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화장품, 성분기준 영유아 수준 강화·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해야

김민석 기자 2018. 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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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7월까지 기준 확정, 살리실산·IPBC 성분금지 등 법령개정
화장품 사용 연령대 갈수록 낮아져, 식약처·업계 '안전기준 강화' 공감대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매장 지하1층 키즈 코너에 어린이 화장품 브랜드 '슈슈' 제품이 진열돼 있다.© News1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정부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유통·판매되는 화장품을 성인용과 구분해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오는 7월까지 어린이 대상 제품 성분 기준을 영유아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 어린이가 성인보다 알레르기에 취약한 점을 고려해 알레르기 유발성분 26종도 표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어린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 10대전용 색조화장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만큼 규정 강화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편의점들이 어린이용 색조화장품 판매에 나서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용 화장품'이라고 명시해 유형을 신설하지는 않기로 했다. "정부가 어린이용 화장품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 의견과 반대 여론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식약처는 향후 법령 개정을 통해 어린이용 화장품을 안전하게 관리·감독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당초 식약처는 지난해 9월까지 '어린이용 화장품(만 14세 이하)'을 추가해 관리기준을 강화하려 했지만 일부 전문가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연기돼 왔다.

◇'어린이화장품' 별도 관리기준 마련…영유아용 수준으로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어린이용 표시 화장품을 성인용과 구분해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보존제 성분 2종(살리실산·IPBC)과 타르색소 2종(적색2호·적색 102호)을 제한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 화장품에는 '아밀신남알' '벤질알코올' 등 26개 종류의 알레르기 유발 착향제 등을 모두 표시하도록 했다.

강화된 기준은 '영유아용 화장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타르색소 적색 2호는 많은 양을 먹을 경우 암 유발 가능성이 있어 금지됐다. 보존제 살리실산은 연약한 피부를 자극할 수 있어 제한됐다.

성분금지는 화장품안전기준 고시 개정사항,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 강화는 시행규칙 개정사항이다. 식약처는 7월까지 관련 법령과 규칙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만큼 어린이용 제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져 법령 개정에 나선 것"이라며 "논의 끝에 전문가와 업계의 목소리를 수용해 어린이용 화장품이라는 유형을 신설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가 성인보다 유해성분에 취약한 점을 고려해 살리실산·IPBC 등 금지성분을 정했다"고 말했다.

GS25가 토니모리와 론칭한 색조화장품 브랜드'러비버디'를 소개하고 있다.(위)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업계 최초 론칭 색조화장품 브랜드 '0720'을 소개하고 있다.© News1

현재 화장품 유형에서는 '영유아용(만 3세 이하)'은 구분되지만 10대 초반대인 '어린이 화장품'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어 성인용 화장품과 구분 없이 제조·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해 어린이들이 유해 성분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더욱이 업계에 따르면 최근 10대 화장품 시장이 매년 20% 정도씩 급성장하면서 따라 화장품 브랜드들이 어린이용 브랜드와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10대들이 부담 없이 색조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로 편의점이 부상했다.

편의점 GS25는 지난 11일 토니모리와 협업해 전용색조브랜드 '러비버디'를 론칭했다. 러비버디는 '러블리 버디(사랑스러운 친구)'의 줄임말로 10대가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화장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서 CU는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와 1020세대를 타깃으로한 'CU 에뛰드 미니케어 시리즈'를 출시한 바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해 3월 화장품제조사 비씨엘과 손잡고 편의점업계 최초로 색조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브랜드명은 '0720'로 청소년들의 신조어 '이거레알'의 자음과 '학생들이 화장하는 7시20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편집숍 '시코르' 강남플래그십 지하 1층에도 어린이 전용 코너(KIDS)를 마련하고 어린이브랜드 '슈슈'의 메이크업 제품들을 진열했다. 또 옆에 화장대를 설치해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게 했다.

이랜드도 2016년 하반기 패션브랜드 더데이걸에 '더데이걸즈뷰티' 라인을 론칭하고 기초 (수분라인·트러블라인 등) 라인, 색조(틴트 등 립제품) 라인, 클렌저 라인, 선크림 등을 출시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현재 더데이걸 매장 내 뷰티 라인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색조제품 경우 성인용 대비 색소를 1/4 정도 줄여 안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랜드 어린이용 화장품브랜드 '더데이걸즈뷰티' © News1

◇설문조사 결과 "女초등학생 고학년중 절반 색조화장품 경험" 화장품·유통 기업이 10대를 겨냥한 색조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있는 만큼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화장품 ODM 관계자는 "아직 식약처가 구체적인 기준을 발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가이드라인이 실제 발표되면 그에 맞춰 순한 성분으로 화장품을 개발해 제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선 초등학생 고학년 여학생들 절반은 색조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 여학생 288명 중 절반에 가까운 42.4%가 색조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색조화장품을 처음 쓰기 시작한 시점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43.4%, 4학년부터 26.2%, 3학년부터 15.6% '2학년부터라고 응답한 어린이도 9.0%로 각각 집계됐다. 또 '부모님이 화장품을 구매해 준다'는 초등학생 비율이 60.8%, '직접 구매한다' 21.5%, '형제·자매로부터' '친구로부터'는 각각 2.8% 1.4%였다.

색조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답한 어린이들이 꼽은 제품으로는 '립글로스(89.3%·중복응답 허용)가 가장 많았고 매니큐어(45.9%) 팩트(19.7%) 립스틱(16.4%) 아이섀도(12.3%) BB크림(10.7%)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초등학생들이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지만 올바른 사용법이나 제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화장품을 접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색조화장품을 사용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규정을 강화하고 이를 지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또 화장품 산업의 성장 여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화장품브랜드 관계자는 "어린이용 화장품이 제도화되면 소비자들이 마음을 놓고 자녀에게 권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관련 "규정이 마련되면 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제품을 출시해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도 "청소년용 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된다면 제조사와 판매처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성장성이 큰 만큼 다양한 상품들의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idea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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