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체리 주방‘ 직접 뜯어 고쳤더니… 같은 집 맞아?!
안녕하세요! 저는 사춘기가 곧 시작될 것 같은 아직은? 귀여운 아들과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하는 집돌이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말랑바닐라(@mallangvanilla)입니다.
제가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벌써 10년이 되었더라고요! 처음 이사 왔을 때 체리색 몰딩과 꽃무늬 벽지가 가득했던 집이었지만, 하루를 살아도 예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씩 직접 고치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지금은 정말 180도 다른 집이 되었답니다.
온라인에는 엄청 예쁜 집들이 넘쳐 나고 저희 집은 거기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저의 30대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공간을 정리해서 남겨보고 싶었어요. 저처럼 살면서 조금씩 집을 고치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들이를 시작해 볼게요. :)
1. 도면
저희 집은 전용 면적 84㎡의 20년이 넘은 아파트로 방 3개 화장실 2개의 3bay 비확장 구조인데요. 요즘 짓는 신축 아파트와는 다르게 안방이 넓고 주방이 굉장히 협소한 편이에요.
확장이나 구조 변경, 배관 공사 같은 공사를 했으면 훨씬 활용도가 좋았겠지만 살고 있는 상태에서는 공사가 쉽지 않기에 기존의 것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체리색이었던 벽, 바닥, 몰딩 컬러를 화이트로 바꿔서 집을 밝게 만드는 작업을 중점적으로 해줬다고 보시면 됩니다.
셀프 인테리어 과정을 다 소개하고 싶지만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에서는 Before/After 위주로 남겨볼게요. 자세한 과정은 블로그에 모두 남겨 놓았으니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에서 확인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2. 거실 Before
거실은 체리색 몰딩에 빨간 꽃무늬 벽지가 붙어있는 공간이었어요. 정말 압도적으로 강렬한 느낌이죠? 제가 이 뷰 때문에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정신없는 꽃무늬 벽지를 하루라도 빨리 뜯고 싶어서 몸이 정말 근질거리더라고요.
가장 먼저 했던 작업은 모든 체리색 몰딩과 문을 화이트 필름지로 붙여준 거예요. 필름지는 재단만 해두면 자투리 시간에 조금씩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문 하나, 내일은 걸레받이 조금 이렇게 천천히 작업해줬어요.
그리고 필름지를 시공하는 면이 고르지 않으면 무늬목 필름지를 추천드려요. 단색 무지 필름지는 생각보다 밑면의 굴곡이 잘 드러나더라고요. 특히, 조명이 비치는 곳이면 굴곡이 더 도드라질 수 있어요.
몰딩도 화이트, 벽지도 화이트로 바꿨는데 두 개 컬러가 미묘하게 다르더라고요. 저희 집 식구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제 눈에는 벽이 분절된 느낌이 나서 계속 거슬리더라고요. 하늘 아래 같은 화이트 컬러는 없다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와닿던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거실의 모든 화이트 컬러를 똑같이 만들려고 벽, 천장, 문, 몰딩을 같은 컬러의 페인트로 칠해줬어요. 시공 시간은 매일 반나절 정도 작업해서 4일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저처럼 두 번 작업하지 않으려면 꼭 벽지 컬러와 필름 컬러를 동일하게 맞춰 작업해 주세요!
20년이 넘은 강마루는 컬러도 누렇고 찍힘도 많아서 러그로 가리고 살다가 최근에 마루 위에 데코타일을 시공했어요. 접착식 데코타일은 바닥에 한번 붙이면 뜯어내기 힘들지만 비접착 데코타일은 나중에 언제든지 제거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시공 금액도 거실, 방 모두 포함해서 80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겨 철거를 해야 한다고 해도 심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혹시나 싶어서 6개월 정도 사용하고 부분적으로 뜯어봤는데 아직까지 썩거나 문제 돼 보이는 곳이 있진 않았어요.
거실 After
그렇게 완성된 새하얀 저희 집 거실입니다. 체리색과 누런 바닥에 너무 질려 한 번쯤은 하얀 공간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소원 성취했어요.
