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도 '아빠 저리 가!'하던 세 살 아들.. 목말 태워주며 몸으로 놀아주니 친구가 됐죠"
"빨래·청소로 육아 돕는 걸로는 부족.. 목욕·책 읽어주기는 무조건 아빠 몫
교대근무에 2일은 집에 못 오지만 하루에 10분이라도 아이와 시간 보내"
"아빠 저리 가! 엄마가 안아줘!"
세 살 아들 이안이는 아침잠이 덜 깬 상태였다. 덜 깼을 때 가장 편한 사람을 찾는 건 당연하다고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아빠 저리 가!"라는 말을 듣고 또 듣다 보니 마음에 상처가 쌓여 갔다.
이안이가 태어난 뒤 이안이를 돌보는 건 자연스럽게 엄마의 몫이었다. 나는 빨래나 청소 등을 하며 육아를 '도와줬다'. 스스로는 육아를 '열심히 돕는' 아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아빠 저리 가!"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뭔가 잘못돼 가고 있었다.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지만, 나는 '돕기만' 하는 아빠였다. 이안이와 친해지려면 육아를 함께하는 아빠가 돼야 했다.
◇몸으로 놀아주기부터 시작
우선 이안이가 좋아하는 '몸으로 놀아주기'부터 시작했다. 길을 걸을 때 목말을 태워주고, 놀이터에서 노는 내내 같이 달렸다. 집에서는 몸으로 비행기를 태워주고, 아빠 몸을 타고 올라가 높이 있는 물건을 만질 수 있게 했다.
아빠와 함께하는 일을 하나씩 늘려 갔다. 목욕은 무조건 아빠가 했다.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것도 아빠 몫으로 정했다. 과자·사탕·초콜릿을 엄마 몰래 사주다가 들켜 혼나기도 했다. 둘만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둘만의 비밀도 생겼다. 물론 비밀이라고는 하지만 엄마도 다 알고 있다. 이안이가 비밀이라며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고 모른 척 넘어가 주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엄마가 도와준 셈이다. 그렇게 이안이는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이완이와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놀았다. 미니언즈 캐릭터 도시락을 만들며 채소가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했다. 가까운 농장에 가서 나뭇잎으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길가에 핀 꽃에 '계란프라이꽃'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재미있다고 깔깔거리기도 했다. 이안이의 오늘은 어제와 같았던 적이 없다는 것을 일상을 같이하고서야 느끼게 됐다.
아이랑 노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종종 이안이와 놀이터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한다. '무궁화 꽃' 대신 '잘생긴 꽃' '웃긴 꽃'처럼 단어를 바꿔 부르며 그에 맞는 표정과 몸짓을 한다. 이안이 친구들도 같이할 때는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어 더 재미있다. '동대문을 열어라'를 하면 이안이 친구인지 아닌지도 모를 아이들까지 몰려든다. 어느 순간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제 아들은 '아빠 편!'"
교대근무를 하는 소방공무원 아빠라서, 6일 중 2일은 집에 오지 못한다. 저녁에 퇴근하는 이틀은 목욕시키고 책 읽어주며 재우느라 빠듯하다. 주말에 이틀 모두 쉬는 것은 6주에 한 번뿐이다. 명절 등 연휴에도 아빠는 언제나 정상 근무다. 함께 지내기에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많지 않은 것이다. 대신 하루에 10분 만이라도 아이와 눈을 맞추며 시간을 보내려 했다. 아이와 놀기 위해 거창한 준비가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아이와 함께하기 전 나 자신의 마음을 매만지는 10초의 시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요즘도 이안이와 함께 길을 걷다 보면 슬그머니 아빠 앞에 선다. 목말을 태워달라는 의미다. 엄마는 못하고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이안이와 자연스럽게 스킨십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빠 앞에 선 이안이를 보면 엄마는 '아빠 힘들다'며 아이를 말린다. 하지만 아빠 어깨 위에 타서는 '내 키가 제일 크다'며 해맑게 웃는 그 웃음이 좋아서, 오늘도 아빠는 이안이를 번쩍 안아 목말을 태우고 길을 걷는다.
이렇게 아빠에게 "저리 가!"라고 했던 아이를 '아빠 친구'로 만들 수 있었다. 이제 이안이에게 엄마 편인지 아빠 편인지를 물으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말한다. "난 아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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