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소통전문가의 상담실 속 이야기]'착하다'는 칭찬이 아니다

글 김진미 2018. 3. 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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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착하지?”“엄마, 나 예뻐? 얼마큼 예뻐?”6살 예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에게 이렇게 묻는다. 놀던 장난감을 정리하고는 엄마를 쳐다본다. “엄마 나 잘했지?” 행동 하나하나를 확인받듯 엄마에게 묻는다. 예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8살 예지 오빠도 마찬가지다.“선생님, 우리 아이들이 왜 그런 거예요?”
쉬는 시간, 페어런팅(parenting) 교육 중 문정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평소 다른 엄마들에게 따뜻하게 공감해주는 문정씨였다. 아이들에게 상냥하게 대답하고 칭찬도 자주 하는 엄마다. 아이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주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왜 엄마의 사랑을 매번 확인받고 싶어하는 걸까? 알고 보니 문정씨의 칭찬에 고칠 점이 있었다.

첫째, 문정씨는 잘하는 것에 집중해 아이를 칭찬했다. 결과를 칭찬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아이가 제 역할에 충실해 결과가 좋으면 칭찬을 한다. 반대로 실패했을 때 책망한다. 성적이 좋을 때 칭찬하고, 성적이 떨어졌을 때 혼을 낸다. 상을 받아오면 칭찬하고, 실수를 하면 화를 낸다. 아이는 사랑을 받으려면 자신이 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잘하지 못해서 칭찬받지 못할까 봐 아이는 불안해진다.

문정씨는 아이를 자주 칭찬했다. 그러나 잘했을 때만 칭찬했기 때문에 아이는 끊임없이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엄마에게 확인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잘했을 때 칭찬하는 것은 물론 좋다. 그러나 못했을 때 격려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결과가 의도한 만큼 좋지 않을 때 가장 속상한 사람은 바로 아이 자신이다. 그런데 엄마에게 책망까지 듣는다면 아이는 좌절하게 된다. 실패했을 때 괜찮다고 말해줘야 한다. 노력한 것을 알아주고, 어제보다 발전한 점을 칭찬해야 한다. 결과는 실망스러워도 과정 중에 즐거웠던 기분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인격을 평가하는 칭찬의 말을 많이 사용했다. 예지는 “엄마, 나 착해?”라고 끊임없이 물었다. ‘착하다’ ‘예쁘다’ ‘잘했다’ 이 세 가지는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칭찬의 단어들이다. ‘착하다’는 인격에 관한 평가다. 어느 날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동생에게 양보했더니 엄마가 착하다고 말한다. 칭찬을 들은 아이는 불안해진다. 나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데, 나는 사실 착한 아이가 아닌데 엄마가 착하다고 한다. 마음속으로 슬그머니 죄책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자신이 나쁜 아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이가 길에서 주운 돈을 경찰서에 가져다준다. 엄마가 칭찬한다. “우리 아들 참 정직하구나.” 아이는 갑자기 어제 학원에서 친구의 딱지 한 장을 주머니에 넣은 것이 떠오른다. ‘나는 정직하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죄책감이 생긴다.

‘착하다’ ‘정직하다’ 등 인격적 특징은 칭찬의 말로 적합하지 않다.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착하다’는 말은 엄마들의 입에서 가장 쉽게 나오는 칭찬이다.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낼 때, 예의 바를 때, 겸손할 때, 부모의 지시에 잘 따를 때, 엄마들은 착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착하다’는 칭찬에는 함정이 있다. 아이들은 칭찬을 받기 위해 부모의 기대에 자신을 맞춘다.

“아이는 부모의 바람에 적응하기 위해 ‘진짜 나’를 숨기고 ‘가짜 나’를 만들어간다.” 머레이 보웬의 말이다. 로리 애쉬너는 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부모가 받아들일 만한 거짓 자아로 대체한다. 그들의 사랑과 인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이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어른들의 요구에 자신을 맞춰간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 가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른다. 자신의 감정을 참고 착한 아이가 되려고 한다. 착한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가짜 나’로 만들어진 착한 아이는 타인의 시선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고 표현하지 못한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상처를 받게 된다. 갈등을 회피한다. 경쟁 관계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착한 아이로 길든 삶은 건강하지 못하다.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하기 때문에 삶이 우울해진다.
이처럼 인격을 규정하는 칭찬은 아이에게 ‘가짜 나’를 발달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나쁘다. 아이가 ‘진짜 나’로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 목소리와 생각을 존중하며,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강요하지 말자.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진짜 나’로 당당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차라리 “오늘 착한 행동을 했구나” “오늘 정직하게 행동했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좋은 칭찬은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다. 결과를 칭찬하면 아이들은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옳지 않은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세상을 경쟁의 대상으로 여긴다. 경쟁에서 이겨서 좋은 결과를 내야 칭찬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칭찬을 듣기 위해 성공에 매달린다. 실패했을 때는 자신의 가치를 의심한다. 이런 칭찬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을 배운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인정을 받을 때만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지와 예지 오빠가 엄마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을 확인받고 싶어 했던 것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을 칭찬해야 한다. 노력한 점, 발전한 점을 칭찬해야 한다. “재미있게 만들고 있구나.” “힘들어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어제보다 훨씬 더 좋아졌는걸.” “장난감을 예쁘게 정리했구나.” 이러한 말들이 아이를 기쁘게 하는 칭찬이다. 엄마를 기쁘게 하는 삶이 아닌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또한 행동을 칭찬해야 한다. 착하다, 정직하다, 똑똑하다 등 사람을 칭찬하는 말은 아이를 혼란스럽게 하며 위축시킨다. 본인은 착하지 않은데 착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 가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똑똑하지 않은데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그렇게 보이려고 부정한 방법도 마다치 않는다. 커닝도 하고 속이기도 한다.
“너는 시인처럼 시를 참 잘 쓰는구나.” 이렇게 말하지 말고 “너의 시는 참 인상적이야.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이 있네”라고 말하라. 정직한 아이라고 칭찬하는 대신 정직한 행동을 칭찬하고, 시 쓴 아이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쓴 시를 칭찬하는 것이다.
칭찬은 아이에게 힘을 준다. 아이를 춤추게 한다. 그러나 잘못된 칭찬은 독(毒)이 될 수 있다. 약(藥)이 되는 좋은 칭찬 배워서 아이를 살맛 나게 하자.
글 김진미(빅픽처 가족연구소 대표,bigpicturefam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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