인테리어 예산이 넉넉하다면 하고 싶은 걸 다 하면 되겠지만 부족한 예산 안에서 집을 꾸며야 한다면 필름, 도배, 바닥, 조명 정도만 투자해도 집 분위기를 많이 바꿀 수 있답니다.
특히, 다른 예산을 줄이더라도 조명공사는 꼭 하셨으면 좋겠어요. 인테리어의 꽃은 조명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다운라이트 시공은 정말 만족도가 높았어요. 밤에 TV 볼 때 메인등 끄고 간접등만 켜두면 눈뽕이 생기지 않아 눈의 피로가 덜한 느낌이고 벽에 비치는 조명 빛 덕분에 공간이 더 풍성해 보이더라고요.
저희 집 간접등은 제가 직접 시공했는데 구축 아파트는 천장 공간이 생각보다 좁아 선 빼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전기작업은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 다른 건 셀프로 하더라도 이것만은 꼭 전문가에게 맡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20년이 넘은 몰딩 그대로지만 올드해 보이지 않죠? 같은 컬러의 페인트로 벽과 몰딩을 동일하게 칠해줬기 때문에 몰딩이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벽지 페인트는 광택이 없는 무광 페인트를 추천드리는데요. 광도가 없으면 빛반사가 덜하기 때문에 벽의 요철 표시도 덜 나고 더 고급스럽게 보인답니다.
무광 페인트가 오염에 취약하다는 것도 옛말이에요. 식탁 쪽 벽에도 무광 페인트를 칠했는데 밥 먹다가 김칫국물 같은 게 튀어도 물티슈로 슥슥~ 잘 닦인답니다.
TV가 보이는 벽은 기분에 따라 다 비워두기도 하고 매거진랙이나 작은 수납장, 트롤리 같은 걸 그때 그때 배치해서 분위기를 바꿔주고 있는데요.
아치모양 매거진랙은 사이즈가 적당해서 옮기기도 쉽고 자주 읽는 책들을 올려둬도 너저분해 보이지 않아 여기저기 포인트 용으로 잘 사용하고 있어요.
한참 쇠테리어가 좋더니 요즘은 또 우드 제품에 눈길이 가서 우드 책꽂이도 배치해 봤는데 이것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역시 집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벽과 바닥을 정리하니깐 소품이나 가구 배치하기가 훨씬 수월한 느낌이었어요.
180cm의 커다란 트리를 꺼내면서 TV 쪽 벽은 다시 비워줬는데 깔끔해 보이죠? 작은 가구와 소품들을 사용하면 언제든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올해 크리스마스는 빨간색 리본을 달아봤어요. 나이가 40이 넘었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점점 더 현실적이게 바뀌지만 어쩔 땐 20대 때보다 더 특별한 순간들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TV 맞은편엔 커다란 소파가 놓여 있는데요. 이 집에서 오래 안 살고 더 큰 집으로 금방 이사 갈지 알고 소파도 큰 걸로 구매했는데 이사를 못 가고 있어요.
소파는 원래 그레이 색 가죽 제품이었는데 집이 칙칙해 보여서 아이보리 컬러의 소파 커버를 씌워줬더니 부클레 소파 느낌도 나는 것 같고 이전보다 집이 훨씬 밝아 보여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새롭게 물건을 사는 것도 좋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나의 욕구를 조금 줄이고 사용하던 물건을 잘 가꾸며 쓰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레이 소파를 사용할 때는 어울리는 소파 쿠션 고르는 게 어려웠는데요. 아이보리색 소파 위에는 어떤 쿠션을 올려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 너무 좋더라고요.
