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땅 분쟁 때문에…등하굣길 컨테이너 ‘불안’
학교와 다툼 중인 업체 ‘시위’
좁은 길 학생·차량 아슬아슬
학부모들 “조속 해결” 항의

지난 17일 오전 7시40분쯤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 대광여고·서진여고 정문으로 향하는 통학로. 한 학생이 철제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어른들 다툼에 왜 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컨테이너는 대광여고 정문을 반쯤 차지하고 서진여고로 이어지는 도로 2개 차선 중 1개 차선을 가로막아 차량 통행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 도로는 두 학교 전교생 800여명이 등하교 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통학로다.
컨테이너가 길을 건너는 학생들의 시야를 가리는 탓에, 이 구간을 빠져나온 차량과 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상황이 여러 번 목격됐다. 등굣길 지도를 하던 한 교사는 “학생들이 언제 다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태는 지역의 한 개발업체가 지난달 16일 이곳에 컨테이너를 설치하면서 빚어졌다. 기존에 낙찰받은 학교 부지를 인도받기 위해 강제집행에 나선 것이다.
두 학교의 법인인 홍복학원의 설립자는 2013년 1000억원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통학로 일부 도로와 담벼락을 포함한 학교 인근 부지는 세금 체납으로 경매에 부쳐졌고, 2016년 개발업체 A사가 낙찰을 받았다. A사는 부지 일부가 통학로로 이용되고 있다며 2017년 토지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최종 승소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홍복학원은 교육부 해석 등을 토대로 이 부지를 다른 부지와 교환하기로 A사와 협의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집행을 수년간 유보해 오던 A사는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A사는 책임이 홍복학원과 광주시교육청에 있다고 주장한다. 컨테이너에는 ‘문제를 5년간 방치하고 토지 교환 결의마저 철회한 이사회와 시교육청은 학생 안전을 돌보지 않은 직무유기’라고 적혀 있다.
시교육청은 2022년 문제 해결을 위해 홍복학원과 학부모, 시의회 등 12명으로 된 ‘정상화 대책위원회’를 꾸려 운영에 들어갔지만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대체 통학로 개설도 주변에 마땅한 부지가 없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교육청 관계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홍복학원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광여고 학부모회 100여명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아이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복학원이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교육시민연대는 “‘학생 안전’을 놓아버리고 책임 회피에만 골몰하고 있는 홍복학원 임시이사들부터 전원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복학원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설립자가 구속된 뒤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법인 재산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여동구 홍복학원 이사장은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계속 논의 중이다. 업체 측에 일정 기간이라도 컨테이너를 치워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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