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둥산'이라는 이름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삭막하고 풀 한 포기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해발 1,118.8m의 이 산은 그런 선입견을 보기 좋게 뒤엎는다.
특히 초여름인 6월, 민둥산은 온통 짙은 초록으로 물들며 그야말로 생동감의 절정을 맞는다.
억새 명소로만 알려졌던 이곳은 사실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놀라운 자연의 변주가 펼쳐지는 곳이다.

정선 민둥산의 트레킹은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서 시작된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여정이다.
산길에 들어서면 관목과 잡목이 어우러진 울창한 숲이 펼쳐지며, 7부 능선까지는 짙은 그늘이 따사로운 햇살을 막아준다.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이따금 스며드는 바람, 그리고 숲 내음은 도시의 소음과 답답함을 잠시 잊게 만든다. 천천히 걷기만 해도 자연이 온몸으로 밀려드는 듯한 기분. 그 자체로 충분히 힐링이 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는 점차 줄어들고, 어느 순간 시야가 사방으로 탁 트인다. 이곳이 바로 민둥산 정상.
사방이 막힘없이 열린 정상에 서면 강원의 산악 지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하늘과 능선이 맞닿은 수평선 위로 바람이 자유롭게 오르내린다.
무더위를 날려주는 이 시원한 풍경은 단지 경치를 넘어서, 마치 가슴을 열어젖히는 듯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초록이 능선을 따라 넘실대는 모습은, 가을 억새만큼이나 민둥산을 특별하게 만든다.

민둥산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지질학적 특성에서도 발견된다.
산을 걷다 보면 곳곳에 움푹 꺼진 지형이 나타나는데, 이는 석회암이 빗물에 침식되며 만들어낸 '돌리네(doline)'라는 카르스트 지형이다.
정상 부근에는 이러한 지형에 물이 고여 생긴 작은 연못도 있다. 장마철에는 물이 차올라 잔잔한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건기에는 풀과 돌이 드러나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많은 이들이 민둥산을 가을 억새 명소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산은 사계절 내내 전혀 다른 표정으로 다가온다.
특히 초여름인 6월은 붐비지 않으면서도 가장 생기 넘치는 시기다. 신록이 능선을 타고 흐르고, 바람은 능선 위를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산세는 완만하여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고, 숲이 많아 한여름의 더위도 비교적 덜 느껴진다. 여기에 입장료와 주차비가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더 완벽한 6월의 힐링 트레킹지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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