밝은 소파는 관리가 힘들긴 하지만 다양한 쿠션과의 조화가 더욱 돋보여서 계절마다 어울리는 소파 쿠션을 사용해 분위기를 바꿔주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천장, 벽, 문을 화이트 톤으로 페인팅하고 바닥을 교체했더니 완전 다른 집이 되었어요. 한참 예전에 시공해 준 웨인스코팅은 곧 사라질 예정이에요. 셀프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제 벽 하나 뜯고 마감하는 건 어렵지 않은 작업이 되었답니다. 단지, 시작이 힘들 뿐이죠. :)
그리고 웨인스코팅을 시공하려고 마음먹으셨다면 한 번 더 고민해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저도 처음에 시공하고 나서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사람의 눈이란 예쁜 것에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3. 주방 Before
여기도 온통 체리색 천지죠? 평소에 이렇게 지저분하게 살진 않는데... 유일하게 남아 있던 주방 사진이 이것 뿐이었어요. 주방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구조였어요. 주방이 넓게 보이려면 냉장고가 뒷베란다로 나가야 하는데 추운 겨울 뒷베란다로 들락거릴 자신이 없더라고요.
주방 공사를 하려고 구조를 10번도 넘게 그렸는데 마음에 들게 바꾸려면 하수배관을 연장하고 난방 조절기 위치를 옮겨야 했어요. 환풍기 위치도 문제였고요. 그리고 주방이 너무 좁아 그렇게 작업을 한다고 해도 100% 마음에 들 것 같지도 않았답니다. 결국 고민만 하다가 싱크대 교체는 못하고 리폼만 한 상태로 사용 중이에요.
주방 After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환골탈태 수준이죠? 싱크대는 상부장 일부를 제거한 뒤에 부분적으로 수리를 하고 화이트 페인트를 칠해줬어요. 뒷베란다 문도 같은 화이트 컬러로 페인팅했어요. 20년 넘은 싱크대라고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아요.
필름지 보다 페인트가 좋은 점은 컬러 선택이 다양하다는 건데요. 특히, 필름지의 화이트 컬러는 종류가 너무 제한적이라 제가 원하는 컬러를 찾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저희 집에 사용한 화이트 페인트는 '스노우 화이트' 컬러인데 너무 창백하지도 너무 누렇지도 않아서 제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깔끔하게 보이려고 싱크대 손잡이는 없앴고요. 서랍에만 손잡이를 달아줬어요. 손잡이 없는 문은 문짝 하단 부분을 발로 걸어서 열 수 있는데 딱히 번거롭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주방에서 가장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물건은 식기건조대인데요. 커다란 건조대가 싱크대 상판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싱크볼에 걸어서 쓰는 작은 건조대를 사용하고 있어요.
크기는 작지만,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고 있어서 불편하다고 생각되진 않았어요. 냄비 같은 경우도 설거지 후에 건조대에 쌓아두지 않고 행주로 물기를 닦아 바로 수납장에 넣어버리기 때문에 작은 건조대 만으로도 충분하더라고요.
그리고 작은 건조대를 사용하면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릇을 쌓아두지 않고 바로바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겨 더 좋은 것 같아요.
주방이 너무 작아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원형 식탁을 사용하고 있어요. 원형 식탁 모서리에 살짝 나뭇결이 보이는 제품으로 골라봤는데 저희 집 주방에 잘 어울리더라고요. 식탁 사이즈는 지름이 100cm인데 3인 가족이 사용하기에 적당한 크기 같아요.
문제의 냉장고는 이 위치에 오게 되었어요. 뒷베란다 문 앞에 냉장고를 두면 뒷베란다 출입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맞통풍에도 영향을 주게 돼서 환기 문제가 있겠더라고요.
앞베란다 뒷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두면 1분만 지나도 환기가 정말 잘되는데 그걸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냉장고를 키친핏으로 바꾸면 좀 덜 답답해 보이겠지만 13년 넘은 냉장고는 아직 고장 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
냉장고는 못 바꾸니깐 컬러라도 바꾸자 싶어 그레이 컬러 냉장고를 리폼해 봤어요. 옐로 컬러의 페인트를 칠해 비스포크 스타일로 바꿔줬는데 그런대로 봐줄 만하죠?
갑툭튀 냉장고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소파에서 보는 뷰도 나쁘지 않았어요. 냉장고 옆면이 원래 그레이 컬러였는데 화이트 컬러로 칠해준 덕분인지 냉장고가 많이 거슬리지 않았어요.
