어야 했다. 최소한 승리를 향해 파닥거리는 몸짓이라도 하도록 독려해야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영은 전혀 서지 않았다. 선수들은 제멋대로였다. 패턴 플레이도, 악착같은 모습도 없었다. 실점을 하든, 패배를 하든 상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90분만 지나면, 세리머니만 끝나면 휴가를 간다는 생각에 혼이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이 지점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토트넘 경력도 끝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프로의 기본 자세이다. 선수들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감독의 자격 미달일 수 밖에 없다. 다니엘 레비 회장과 그 수뇌부들은 여기에 비중을 두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의 대의 명분으로 삼았다. 유임시킨다면 '유로파리그 우승에 기댄 감정적인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토트넘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동행은 끝났다.

유로파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