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도쿄나 오사카, 나고야 같은 대도시를 벗어나면 대중교통이 굉장히 불편한 편이다. 이번 여정이 대표적이다. 일본 관동(간토)지역 자동차 박물관을 중심으로 사흘짜리 코스다. 렌터카를 검색한 뒤 주차장 있는 호텔을 예약하고, 맛집을 찾았다. 톨게이트 비용까지 넣으면 예산을 초과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렌터카 외에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여정의 시작점은 하네다 공항의 토요타 렌터카 사무실. 하네다 공항은 안내소에 문의하면 렌터카 지점까지 운행하는 셔틀 버스를 불러 준다. 오사카 지역으로 통하는 간사이공항은 렌터카 사무실과 주차장이 같이 있다. 따라서 공항 청사를 통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반면 하네다처럼 규모가 비교적 작은 공항은 외부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렌터카를 이용할 때는 ‘렌탈카닷컴(http://rentcartravel.com)’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날짜와 시간을 입력하면 렌터카 업체 수십 개를 검색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부터 일본 내 자동차 회사들이 운영하는 업체까지 다양하다. 경험상 토요타 렌터카가 가장 저렴하다. 차를 수령하고 반납하는 지점에 대한 수수료도 제일 저렴한 편이다.
반면 반납시간은 오후 8시까지다. 요금기준도 24시간이다. 따라서 원래 예정한 시간을 넘길 경우 다음날 반납해야 한다. 예약은 한국에서도 가능하다. 사전에 한국에서 NOC(일종의 보험으로 영업 손실 예치금으로 반납 불가)를 납부하면 된다. 일본에서 렌터카 빌릴 때 가장 유의해야 하는 점은 인도 및 반납 지점에 따른 수수료다.
토요타 렌터카의 경우 비슷한 지역이면 무료인 곳이 많다. 하지만 거리에 따라 최소 2,000~1만 엔까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겨울철은 윈터 타이어 옵션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베이비 시트 사용 가능과 내비게이션의 언어 지원, 흡연, 금연 등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한 유료도로가 워낙 많아 하이패스와 비슷한 ETC가 필수다.
대여요금은 하루 324엔이다. 그런데 ETC 역시 지역별로 여러 종류가 있어 확인해야 한다. 물론 통행료는 현금으로도 낼 수 있다. 그러나 ETC를 쓰면 요일과 장소에 따라 할인해준다. 장소에 따라 현금수납이 불가능한 톨게이트도 있으니 일본에선 필수다. 렌터카는 늘 가장 낮은 등급(P1)을 예약하는데, 매번 운 좋게 ‘연비최강’으로 불리는 비츠를 받았다.


이번 사흘간 자동차 여행의 첫 일정은 도쿄에서 약 2시간 거리인 나스였다. 복잡한 도쿄 시내를 빠져나와 도호쿠(東北)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는 경로다. 사이타마와 우쓰노미야를 거치는 토호쿠 고속도로 구간은 비교적 도로가 괜찮고 최고속도도 시속 100㎞ 정도로 높은 편이다. 중간중간 도쿄 북동부로 빠지는 인터체인지가 많다.
일본의 고소도로 휴게소는 크게 PA(Parking Area)와 SA(Service Area)로 나뉜다. 과거에는 규모와 주유소 유무에 따라 구분했는데 최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휴게소 모습은 한국과 비슷하다. 다만 차종에 따라 주차구역이 다르고, 일방통행이 기본이다. 푸드코트와 편의점, 화장실, 주유소를 갖췄고, 지역에 따라 특산물과 기념품을 판다.



나스의 아이언돔에 들렀다가 저녁 무렵 숙소가 있는 시부카와로 이동했다. 나스는 도치기현의 작은 시골 도시인데, 산으로 둘러싸여 기후변화가 심하다. 낮에 따뜻해도 해가 지면 도로가 얼어붙기 시작한다. 이날은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해 한국에서 렌터카를 예약할 때 선택했던 윈터 타이어 옵션을 아주 요긴하게 썼다. 하루 2,500엔의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이니셜 D의 배경으로 유명한 이카호 근처 시부카와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무렵.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지만 음식점을 찾기 쉽지 않다. 물어물어 시부카와 역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아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대도시를 제외한 일본의 작은 동네나 도시는 매장이 문을 닫는 시간이 오후 7시 무렵이다.
특히 라멘이나 우동을 파는 식당은 늦게까지 운영하는 곳이 드물다. 따라서 시간이 늦었다 싶으면 인근의 쟈니스나 코코스, 스카이락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 게 가장 빠르다. 역 주변은 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이 많다. 주로 마쓰야나 요시노야, 텐야, 오쇼처럼 규동이나 카레 같은 간단한 덮밥을 파는 곳이다.


