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물가 잡겠다던 '외식가격 공표제', 외식협회 요구로 폐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치킨·피자·햄버거 등 외식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관련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물가 모니터링'에 나서는 등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한국외식산업협회의 요구에 따라 물가 방어를 위해 실시했던 '외식가격 공표제'를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치킨·피자·햄버거 등 외식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관련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물가 모니터링’에 나서는 등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한국외식산업협회의 요구에 따라 물가 방어를 위해 실시했던 ‘외식가격 공표제’를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겨레>가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농해수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농림식품부는 과도한 물가 인상 차단 목적으로 지난 2월 도입한 ‘외식가격 공표제’를 단 3개월 만에 폐지했다. 이는 지난 5월 외식산업협회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간 ‘외식산업 현안 정책 간담회’에서 협회가 폐지를 강력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윤 의원 쪽 설명이다.
당시 간담회 자료를 보면, 협회 쪽은 “외식 물가는 소요비용 대비 기대수익 등에 의해 업체별 투입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비교하는 것은 포퓰리즘적 제도다. 외식가격 공표제 품목 중 대부분은 필수식품이 아닌 기호식품에 해당하는데, 이를 감시하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통제”라며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외식산업협회 회장은 “치킨 3만원은 돼야”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윤홍근 제너시스 비비큐(BBQ) 회장이다. 5월3일 열린 이 간담회 이후인 5월11일부터 농식품부가 공표를 중단하면서 이 제도는 슬그머니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월 시행한 외식가격 공표제는 치킨·햄버거·피자·커피 등 12개 품목 62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가격 동향을 체크해 매주 수요일 공개하는 제도로, 영세업체가 아닌 매장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대상으로 했다.
농식품부는 윤미향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언론의 실효성 문제 제기와 외식업계의 폐지 요구,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외식가격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처에서 가격 공개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식가격 공표제와 함께 도입된 ‘배달수수료 공표제’는 비슷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행 중이다.
외식물가는 폭등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외식물가는 1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 상승에 그쳤지만, 2월엔 6.4%, 3월엔 6.6%, 5월엔 7.4%, 6월엔 8.0%까지 오른 데 이어 8월엔 8.8%가 뛰어 1992년 10월(8.8%) 이후 29년8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실제 외식가격 공표 내역을 통해 윤미향 의원실이 추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에 견줘 올해 4월4일 기준 62개 품목 가운데 70%에 육박하는 42개 품목의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치킨플레이션’(치킨+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도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가 외식업계를 상대로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고, 추경호 부총리 주재로 민생물가점검회의를 열어 식품물가점검반을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뒷북’이라는 비판이 인다.
윤미향 의원은 “정부는 소비자단체나 국민 여론을 묻는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시행 3개월 만에 외식업계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외식가격 공표제’를 폐지한 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전무하다”며 “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이후 하나마나한 뒷북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임기 5년이 뭐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박찬수 칼럼]
- ‘6차례 봉쇄’ 선전, 수천명 시위 터졌다…중국에 무슨 일이
- 항의 방문인가 협박 방문인가…권성동 “MBC 민영화” 발언까지
- 성매수 후기 하루 1600개 올라오는 커뮤니티…대책은 없나?
- 자사고 만든 이주호 교육장관 내정…“MB 교육 부활” 반발
- 대통령실 ‘MBC 때리기’에…보도 기자 ‘좌표’ 찍어 사이버테러
-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천장 연내 8%선 뚫나…7%선 재돌파
- “인스타만 하는 우리 아이, 어떡하죠?”…오은영 박사가 답했다
- 러시아 핵무기 찾으려…미, 위성·정찰기 총동원 내렸다
- 부모 세대의 외환위기 고통이 이랬을까…속타는 유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