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치뤄질 미국 중간선거 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시행령이 발표될 예정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IRA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누가 다수당이 될 지에 따라 IRA는 소폭 개정될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미국에서 친환경 사업을 하려면 현지에서 생산하고, 광물은 IRA의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블로터>는 전기차와 배터리, 소재 등 IRA 관련 산업의 영향을 들여다 봤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의 글로벌한 광물 네트워크로 인해 2차전지 시장에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리튬과 니켈 등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업체 중 글로벌 광산 업체를 상대로 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곳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반면 포스코그룹은 창사 이후 브라질과 호주의 광물·광산 기업과 네트워크를 쌓아 왔고, 중남미 및 동남아 등 글로벌 곳곳에 자원 외교를 나선 경험이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 제조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와 비교해 후발주자이지만, 전망은 경쟁사보다 밝다. 포스코그룹의 탄탄한 자금력과 글로벌한 광물 네트워크는 엘앤에프 등 경쟁사가 갖을 수 없는 강점이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그룹은 2018년 '하얀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을 캘 수 있는 '노다지'를 아르헨티나에서 찾았다. 리튬 가격은 공급부족으로 인해 1년새 200% 가까이 올라 톤당 576.5달러(한국자원정보서비스 17일 시세)에 거래되고 있다.
탄탄한 리튬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전지업체에 포스코그룹의 광물 네트워크는 매력적이다. 양극재와 음극재, 리튬까지 전지 생산에 필요한 주요 소재와 원료를 한번에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중국 샨샨(Shanshan)과 함께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이다. 양·음극재를 생산하는 에너지소재사업부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5086억원을 기록했다. 양극재 매출은 1조3488억원을 기록했으며, 음극재는 159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9년 3분기 에너지소재사업부 누적 매출은 약 1800억원에 불과했다. 포스코케미칼의 전지 소재 사업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전구체 생산기지 '미국행'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미국 GM으로 공급처를 확대했고, 미국 포드와 양극재 납품을 논의 중이다. 최근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는 취재진을 만나 미국 주요 완성차 3사와 소재 공급을 논의 중이며, 조인트벤처(JV) 형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포스코케미칼에 호재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업체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축을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고, 주요 소재 업체도 생산기지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IRA는 양·음극재와 분리막, 전해액 등 핵심 소재까지 일정 비율 이상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소재 업체의 '미국행'은 시간 문제라는 설명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 생산축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 7월 북미 생산법인을 관할할 지주회사 'POSCO CHEMICAL CANADA INC(이하 PCC)'를 설립했다. 지난 7월 GM과 합작해 설립한 얼티엄캠은 캐나다 현지에 2곳의 법인을 설립했다. PCC는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해 437억원 이상의 자본을 확보한 상태다. 포스코케미칼과 GM은 얼티엄캠에 약 3억2700만달러(약 4738억원)을 투자한다. 얼티엄캠은 GM 전기차 22만대에 공급할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한다. 얼티엄캠은 포스코케미칼이 지분 85%를, GM이 15%를 확보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얼티엄캠에서 생산한 양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에 납품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를 생산할 전구체와 광물을 IRA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IRA에 따라 전구체는 미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 생산돼야 한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중간재로 양극활물질(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혼합해 만든 것이다. 전구체를 리튬과 첨가제를 섞어 믹서기로 섞은 후 섭씨 700도 고온에서 구운 후 분쇄한다. 이를 코팅한 후 섭씨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우면 양극재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국내 소재 업체는 전구체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니켈과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내재화율은 33%이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케미칼은 연 약 1만5000톤 규모의 전구체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현재 광양에 4만5000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중국 절강화포와 3만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 21만5000톤 규모의 전구체를 직접 생산한다. 2030년 44만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은 IRA에 따라 전구체 생산량 중 일부는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 얼티엄캠은 북미에 전구체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생산 규모와 투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인니산 니켈은 IRA에 '저촉'...포스코케미칼 음극재는 IRA 수혜 '확실'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니켈을 미국으로 조달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하이니켈 양극재에는 니켈이 80% 이상 탑재된다. 니켈은 향후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광물이다. 니켈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며, 필리핀과 러시아가 생산량 기준 2위와 3위이다.
IRA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광물을 조달하도록 규정했다. 내년부터 40% 이상을, 2027년부터 8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세계 최대 생산량인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이다. 인도네시아산 니켈은 IRA에 따라 문제가 된다.
현대자동차는 배터리용 광물 원산지 조건에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국도 포함하는 방안으로 미국과 재협상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현대차와 LG그룹, 포스코그룹은 인도네시아에 자동차 및 배터리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현지에서 니켈을 안정적으로 조달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FTA를 맺지 않고 있어 향후 문제가 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 자회사인 SNNC가 페로니켈을 생산해, 배터리용 니켈로 재가공할 수 있는 점은 대안으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에서 탄산리튬을 채굴한 후 국내로 이송한 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할 계획이다.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지 않아 FTA 체결 국가인 한국에서 리튬을 가공한 후 미국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음극재는 IRA 요건을 충족하기 가장 어려운 소재이다. 국내 전지업체는 BTR과 샨샨, PUTAILAI 등 중국산 저가 음극재를 사용해 왔다. 음극재는 세계 시장의 8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중국산이 아닌 음극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현지 음극재 생산업체를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 업체 또한 음극재의 생산원가가 높아 공장을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10~15%를 차지하는 소재이다. 음극재는 동박에 음극활물질인 흑연을 덧대 도포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그런데 흑연의 탄소원자 배열구조를 변경하는 흑연화 과정은 고온 열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통상 전기 가열 방식으로 반제품을 섭씨 2800도 고온에서 가열해야 하는데, 전력 소비 규모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싼 중국업체가 음극재 생산에서 강점을 보였던 이유다.
음극재는 흑연화 가공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크고,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는게 단점이다. 중국이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하면서 음극재의 원가가 오르고 있고, 음극재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과거 음극재는 위탁 생산을 하는게 특징이었는데, 단가가 높아지면서 중국 업체가 직접 생산하는 분위기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그 동안 전기료 등 생산비가 높아 음극재 생산량을 확대하지 못했다. 앞으로 제품 단가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높아져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흑연 음극재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IRA에 따라 음극재를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싸다. OECD 산하 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0년 10월 공개한 OECD 국가별 전기요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미국은 MWh당 68.3달러로 한국(94.8달러)보다 27% 싼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생산기지가 밀집해 있는 헝가리(87.7달러)보다 쌌다. 미국은 주요 배터리 생산기지인 헝가리보다 전기료가 22% 저렴했다.
음극재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게 경제적인 셈이다. 중국 업체가 미국에 진출하기 어려운 만큼 포스코케미칼은 미국의 음극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포스코그룹은 소재 위주 사업을 해왔다. 양극재는 중간재로 소재 위주 사업을 하는 포스코그룹과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음극재와 리튬은 희소성으로 인해 소재 위주 사업을 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음극재사업은 (미국) 진출시 자체 개발한 제조 공법 및 침상코크스 등의 원료 내재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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