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읽기] 임박한 오리온 3세 승계...확인 방법은

'배당 성향 변화'·'최대주주 지분율 변동'으로 확인 가능

과거 대학생이 존경하는 CEO 관련 설문의 단골 1위는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이었다. 얼마 전 발표에는 이재용·정용진·구광모·정의선 등 속칭 재벌 3세의 이름이 올랐다. 어려운 환경에서 회사를 설립해 한국경제의 고도 성장기를 주도한 창업주 대다수는 이미 세상을 떠난지 오래다. 그 자리에는 사업확장과 글로벌 진출로 성공한 2세에 이어 3세가 자리잡았다. 이제 그들은 강력한 지배력을 갖춘 명실공히 완전한 '회장'이 되었다.

오리온 본사 전경. / 오리온

하지만 3~4세는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2세들의 승계 때에는 편법증여, 비상장 주식의 저가 매수, 일감 몰아주기, 지주사와 합병 등 대주주에게 유리한 각종 방법이 사용됐다. 간혹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법적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감옥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높아진 사회적 투명성과 소액주주의 감시 등 사실상 과거처럼 은밀하게 부를 이전하거나, 지배력을 강화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투자자들도 사업보고서 중 '주주에 관한 사항'에서 승계작업 상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리온그룹의 지배구조는 4조3000억원의 자산규모를 갖춘 오리온의 최대주주 오리온홀딩스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창업주 이양구 회장의 딸 이화경씨 32.63%, 사위 담철곤 씨 28.73%로 2세 승계가 완벽히 이뤄진 걸 알 수 있다. 최근 전략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들 부부의 아들 담서원 씨의 지분은 1.22%에 불과하다. 하지만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각각 1955년과 1956년에 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머지 않은 시점에 승계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오리온홀딩스 2024 사업보고서. / DART

오리온그룹의 주력사인 오리온은 2017년 인적분할 이후 '국내 제과회사'라는 틀을 벗어났다. 2018년 연결 매출은 1조9269억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3조1043억원으로 성장했다. 6년 만에 매출 규모가 60% 이상 확대된 셈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지역 구성이다. 2024년 기준 매출의 약 2조원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한국에서의 매출도 2018년 6982억원에서 2024년 1조60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내수 침체 속에서도 브랜드 확장과 제품력으로 완만하지만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렸다. 중국은 2018년 9333억원에서 2022년 1조2682억원까지 확대됐고, 2023년 일시 주춤했지만 2024년 다시 1조2652억원으로 회복됐다. 중국은 여전히 오리온 최대 시장이다.

오리온 2024 사업보고서. / DART

오리온그룹의 주력사인 오리온은 2017년 인적분할 이후 '국내 제과회사'라는 틀을 벗어났다. 2018년 연결 매출은 1조9269억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3조1043억원으로 성장했다. 6년 만에 매출 규모가 60% 이상 확대된 셈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지역 구성이다. 2024년 기준 매출의 약 2조원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한국에서의 매출도 2018년 6982억원에서 2024년 1조60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내수 침체 속에서도 브랜드 확장과 제품력으로 완만하지만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렸다. 중국은 2018년 9333억원에서 2022년 1조2682억원까지 확대됐고, 2023년 일시 주춤했지만 2024년 다시 1조2652억원으로 회복됐다. 중국은 여전히 오리온 최대 시장이다.

가장 인상적인 숫자는 기타 지역이다. 베트남·러시아를 포함한 기타 지역 매출은 2018년 2955억 원에서 2024년 7789억원으로 2.6배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은 6년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하며 핵심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았고, 러시아 역시 신공장 가동 이후 빠르게 외형이 커지고 있다.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오리온은 이미 '한국·중국 안정 + 신흥국 고성장' 구조를 완성했다.

하지만 오리온의 글로벌 성공이 3세 승계에는 곤란거리다.

오리온홀딩스 최대주주는 여전히 부모(담철곤 회장, 이화경 부회장)며, 이들이 6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덕분에 아들인 담서원 씨가 빠르게 임원으로 승진할 수는 있으나, 경영권과 지배력까지 완벽하게 이전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아무리 오너 자녀가 임원이 되었다고 해서, '혈연=능력' 공식까지 검증된 것은 아니다. 그의 사업적 역량은 과거와 달리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담서원 신임 오리온 전략경영본부장(부사장). / 오리온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충실의무(소액주주를 위한)' 등 오너의 지배력 승계 관련 문제점을 견제할 제도가 많아졌다. 오너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의사결정 경험과 경영 수업을 쌓는 초고속 승진이 특혜로 인식될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오리온의 눈부신 성장 탓에 승진만큼 승계가 빠르지 못할 거란 예상을 할 수 있다.

오리온 해외 실적이 좋고, 주가가 오르면 오를 수록 지분을 넘겨줄 때 발생하는 세금(상속/증여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렇다고 일부러 회사를 망치면, 그 또한 경영진의 '배임'이다.

그러니 회사가 잘 될수록 지배력 승계는 더욱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일부 승계를 앞둔 회사에서는 일부러 털어버려야 할 악재를 노출시켜 주가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오리온 3년 주가 추이. / 네이버금융

하지만 최고의 방법은 3~4세들이 새로운 사업에서 '압도적인 실력 입증'과 그에 따른 '합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쉽는 않은 일이긴 하다.

재무제표 관찰자로서, 투자자로서 우리는 냉정한 시각과 합리적인 판단으로 그런 기업을 찾아야 한다.

사실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재벌 3~4세 경영자가 '임원 직함'을 가지면 그가 맡은 사업에서 확실한 '숫자(이익)'를 만들어 내는지 혹은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숫자가 뒷받침돼야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고배당 정책을 펼칠 수 있고, 그래야만 합법적으로 승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더불어 앞으로 오리온 관련 재무제표를 볼 때는 화려한 매출 성장 그래프만 볼 게 아니라 여기에 '배당 성향의 변화'와 '최대주주 지분율 변동'을 유심히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