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 자동차들은 이른바 ‘태풍의 눈’이라 불리는 엠블럼을 달고 있다. 태풍의 눈 엠블럼은 1995년 삼성자동차가 출범했을 당시부터 르노에게 인수된 지금까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한민국 도로를 누비고 있다.
최근 이 엠블럼에 대한 말들이 많다.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르노 ‘로장쥬(프랑스어로 마름모)’ 엠블럼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해, 르노삼성이 이름에서 삼성을 떼어내려 한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얼마 남지 않은 르노와 삼성 사이의 상표권 계약이다. 현재 르노삼성과 우리가 아는 삼성은 사업상 전혀 연관이 없다. 2000년,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매출의 0.8%를 로열티로 지불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고, 삼성이라는 이름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당시 체결한 계약은 오는 2020년 만료된다. 계약 만료 후 추가 재계약이 없을 경우, 르노삼성은 어쩔 수 없이 이름에서 ‘삼성’을 떼어내야 한다.


2015년부터 시작된 전시장의 변화는 이같은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르노삼성은 수도권 전시장을 시작으로 전시장 테마색상을 기존 파란색 대신 노란색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노란색은 르노의 상징색이다.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르노삼성 홈페이지에 쓰인 노란색의 색상 코드는 'ffcc33'이다. 르노 홈페이지에 쓰인 색상코드 역시 'ffcc33'이다. 비슷한 색이 아닌 완전히 똑같은 노란색이라는 뜻이다.


이런 흐름에서, 최근 공개한 클리오의 코끝에 달린 로장쥬 엠블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르노삼성 역사상 로장쥬 엠블럼을 붙인 것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이후 처음이다. 이름도 ‘르노삼성 클리오’가 아닌 ‘르노 클리오’다.
클리오는 시작에 불과하다. 올해 유럽에서 들여오는 경상용차도 르노 엠블럼을 달고 나올 예정이기 때문.


그렇다면 태풍의 눈 엠블럼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일까? 르노삼성 자동차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에는 태풍의 눈 엠블럼을, 유럽 수입 모델에는 로장쥬 엠블럼을 부착할 계획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계속해서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도 있다. 장기적으로 고객 혼란을 초래하고, 홍보 역량이 분산되는 등 결코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 르노와 르노삼성의 성격이 겹치는 것도 효율을 급감시키는 요인이다.


투-트랙 전략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해도 삼성 떼어내기를 '칼로 무 자르듯'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삼성은 전자제품, 건설, 반도체, 의류, 금융 등 국내 산업 전반에 손을 뻗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이 갖는 힘은 엄청나다. 이에 비하면 르노는 국내 인지도가 현저히 낮은 편. 르노삼성이 삼성의 후광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르노삼성 관계자도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르신들은 르노삼성을 아직도 ‘삼성차’라고 부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르노 브랜드는 잘 모르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SM' 돌림자를 사용하는 작명법도 문제다. 르노삼성은 '삼성 모터스(Samsung Motors)'의 약자인 'SM' 뒤에 차급별 숫자를 붙이는 방식으로 세단 모델명을 사용하고 있다.
르노 탈리스만을 르노삼성은 SM6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외에도 SM3, SM5, SM7 등이 같은 돌림자를 사용한다. 만약 브랜드 명칭을 르노로 바꾼다면, 공들여 인지도를 쌓아온 모델명까지 갈아엎어야 할 판이다.

엠블럼 논란과 관련해 르노삼성은 "르노삼성과 르노 중 어느 쪽이 더 회사에 이로울지 남은 계약기간 동안 면밀히 검토할 것이며, 아직은 결정하기 이르다"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언젠가 르노삼성이 삼성과 완전한 작별을 고한다면, 로장쥬 엠블럼을 단 모델 판매량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르노의 이름과 노란색이 더 친근해졌을 때가 아닐까? 로장주 엠블럼을 당당히 달고 나온 '르노 클리오'의 어깨가 무겁다.
이미지 : 르노, 르노삼성, 카랩DB
황창식 inthecar-hwang@carlab.co.kr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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