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글쓰기로 상처 보듬어준 선생님.. '작가의 꿈'익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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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장규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2년 전 선생님 반의 제자 온유입니다.
선생님은 글을 통해 제 사연을 아시고 체육대회 날, 저를 학교 뒤편으로 부르셨어요.
저에게 따뜻하고 안락한 둥지 같은 역할을 해주신 선생님이 제게 해주신 것처럼, 저도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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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회장賞 김온유 양
강장규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2년 전 선생님 반의 제자 온유입니다. 기억하시나요?
풋풋한 모습으로 온양여중 교정에서, 새록새록 춤추는 꽃봉오리들을 보며 두려움 반, 설렘 반 입학식에 발을 내디뎠던 날이 벌써 2년 전이라니요. 저는 이제 어엿한 중학교 3학년이 됐답니다. 선생님이 전근을 가신지 이제 꽤 됐지만, 교무실을 지나면 괜히 예전 선생님 자리를 쓱 보고 가게 되네요. 아직도 선생님의 온화한 얼굴이 선합니다.
때는 1학년 2학기였죠. 선생님이 저에게 “같이 글짓기 대회에 나가보지 않을래? 선생님은 7년 동안 이 대회에서 학생들을 지도했어”라고 자신감 넘치게 말씀하셨잖아요.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사실 저는 제 마음속 상처를 누구에게도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까요. 바로 가족의 상처인데요. 저는 4세 때부터 부모님의 다툼을 봐왔어요. 엄마는 우울증에 걸리신 적도 있고, 저에겐 가족끼리 여행했던 기억보단 부모님이 싸우는 장면이 손꼽힐 정도로 많으니까요.
그런 상처를 어루만져주시던 선생님. 저는 숨 한번 깊게 내쉬고 이제부터 세상에 한 발짝 더 당당해지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은 글을 통해 제 사연을 아시고 체육대회 날, 저를 학교 뒤편으로 부르셨어요. 그리곤 조용히 저에게 물어보셨죠. “어머니·아버지는 어떤 일 하시니? 엄마·아빠를 많이 도와드려라”고 다정한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리곤 내일 대회 잘할 거라고 말씀하셨죠.
대회 준비 중에도 전화로 “아빠 집에 언제 돌아오시니? 밥은 먹었니?”라며 저에게 말씀해주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사랑과 기대를 지켜내고 싶었던 걸까요. 전 다음 날 대회에서 생애 첫 교외 상장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전, 선생님 덕분에 확고한 꿈이 생겼어요. 바로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가르쳐주신 인생에서 지녀야 할 용기와 따뜻함은 그늘지고 자신감이 없어 웅크린 저에게 이제 기지개를 켜도 된다는 신호가 돼주었어요. 아빠가 출장 가셔서 몇 달에 한 번 보고, 어떨 땐 바쁘셔서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외식만 하고 헤어지는 그런 저에게 아빠의 자리는 참으로 갈증이 났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빠의 자리를 선생님께서 채워주신 느낌이었어요. 저에게 따뜻하고 안락한 둥지 같은 역할을 해주신 선생님이 제게 해주신 것처럼, 저도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 전근을 가시고 1년 뒤 스승의 날에 제가 문자를 남겼어요. 보고 싶다고, 선생님 덕분에 이번 연도에 글짓기 금상을 타게 됐다고요. 그랬더니 “좋은 추억 많았는데 오래 같이하지 못해서 아쉽다. 늘 밝은 모습 행복한 나날이기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다른 학교로 가시기 전에 다음 연도에 성적도 올리고, 글짓기 분야에서도 최선을 다해보라고 조언해주신 덕분인지 저는 난생처음으로 전교 1등도 해보게 됐고 글짓기대회라면 기대되고 설레였어요. 선생님은 마음에 언제나 그늘이 져 있던 저에게 어깨를 펴라고 조언해주셨던 그런 슈퍼 히어로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제 선생님 덕분에 제 상황을 누구에게도 숨기지 않습니다. 당당한 아이가 됐달까요. 성격도 많이 변하고 더 저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선생님의 은혜는 ‘바다보다 넓다’ ‘하늘만큼 땅만큼 크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이렇게 표현하고 싶을 뿐이에요
“선생님과 함께라면 우주라도 걸어갈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이죠. 너무나도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선생님.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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