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반려동물 보유세’ 왜 다시 거론되나

허시언 기자 2024. 9. 2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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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제정된 개 식용 금지법에 따라
전·폐업 해야 하는 업체 보상 방안 나와
보상 비용, 사육농장 개 인수 등을 위한
재원 마련 위해 '반려동물 보유세' 언급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지난 22일 일부 언론을 통해 ‘최근 정부가 반려동물 정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었는데요.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은 시기상조인 것일까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이 시행된 지난 8월 서울의 한 보신탕 집앞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금지법)이 제정되며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개 식용 금지법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되는데 이때부터는 개 사육, 도살, 유통, 판매 행위가 완전히 금지됩니다. 이에 따라 3년 안에 개 식용 관련 업체는 모두 전업 또는 폐업 절차를 밟아야 하죠. 정부는 개 사육 농가, 도축·유통업체, 식당 등 관련 업체에 대한 보상 방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6일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계획안에는 오는 2027년 개 식용을 종식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담겼습니다. 여기에는 개 식용 관련 업체에 관한 보상안도 포함됐는데, 농식품부는 개 식용 조기 종식을 목표로 더 빨리 전·폐업을 하는 농장주와 도축 상인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차등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조기 폐업 시 마리당 최대 60만 원, 최소 22만5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죠. 폐업하는 유통업자와 식당에는 점포 철거비(최대 400만 원)와 재취업 성공수당(최대 19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폐업 후 남은 개들에 대한 관리 방안은 뚜렷하게 세우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 전국의 개 식용 관련 업체는 총 5898곳에 달합니다. 46만6000마리의 개가 사육 중인 것으로 밝혀졌죠. 정부 방침에 따라 개 사육 농장이 문을 닫게 되면 46만 마리의 개들이 그대로 방치되거나 유기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사육 농장의 개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사실상 동물보호센터 밖에 없지만, 전국 동물보호센터가 보호·조치하는 동물의 규모는 10만~14만 마리 수준입니다. 사육농장 개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국회입법조사처는 유기동물이 증가하며 시설 확보 및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동물보호센터에 개 사육 농장에서 인수한 동물까지 더해질 경우 사육시설 및 관리 인력, 관리 비용 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개 사육 농장에 있는 개를 빠른 시간 내에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해 적절한 사육·관리·입양을 이뤄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고 있는 동물보호센터의 확충과 민간동물보호시설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육 농장의 동물 인수 등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반려동물세제 도입 등 별도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2020년 한차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했죠. 그래서 현재까지 반려동물 관련 정책 및 시설을 만들고, 유기동물을 보호·관리하고, 반려동물 배변 처리 등 환경미화에 투입되는 비용을 전 국민이 부담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개 식용 관련 업체의 전·폐업에 따른 지원금과 사육농장의 개들을 관리하기 위한 재원 등 예산 소요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다시금 반려동물 보유세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제까지 정부 정책의 수혜를 봤던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

반려동물 보유세에 찬성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보유세가 도입되면 무분별하게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반려동물 유기를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려동물 입양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 양육 여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실·유기된 동물은 총 11만3072마리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반려인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실제 보유세 도입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게다가 보유세 신설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에 오히려 동물 유기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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