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도 은퇴 못하는 시대'..60대 경제활동인구, 20대 첫 추월
[경향신문] 일을 하거나 찾고 있는 60세 이상이 같은 상황의 20대보다 처음으로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와 20대 인구가 모두 늘었지만 20대가 선호하는 일자리는 충분히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20대 경제활동인구는 406만3000명으로 전년과 같았다. 반면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421만 명으로 전년(395만3000명)보다 25만7000명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20대 경제활동인구를 앞질렀다. 20대 경제활동인구가 60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에 추월당한 것은 처음이다. 경제활동 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조사 대상 기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일을 한 취업자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를 합친 것이다. 몸이 아프거나 육아·취업준비 등을 이유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된다.
60세 이상의 경제활동 인구가 20대 경제활동인구를 넘어선 것은 우선 고령화의 요인이 크다.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는 전년(975만 명)보다 47만 5000명 증가한 1024만5000명을 사상 첫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20대 인구는 636만 명으로 전년(629만2000명)보다 6만4000명 늘었다. 20대 인구 증가폭이 2000년대 이후 최대폭인 6만4000명 늘었지만 60세 이상 인구 증가폭의 4분의 1수준이다.
노년층의 적극적 구직과 구조적인 청년일자리 부족이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물렸다. 지난해 60세 이상의 인구는 전년보다 5.1% 증가했고 경제활동인구는 6.5% 증가했다. 반면 20대 인구는 1% 증가했지만 경제활동인구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오히려 청년층의 대표적 비경제활동인구의 사례인 취업준비생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4100명 늘어난 66만9000명을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4000명보다도 증가폭이 더 컸다. 20대 인구 상당 수가 취업 대신 구직포기 혹은 취업 준비를 택한다는 의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년 경제활동 인구가 인구 증가 대비 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비경제활동 인구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악화한 청년 고용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년(15~29세)실업률은 9.8%로 2000년 측정 이래 가장 높았다.
‘첫 직장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속설이 대변하는 ‘일자리 병목현상’도 20대 경제활동 참가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에 관한 시사점’에서 첫 직장이 10년 후 임금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르 보면 직원이 100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대졸 남성은 첫 직장이 중소기업인 남성보다 9∼10년차가 되는 시기의 임금이 약 9% 높았다. 정규직으로 시작한 대졸 남성은 임시직으로 시작한 대졸 남성보다 10년 뒤 임금이 약 15% 높았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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