시부카와에서는 이카호 장난감, 인형, 자동차 박물관(요코타 컬렉션)에 들렀다. 이 박물관의 요코타 관장은 올해 닛산 1세대 페어레이디Z(S30)를 타고 몬테카를로 클래식카 랠리에 참여했다. 방문했을 때는 출국 전이었는데, 막바지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 기착지는 키류시의 마에하라 컬렉션. 토요타 크라운과 랜드 크루저를 세대별로 전시한 박물관이다. 키류시 문화재로 등록된 방직공장을 개조해 갤러리로 꾸몄다. 트립어드바저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이 기류에 가거나 근처를 지나가면 한 번쯤 방문해 봐야 할 곳. 개관일이 일정치 않아 사전에 문의가 필요함. 그러나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마에하라 갤러리 근처는 식당도 커피숍도 없는 오래된 주택가. 구글맵 검색을 통해 찾은 소바 전문점까지 거리는 차로 약 10분. 한적한 국도변 음식점인데 상당히 맛있다. 보통 일본의 우동 소바 전문점은 우동과 소바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이곳은 소바만 가능하다. 시내를 벗어나 자리한 대부분 음식점과 편의점은 주차장을 갖췄다.



키류를 거쳐 신주쿠에 돌아온 시간은 저녁 10시 무렵. 신주쿠는 유흥가라 늦게까지 연 음식점도 많고 볼거리가 많다. 살벌한 주차비는 둘째치더라도 주차장 갖춘 호텔이 거의 없다. 설령 있어도 예약경쟁이 치열하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 렌터카 빌릴 땐 비싼 주차비 내느니 반납하고 다음날 다시 빌리는 편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익이다.


일본 역시 렌터카 연료는 가득 채워 반납이 원칙. 그렇지 않으면 거리 당 연비로 계산해 그날그날 휘발유 가격으로 청구한다. 참고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해 연료계 바늘이 전혀 움직이지 않더라도 주행거리 당 연비로 계산해 적은 금액이라도 청구한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 있어 관대한 편. 연료계의 바늘이 ‘F(가득)’에 있으면 통과다.

셋째 날은 히가시 신주쿠를 출발해 이바라키와 치바를 거쳐 아쿠아라인을 타고 도쿄로 돌아오는 일정. 이번에는 일본어 능통한 후배 커플과 함께다. 이들의 관심사는 맛집. 그런데 이바라키 맛집을 검색 하던 중 특이점을 발견했다. 세븐일레븐이 맛집 순위 7위다. 이바라키는 도쿄 근처의 가장 큰 농업지대. “특산물인 된장을 먹으러 이바라키까지 가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후배 커플의 설명이다.

이번 코스에는 1980년대 최고속 배틀로 유명한 고속도로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수도고속도로 완간선에서 이어지는 히가시간토(東関東) 고속도로를 타고 치바와 나리타를 거쳐 이바리키현의 ‘오오카미(늑대)’ 박물관에 가는 일정이다. 1970년대 일본의 슈퍼카 붐을 타고 인기를 끈 만화, <서킷의 늑대(サーキットの狼)>를 테마로 꾸민 박물관이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후배 커플은 다시 맛집을 검색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세븐일레븐이 나오지 않았다. 위치 기반을 통해 검색한 음식점 대부분은 체인점. 일본 어디서나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고민 끝에 가장 가까운 일본 음식 전문점으로 이동. 거리는 차로 10분 정도였는데, 한적한 주택가 한 가운데 있었다. 동네 맛집의 느낌이 가득하다.


점심식사 후에는 치바현의 한 농장으로 이동했다. 히가시간토 고속도로를 타고 도쿄 기준으로 도쿄만 반대편인 치바 반도의 가장 끝 부분이다. 전망 좋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일부만 관람이 가능한 시간이었다.


도쿄로 돌아오는 길은 치바 기사라즈와 가와사키를 잇는 도쿄 아쿠아라인을 선택했다. 아쿠아라인은 한때 일본 폭주족들이 최고속 배틀을 펼치던 곳으로 유명했다. 15.1㎞의 아쿠아라인은 절반은 바다 위, 절반은 해저터널로 구성된다. 치바 방향에서 가면 바다 위를 달리다 중간의 우미호타루(바다 반딧불) 휴게소를 기점 삼아 해저터널로 이어진다.
치바반도에서 아쿠아라인을 이용하지 않고 케이오라인(이치하라, 마쿠하리, 후나바시 경유)을 이용할 경우 거리 차이는 30㎞. 이 경로는 도쿄 주변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곳이라 시간으로 따지면 아쿠아라인보다 1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렌터카 반납 후 오쿠보역 근처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등심 스테이크와 햄버그스테이크, 뽀빠이를 주문했다. 일본에 오면 후배커플과 늘 들르는 곳이라 할인까지 받았다. 차슈는 서비스로 나왔다.


자동차로 일본을 여행하려면 굉장한 용기와 비용,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살인적인 도로비와 주차비를 모르고 덤볐다가 낭패 보기 십상이다. 불법주차는 꿈도 꾸기 어렵다. 일본은 지역 간 왕래가 비교적 적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비용이 렌터카를 훌쩍 뛰어 넘기도 한다. 따라서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손수 차를 빌려 떠나는 여행에 도전해보자!
글·사진 황욱익(자동차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