4. 팬트리 Before
거실과 주방 사이에는 붙박이장이 있었는데요. 깊이가 깊어 물건을 꺼내기 힘들다 보니 결국 짐만 쌓아두는 공간이 되더라고요. 위치가 주방 근처라서 이 공간을 팬트리로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붙박이장을 철거한 뒤 아치게이트를 만들어 주기로 했어요.
도면을 그린 뒤에 인터넷 목공소에 요청을 하면 사이즈대로 집 앞까지 배송을 해준답니다. 정말 집 꾸미기 좋은 세상인 것 같아요.
목공을 배운 적은 없지만 무작정 도전했어요. 셀프 인테리어를 하다 보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작업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하다 보면 이것도 경험이 쌓여서 잘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고민은 시간만 늦출 뿐!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있다면 저처럼 용기 내서 도전해 보세요!
팬트리 After
거실과 주방 사이에 답답했던 붙박이장이 사라지고 예쁜 아치 게이트가 생겼답니다. 오렌지 컬러의 커튼을 달아 따뜻한 느낌이 드는 공간으로 연출해 봤어요.
이 무드가 지겨워질 때쯤 커튼을 교체해 주면 또 따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죠?
커튼을 걷으면 이런 모습이에요. 아래쪽에는 공기청정기, 제습기, 청소기를 수납할 수 있도록 선반을 달지 않았는데 보기 싫은 가전제품을 다 보관할 수 있고 언제든 편리하게 꺼내 쓸 수 있어서 너무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에요.
좁은 공간이지만 선반은 ㄱ자로 달아서 수납을 조금 더 늘려줬어요. 선반 브라켓은 개당 1,000원짜리 이케아 제품이고 선반은 사이즈에 맞게 인터넷에서 제작 주문했는데 총비용이 10만 원밖에 들지 않았어요.
쓰임새 없던 깊은 수납장을 이렇게 팬트리로 만든 건 정말 잘한 일이었어요. 엄청 많은 식자재가 깔끔하게 정리돼서 찾기도 쉽고 물건을 꺼내기도 편리해졌거든요. 단점이라면 참새 방앗간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간식을 더 자주 먹게 된다는 점이에요. T.T
5. 안방 Before
안방은 커다란 체리색 창문이 달려있었고 촌스러운 벽지가 붙어있는 곳이었어요.
신혼 때 샀던 장롱도 심각한 상태였는데 그래도 안쪽은 너무 멀쩡해서 버리기엔 아까웠어요.
안방 After
창문은 필름지를 붙여주고 벽지와 장롱은 화이트 컬러로 페인트칠을 해줬어요. 구축 아파트 안방은 굉장히 넓은데요~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으로 활용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에 가벽을 설치해 침실과 오피스 공간으로 분리해줬어요.
침대는 원래 헤드보드가 달린 제품이었지만, 창문을 막으면 갑갑해 보일 것 같아서 침대 헤드를 제거했어요. 그리고 가벽은 틀을 만든 후에 템바보드를 부착하고, 적당히 톤 다운된 그린 컬러로 페인팅해주었답니다. 이렇게 하니 밋밋했던 방이 더 돋보이면서 안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가벽 뒤쪽엔 재택근무하는 남편의 오피스 공간이에요. 매일 1초 만에 출근해요. ㅎㅎ
침실 쪽은 그린 컬러가 포인트지만 근무 공간은 집중이 잘 되도록 화이트와 베이지 컬러를 사용해서 차분한 느낌이 들게 꾸며주었어요.
누리끼리하던 장롱도 엄청 깨끗해졌답니다. 요즘 유행하는 무몰딩 스타일은 아니지만 엄청 깔끔해진 것만으로도 대만족! 장롱 리폼 비용도 10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아서 더욱 만족스러웠어요.
6. 파우더룸 Before
안방에 달린 매우 좁은 파우더룸이에요. 한쪽에는 붙박이장이 있고, 다른 쪽에는 화장대가 있었어요. 원래부터 달려있던 커다란 거울은 항상 뜯고 싶었어요.
