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글로벌 진출 전략] '팔리는 약' 전문가 이영미 부사장, '혁신'에서 해답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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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글로벌 신약 개발 경쟁력을 분석합니다.

이영미 유한양행 부사장 주요 약력 / 그래픽 = 김나영 기자

제약사에게는 '좋은 약'을 만드는 게 다가 아니다. 문제는 그 약을 어떻게 매대에 올려놓을 것인가다. 성공적인 상업화를 위해서는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누구와 손잡아, 얼마나 빨리 파느냐'를 분석하는 일은 필수다.

이영미 부사장이 총괄하는 R&BD는 단순히 신약 후보를 찾는 데 끝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의 수요와 조건을 고려해 좋은 약을 '돈이 되는 약'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를 위해 이 부사장은 제형을 다변화하고 미충족 의료 수요 신약을 발굴하는 등 '혁신'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R&D)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기술'을 '좋은 사업'으로 바꾸는 전략가

이영미 부사장은 본래 연구진 출신이다. 서울대 약학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연세대 생명공학과 연구교수를 거쳐 하버드 의대 다나파버 암연구소에서 리서치 펠로우를 지냈다.

그가 실험실에서 나온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부사장은 2013년 한미약품에 약리 담당 연구위원으로 입사한 후 2021년엔 eR&D, R&BD 총괄 전무로 승진하면서 글로벌 R&D 혁신 업무를 맡았다. 이 부사장이 연구 업무에서 벗어나 신약 파이프라인의 상업적 가능성까지 내다보는 '전략가'로 탈바꿈한 시점이다.

그는 한미약품 재직 시절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롤론티스는 한미가 개발한 플랫폼 '랩스커버리'를 활용해 체내 약효 시간을 늘린 게 특징이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첫 바이오 신약이다. 2021년 국산 33호 혁신 신약으로 지정됐다. 당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6번째로 허가 받으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롤론티스는 현재 한미약품 매출에서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은 효자 품목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분기 당 200억원대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롤론티스가 2027년 시장점유율 8%을 기록하며 매출 2억4000만달러(한화 약 3345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사장은 2022년 한미약품 퇴사 후 이듬해 유한양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한양행 최고기술관리자(CTO)로 부임된 그는 한미약품에서 체득한 혁신 R&D DNA를 회사에 그대로 이식했다.

혁신 '항암·비만·염증'서 포스트 렉라자 찾는다

이 부사장이 방향타로 잡은 핵심 파이프라인은 항암·비만·염증 등 3가지다.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으로는 항암제인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YH42946', 알레르기치료제 '레시게르셉트', 비만약 'YH34160' 등이 있다.

이 부사장은 포스트 렉라자를 찾을 전략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가 부족한 분야의 혁신 후보물질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비만 치료제에서 최근 각광 받는 GLP-1 계열의 한계를 넘어서 약효가 더 오래 지속되는  타깃을 검토하고 있다. 자체 파이프라인 'YH34160'과 인벤티지랩와의 협력으로 만들고 있는 비만치료제 모두 투여 횟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다. 레시게르셉트와 YH42946는 경구용으로 개발해 기존 약물보다 편의성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기존 파이프라인과 병용요법 등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후보물질도 도입 중이다. 작년 3월 사이러스테라퓨틱스·카나프테라퓨틱스로부터 도입한 SOS1 저해 기전 항암제도 병용요법 개발을 염두에 뒀다. SOS1 저해제는 KRAS 저해제나 EGFR 저해제 등과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유한양행 측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유한양행만의 R&D 역량을 기반으로 혁신 신약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부사장은 "유한양행의 가장 큰 강점은 검증된 R&D 역량과 신뢰 기반의 협력 경험"이라며 "파트너사 입장에서 임상 개발이나 규제 대응을 고려해 혁신 신약을 개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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