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수도권 최대 재활용 선별업체 가봤더니..'비닐쓰레기 절반은 폐기물'

이창훈 2018. 4. 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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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입 거부로 폐기물 처리 비용 급등 / "덜 생산하고 더 재활용해야 '쓰레기 대란' 해결"

“이거 보세요. 한 달을 안내해도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할 노끈, 기저귀, 고무장갑이 수두룩합니다.”
수도권 최대 재활용쓰레기 선별업체를 운영하는 전재범 대성환경 대표는 3일 인천시 서구 오류동의 회사 야적장에 쌓인 비닐봉지 중 하나를 북북 뜯었다. 투명한 비닐봉지 속에는 일반 비닐뿐만 아니라 부직포와 유아용 매트리스, 스티로폼 등 폐기물과 다른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했다. 비닐 쓰레기가 모인 이곳에는 썩은 음식쓰레기 냄새마저 풍겨 작업자들은 항상 마스크가 필수라고 꼬집었다. 

야적장에 모인 재활용 비닐 쓰레기는 지난 2일 수거 업체들이 서울과 인천, 경기 북부의 공동주택(아파트)에서 수거해온 것들이다. 전 대표는 이달부터 이물질이 묻은 비닐이나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재활용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지난달부터 안내했지만 재활용쓰레기 혼합 배출은 여전했다.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를 실어온 몇몇 트럭이 분리수거가 안 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되돌아가기도 했지만 소수에 그쳤다. 비닐 쓰레기보다 사정이 나은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도 소형 전자제품과 철제 프레임이 섞인 장난감, 의자 등이 손쉽게 발견됐다.

전 대표는 “혼합 배출한 쓰레기는 받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모두 거부할 수는 없다”며 “수년간 분리수거 배출 규정을 지켜달라는 우리의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각심을 알리자는 차원에서 ‘이물질 묻은 비닐과 다른 쓰레기와 뒤섞인 플라스틱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상대로 수거하겠다고 정부에서 발표했지만 지자체, 소비자, 기업 등 우리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수입거부도 이번 문제의 원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덜 쓰고 덜 생산하고 더 재활용해야 ‘쓰레기 대란’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일 인천 서구 대성환경에 붙은 안내문. 이달부터 비닐류에 입고 금지품목이 혼재된 경우 입고 중단 조처를 내리겠다고 알리고 있다.
 
전재범 대성환경 대표가 3일 비닐쓰레기 야적장에서 발견한 페트병을 들고 있다.
◆비닐 쓰레기는 늘어나지만…절반은 폐기물

플라스틱과 비닐을 수거해 선별하는 이곳에는 하루 300∼350t의 쓰레기가 들어온다. 전 대표는 2014년 당시 플라스틱과 비닐의 비중이 8대2에 불과했지만 최근 6대4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닐 쓰레기는 수거해도 절반은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이 섞여 들어와 오히려 돈을 내고 버린다”며 “그나마 쓸 수 있는 쓰레기도 고형연료(SRF)를 만드는 회사에 무상으로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특히 이물질이 묻은 비닐 쓰레기는 하나만 있더라도 해당 쓰레기가 담긴 봉투 모두를 폐기해야만 해 재활용을 막는 큰 걸림돌이 된다. 

운반비와 인건비를 포함해 평균 1㎏당 300원의 처리비용이 드는 비닐의 경우 수거 업체들이 플라스틱을 처리하고 남는 이윤에서 비용을 부담해왔다. 그러나 비닐 쓰레기가 급증하고 플라스틱의 원료인 페트(PET)와 폴리에틸렌(PE) 가격이 중국의 수입거부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업체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게 됐다. 폐기물처리 비용마저 3년 전 1t당 3∼5만원에서 올해 13∼15만 원대로 급등해 폐기물이 많아질수록 업체의 적자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 대표는 “중국의 수입거부로 사라진 비닐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며 “열병합발전소를 통해서 고형연료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3일 인천 서구 대성환경의 쓰레기 야적장에 분리되지 않은 스티로폼이 그대로 버려져 있다.
◆오갈 데 없는 일회용 커피잔·계란판…재활용 염두에 둔 제품 제작 필요

전 대표와 함께 둘러본 야적장 한쪽에는 계란판을 압축한 쓰레기가 어른 키 3배 높이 만큼 쌓여있었다. 올해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중단 조치로 계란판과 플라스틱 일회용 커피잔은 현재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일회용 커피잔의 경우 현재 개별 프랜차이즈별로 플라스틱의 원료인 PET와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스티렌(PS)으로 커피잔을 만들고 있다.

전 대표는 “일회용 커피잔은 맨눈으로 봤을 때는 PET, PP, PS인지 구문이 안 된다. 수거해도 모두 구성 원료가 달라 일일이 분류하지 않는 이상 재활용 할 수 없다”며 “분리를 할 수 없어 폐기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은 중국에 수출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막혀 1000t 가까운 일회용 커피잔과 계란판을 처치 못 해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품을 만들 때 재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작하는 바람에 폐기물로 분류되는 것이라고 전 대표는 지적했다.

20년 넘게 재활용 쓰레기 처리 관련 업종에서 종사한 전 대표는 “당장은 비닐이 문제지만 재활용이 안 되는 샴푸·화장품 용기, 일회용 커피잔 등 다른 플라스틱도 상황이 심각해지면 언제든지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기업이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용기를 디자인하고 원료를 선정을 해야 효율적으로 분리수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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