결혼할 때 구매했던 서랍장은 갈 곳을 잃어 여기에 배치되었지만, 공간에 맞지 않는 사이즈로 어설프게 위치해 있었죠. 아무 생각 없이 달았던 조명은 너무 노랗게 보여서 화장하기도 힘든 공간이었어요.
파우더룸 After
일단 천장에는 2인치 다운라이트(4W, 4000k 주백색) 4개를 설치해서 조도를 높여줬어요. 밝기도 밝아지고 조명 색도 아이보리 조명으로 바꾸니깐 화장할 때 얼굴이 잘 보여 편하더라고요.
저희 집 간접등은 모두 집중형과 확산형의 중간인 cob타입으로 설치했는데요. cob타입의 다운라이트는 벽에 만드는 산 모양이 뚜렷하고 집중형 보다는 빛이 더 멀리 퍼져 좀 더 넓은 부분을 비춰준답니다.
커다란 유리가 끼워져 있던 화장실 문은 유리 사이즈를 줄여 리폼했는데 훨씬 깔끔하고 정돈돼 보였어요. 포인트로 작은 펜턴트 조명을 달아주고 수납장 밑에는 간접등을 설치했더니 훨씬 무드 있는 공간이 되었답니다.
사이즈가 안 맞던 수납장도 공간에 딱 맞게 리폼한 뒤에 핑크색 페인트를 칠해줬어요. 화이트만 사용하면 공간이 너무 차가워 보일 것 같아서 수납장에는 핑크색 페인트를 사용해 봤는데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들어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화장대 위에 이것저것 올려두는 게 보기 싫어 모두 서랍 속에 정리해 사용 중이에요. 특히, 드라이기와 같은 보기 싫은 물건을 서랍에 넣어두면 더욱 정리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데요~ 서랍 안에 멀티탭을 설치하면 드라이기를 사용할 때 코드를 꼽았다 뺐다 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더라고요.
7. 욕실 Before
아주 처참한 화장실이었죠? 처음에는 리폼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더러운 샤워부스를 청소하려고 시작했다가 청소를 해도 깨끗해 보이지가 않아서 결국 수리를 하게 되었어요.
거울을 뜯었더니 타일이 이렇게 붙어 있었어요. T.T 건설사에서 자잿값을 엄청 아끼고 싶었나 봐요.
욕실 After
문을 열면 베이지 핑크 컬러의 화장실이 나와요. 예전 모습이 전혀 기억이 안 날 만큼 확! 달라진 공간이 되었죠?
타일과 변기를 제외하고 다 교체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세면대와 수전, 샤워부스는 인터넷으로 구매하면서 설치를 요청을 드렸어요. 처음에는 직접 설치해 보려고 했지만 제가 구매한 세면대가 생각보다 무거워 전문 기사분에 맡겼답니다.
타일 상태가 좋지 않던 부분은 템바보드를 붙여 가려줬답니다. 템바보드는 원래 화장실에 사용하는 자재가 아니지만 실리콘 처리를 꼼꼼하게 해주고 페인트로 한 번 더 칠해줬더니 시공한지 3년이 지나도 멀쩡하게 사용 중이에요.
화장실 밖에 파우더룸이 있어서 따로 수납장은 설치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수건을 화장실에 보관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습기를 먹어 눅눅해지더라고요.
타일이 오래됐지만 줄눈 시공을 다시 해줬더니 깔끔해 보이는 효과가 있었어요. 샤워 파티션도 투명 컬러로 선택해 개방감 있는 공간으로 꾸며줬어요.
시공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너무 깨끗한 욕실.
리폼 비용은 시공비(파티션, 세면대 설치, 줄눈작업)포함 1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8. 아이방 Before
아이 방은 도면을 보면 정말 좁다고 느껴지는데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문을 열고 닫거나 이동할 때 동선에 걸리는 구간이기 때문에 가구 배치에 제약이 많은 구조였어요.
더군다나 비확장 방이라서 공간도 너무 협소했어요. 침대랑 책상 하나만 겨우 들어가는 방이었는데요. 좀 더 쓰임새 좋게 사용하려면 확장 공사가 시급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살면서 확장공사? 쉽지 않죠!
엄청난 먼지와 소음은 물론이고 외부새시 교체, 바닥 난방 작업, 단열, 목공 등 진행해야 할 공사가 너무 많아서 고민스럽더라고요. 전체 수리라면 모를까 이렇게 부분 확장 공사는 인건비 비용이 좀 더 많이 책정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선뜻 진행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대안으로 간단하게 설치가 가능한 폴딩도어를 시공해 주기로 했어요.
아이방 After
똑똑! 문을 열면 베란다까지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 방이 나와요! 벽은 화이트 페인트로 칠해줬고 바닥에는 데코타일을 시공했어요.
커다란 중간 창을 없애고 폴딩도어를 설치하니 훨씬 세련된 아이 방이 되었는데요. 폴딩도어의 장점이라면 빠른 시공 후에 바로 일생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시공하는 날 철거부터, 설치, 뒷마무리까지 딱 2시간이 걸렸었는데요. 먼지도 거의 안 나서 청소기만 쓱 돌리고 당일 저녁부터 방을 바로 사용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폴딩도어를 열어두면 확장한 것과 다름없죠? 올해 여름에 시공했는데 가을까지 쭉 열어두고 생활하다가 겨울이 되면서 낮 동안만 열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날씨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점은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장점인 것 같아요.
친구 세 명쯤 초대해도 문제없을 것 같은 넓은 아이 방이 되었답니다.
벽에는 따뜻한 컬러를 사용해서 산 모양으로 페인트칠을 해줬어요. 살다 보면 같은 스타일이 지겨워 바꾸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페인트로 벽을 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한쪽 벽을 칠하는 건 힘들지도 않고 초보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이거든요.
그리고 좁은 방을 더 넓게 쓰려고 붙박이장 문을 슬라이딩 도어로 교체했어요.침대가 갈 곳이 없어 붙박이장 앞에 붙여놓았는데 하루에 붙박이장 사용 빈도가 2번 정도라 옷을 꺼내는 게 번거롭다고 느껴지진 않았어요.
요렇게 침대에 살짝 올라가서 옷을 꺼내면 된답니다.
침대로 가려져 있는 붙박이장 아랫부분은 철 지난 계절 옷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이불을 보관 중인데 우리집 이불이 모두 수납됐어요. 침대 때문에 붙박이장 아랫부분이 막혀있지만, 방법을 찾아 수납 공간으로 활용하니 딱히, 문제가 되진 않았어요.
아이방 책상은 일반적인 성인용 책상을 사용 중이에요. 아동용으로 출시되는 책상 중에 제가 원하는 디자인이 없고 있다고 한들 금액이 너무 비싸더라고요.
초등학교 저학년일 경우는 일반 책상을 사용하면 책상 높이가 높을 수 있는데 그럴 땐 높이 조절 의자와 발 받침대를 사용하면 충분히 커버가 되더라고요. 유행을 타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이라서 중,고등학교까지 충분히 사용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단점도 있어요. 각도 조절 책상이 아니라서 자세가 좀 안정적이지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은 2단 북스탠드를 사용해서 커버하고 있어요.
초등학생 아이도 각도 조절을 쉽게 할 수 있고 태블릿이나 노트북까지 거치될 만큼 사이즈도 넉넉해 만족하고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랍니다.
책상 맞은편에는 낮은 수납장을 배치해서 부족한 수납을 늘려주었어요. 초등 고학년이지만 아직도 알록달록 장난감이 많은데, 문이 달려있는 수납장을 사용하니 방이 항상 깔끔하게 유지될 수 있더라고요.
허전한 벽에는 스트링 선반을 설치해서 귀여운 소품들을 올려놨어요. 한가지 무드를 금방 질려하는 스타일이라서 자주 분위기를 바꾸는 편인데 이런 벽 선반을 사용하면 소품만 교체해도 분위기를 쉽게 전환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패브릭 바구니에 담겨 있는데요~ 감성적 디자인이라 아무 곳에 툭툭 던져 놓아도 전혀 거슬리지 않고 인테리어 소품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더라고요. 플라스틱 바구니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느낌이죠?
폴딩도어를 설치한 뒤 베란다 공간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지 고민이 됐었어요. 처음에는 수납장을 배치해 볼까 생각해 봤지만, 특정 용도로 사용하기보다는 유연하게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비워두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한 결정인 것 같아요. 베란다를 비워두니 이렇게 여기 앉아서 뭔가 만들기도 하고요.
빈백을 가져다 놓고 책을 보기도 해요.
따뜻한 햇살 맞으면서 냠냠 간식을 먹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방이 너무 좁아서 거의 잠만 자는 용도로 사용했었는데 폴딩도어 설치 후 넓어진 방에서 요즘 많은 것을 하게 돼 정말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답니다.
9. 앞 베란다 Before
베란다 벽은 펄이 들어간 탄성코트가 시공되어 있었는데요. 펄이 들어가 있어서 화사할 것 같지만 No! 뭔가 펄의 자글자글한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화이트 컬러가 은색 펄 때문에 칙칙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블랙으로 리폼해 준 새시도 처음엔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저희 집 분위기와는 맞지 않아서 바꿔주기로 합니다.
바닥 타일도 찌든 때가 잘 지워지지 않는 상태로 너무 더러워 보였어요.
앞 베란다 After
앞 베란다는 외부용 페인트를 사용해서 전체적으로 페인팅해주고 저렴한 장판을 깔아서 못생긴 타일을 가려주었어요. 장판은 타일을 가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자재인데요.
꽤 넓은 베란다를 가려주는 데 5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어요. 단, 새시 틈으로 물이 샌다던가 바닥에 습기가 잘 생기는 곳은 타일과 장판 사이에 습기를 머금을 수 있어서 추천드리지 않아요. 다행스럽게 저희 집 앞 베란다는 결로가 없는 공간이라서 시공한지 4년이 지났지만 문제없이 잘 사용 중이에요.
화이트 컬러만 칠하면 공간이 밋밋할 것 같아서 포인트로 파스텔 핑크 컬러를 칠했더니 사랑스러운 공간이 되었어요. 핑크 컬러를 벽 전체에 칠했다면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요렇게 하단 부분만 분할해서 칠해주니 전혀 과한 느낌이 없더라고요.
벽 컬러에 어울릴만한 옐로 컬러 소품과 우드 포인트 소가구도 배치해 봤는데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더해져 하루 종일 머물고 싶은 베란다가 되었답니다.
블라인드로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시간마다 다른 무늬를 만들어 지루할 틈이 없는 베란다 벽을 연출해 준답니다.
겨울에도 해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계속 들어오는 따뜻한 베란다예요. 베란다를 꾸미기 전에는 사용빈도가 떨어지는 방치된 곳이었는데 요즘은 아이랑 여기서 간식도 먹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맞은편 공간 역시 벽을 외부용 페인트로 칠한 뒤에 바닥에는 데크타일을 깔아주었어요. 오래된 아파트도 벽과 바닥을 정리하면 예뻐질 수 있어요!
베란다에 장판, 코일매트, 데크타일을 모두 깔아서 사용해 봤는데 개인적으로 플라스틱 데크타일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비 오는 날 깜박하고 베란다 문을 열어뒀을 때 비가 들이쳐 바닥이 젖을 수 있는데 데크타일은 플라스틱 소재라 젖어도 괜찮고 틈이 있는 환기 구조여서 안쪽이 잘 마르더라고요. 내구성도 좋아 변색도 없고 일 년이 지난 지금에도 처음 모습 그대로 깨끗하게 사용 중이랍니다.
창고 공간은 오픈되어 있었는데 철제 선반을 사이즈에 맞게 짜서 설치하고 잡동사니를 수납했어요. 천장에 롤 블라인드를 달아서 가려주면 지저분한 게 보이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건조기를 사용하면서 천장에 달려있는 건조대를 제거했는데 간간이 빨리 널 일이 있긴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공간을 차지하는 건조대를 다시 구매하는 건 싫어서 빨랫줄을 설치했어요. 평소에는 빨랫줄 없이 쓰다가 빨래를 널어야 할 경우에만 걸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 꽤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에요.
10. 뒷 베란다 Before
안 본 눈 삽니다! 제가 꽤 깔끔하게 정리하고 사는 사람인지 알았는데 착각이었어요. 옛날 사진들을 다시 보니 제가 원래부터 정리를 잘하고 살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단지, 집을 가꾸고 꾸미면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각자 있어야 할 자리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리를 잘하고 사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보일러가 있는 공간도 개판이네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과거에 제가 이러고 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ㅎㅎ
뒷 베란다 After
깔끔해졌죠? 여기도 앞 베란다 처럼 외부용 페인트를 사용해서 벽을 칠해줬어요. 외부용 페인트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색이 거의 없고 곰팡이 방지 기능이 있어 결로가 있는 곳에 사용해도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는답니다. 이렇게 시공한지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곰팡이 핀 곳 하나 없이 멀쩡해요.
이쪽 바닥은 물을 사용하지 않아서 틈이 없는 데크타일을 시공해 봤어요. 틈이 없기 때문에 먼지가 바닥으로 유입되지 않고 보기에도 더 깔끔해 보였어요.
올해 가장 잘 쓰고 있는 음식물 처리기와 분리수거함! 음식물 처리기는 고민하다가 미생물 분해 방식으로 구매했는데 나름 미생물 키우는 재미가 있어요! 가끔 많은 양의 음식물을 투여하면 미생물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1~2일 쉬게 하면 괜찮아지더라고요.
금 사용하는 분리수거함은 디자인은 평범하지만 72L의 대용량 제품으로 일주일 치 재활용 쓰레기를 한 번에 모을 수 있는 점이 좋더라고요. 패브릭에 특수 방수처리가 되어 있어 오염에도 강하고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분리수거할 때 바로 들고 나갈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러웠어요.
맞은편에는 짐만 쌓아두던 창고 같은 공간이었어요. 보일러가 있던 움푹 들어간 공간은 가스 배관이랑 계량기 등이 달려있어서 공간을 정신없게 보이게 만들었는데요. 간단하게 롤 블라인드를 달아서 가려버렸어요. ㅎㅎ 훨씬 깔끔해졌죠? 보기 싫은 거 가릴 땐 롤 블라인드가 짱인 듯요!
높이가 높지 않은 철제 수납장을 설치해서 부족한 수납도 해결했어요. 여기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그릇이나 주방용품을 보관하고 있어요. ㅎ ㅎ
진짜 깔끔해진 뒷베란다! 이렇게 뒷베란다 전체 벽과 바닥을 정리하는데 대략 20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으니 하고나서 만족도가 무척 큰 작업이었어요.
마치며
살면서 천천히 고친 저희 집 어떠셨나요? 기존에 있던 상태 그대로 리폼만 진행했기 때문에 요즘 트렌드는 못 쫓아가지만 저한테는 애정이 많이 담긴 공간이에요. 이렇게 모아보니 정말 제 손 안 닿은 곳이 없더라고요. 처음 이사 와서 필름지를 바를 때만 해도 그냥 체리색만 없애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요.
집을 조금씩 고쳐가면서 집에 대한 취향도 생기고 집이 주는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많은 비용을 들여 럭셔리하게 꾸미는 것도 좋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예쁘게 꾸며가며 그 공간에서 가족들이 편안히 쉬고 추억을 쌓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좋은 집이 아닐까 생각해요.
살고 있는 공간을 바꾸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고 먼지 날리는 공사를 진행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봤는데 단 한 분이라도 이 글을 읽고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해 보시면 좋겠어요. 셀프 인테리어 과정은 블로그에 자세히 남겨져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