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단독 인터뷰] '학원가 전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쓴소리

김효혜,김희래 2018. 2.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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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수능이 '장수생' 양산..정책 실패가 사교육 부추겨"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지난 7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사교육업계 '대부'로 불리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지금의 대학입시 제도에 대해 "교육부의 정책들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1987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시작한 뒤로 평생을 사교육에 몸담아 온 그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대입 제도를 경험해 봤지만 지금의 대입 제도가 가장 불공정하다"며 "한마디로 '장수생'을 양산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매일경제는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 빌딩에서 손 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말부터 정시 대학입시 설명회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그는 최근에는 재수를 고민하는 수험생들을 상대로 하는 '재수생 모집 설명회'에 다니고 있다. 며칠 전에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재수생 모집 설명회에 다녀왔다는 손 회장은 "그날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지금의 대입 제도는 재수해서 성공하기 쉽다고 말했다"면서 "실제로 지금의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재수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현재 대입에서 수시와 정시 모집 비중이 7대3인 것을 주지시키며 "재학생들은 아무래도 모집 비중이 높은 수시에 집중해 대입을 준비할 수밖에 없고 수능은 최저학력기준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일부 과목들만 전략적으로 공부한다"면서 "이 때문에 재학생들은 수능에만 올인하는 재수생들과의 경쟁에서 절대 재수생들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수험생들은 점점 줄어드는데, 수능을 보는 재수생들은 매년 14만~15만명이 나온다. 이는 재수생이 그만큼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3수, 4수 장수생들이 늘어 계속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장수생들은 대부분 성적이 좋고, 수능에 승부를 걸기 때문에 사교육에 기꺼이 돈을 쓴다"고 말했다. 인구 구조적 관점에서 보면 사교육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망해야 하는 시점인데도 그러기는커녕 되레 성행하는 것이 이런 상황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손 회장은 "그 덕분에 요즘 사교육 업체들이 장사가 된다"면서 "사교육으로 돈을 버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웃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손 회장은 무엇보다도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가 사교육비 폭증을 야기한 주범이라고 봤다. 손 회장은 "요즘 수능은 과목마다 대부분의 문제들을 쉽게 내고 1~2개 매우 어려운 문제를 내서 이 '킬링 문제'를 맞히느냐 못 맞히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운명이 달라지게 해놨다"며 "특히 수학은 21번, 29번, 30번이 어려운데 그중에서도 30번 문제는 메가스터디 수학 강사한테 풀어보라고 해도 못 푼다고 할 정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킬링 문제들을 학생들이 맞히는 데에는 사실상 '운'이 작용한다. 누군 실력이 없어도 찍어서 맞히고 누군 실력이 있어도 실수해서 틀린다. 그러니 틀린 학생들은 억울해서 자꾸 다시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능 문제들이 워낙 정형화돼 있다 보니 연습을 얼마나 했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교육을 더 많이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최근 교육부의 입시 관련 정책들에 대해 "모든 정책들이 디테일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부임한 이후 수능 제도 개편과 학생부종합전형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능은 2018학년도부터 영어 과목 절대평가를 도입한 뒤 다른 과목들까지 절대평가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손 회장은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를 도입했지만 실제 경감 효과는 크지 않다"며 "영어 공부 줄인 만큼 국어와 수학 사교육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겠다고 한다면 그때는 사교육비가 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마치 대입을 '추첨'으로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 대신 손 회장은 "간단한 디테일만 손보면 상당한 부작용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수시 정시 비율을 5대5로 조정하고, 수시 지원 횟수를 6회에서 2회로 줄이자는 제안이다. 그는 "수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서 "수시는 합격과 불합격의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어 학생들로 하여금 대입 제도를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고1 때 내신성적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며 "전교 석차에 따라 성골·진골·6두품 등으로 나뉘고, 이것이 고등학교 3년 내내 고착돼 사실상 패자부활전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초등·중등 때부터 막대한 사교육비를 써가며 아이들의 스펙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수시 지원 가능 횟수가 6회인 것도 "필요 이상 많다"고 주장하며 그 대신 "지원 가능 횟수를 2회로 제한하면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고 아무래도 정말 자기 실력에 맞는 대학을 소신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하지만 사교육 업체들에는 지금의 입시제도가 아주 훌륭하다"고 말했다. "수시에 지원해도 대부분 수능 최저학력기준 때문에 수능을 봐야 하고, 대학에 들어가도 불만이 있어 반시생 양산되고, 또 재수생들이 점점 더 유리해지니 장수생 늘어나는 구조가 아닌가. 사교육업계 관계자들은 이 구조가 타파될까 봐 두려워한다"며 웃었다.

"실패해도 새 진로 꿈꾸는 공간…공시생들 표정부터 달라졌죠"
노량진 '잇츠리얼타임' 개관

"제 수업 듣는 학생들이 맞습니까? 얼굴 표정이 달라졌네요."

메가스터디가 지난달 말 개관한 '잇츠리얼타임'에 방문한 노량진의 다른 스타 강사들이 손주은 회장에게 한 말이다. 손 회장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아, 제대로 되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고무됐다"고 말했다. '잇츠리얼타임'은 메가스터디가 지난달 29일 서울 노량진에 개관한 신개념 복합 교육문화 공간이다. 피폐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의 시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손 회장의 '신(新)사업'이다. 잇츠리얼타임에는 카페, 음악감상실, 열람실 등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다. 또 모든 공간에 인문·교양서적 1만5000권이 비치돼 있다.

손 회장은 팍팍하기만 했던 공시생들의 얼굴이 잇츠리얼타임 안에서만큼은 한결 여유롭고 행복한 표정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공간의 변화가 사람을 바꾸고 문화도 바꾼다는 손 회장의 믿음이 빛을 발한 셈이다. 잇츠리얼타임 개관은 청년들의 소중한 시간이 오로지 공부만을 위한 척박한 공간에서 소모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손 회장은 "공부할 학생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꼭 합격이 아니어도 다른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1.8% 남짓한 합격률에 목매달며 공부하는 공시생들이 비록 시험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기보다는 시험을 준비했던 시간을 거름 삼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게끔 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손 회장은 "이것이 사교육업계에 발을 담근 사람으로서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잇츠리얼타임을 준비하는 데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원래 지난해 12월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손 회장의 꼼꼼함 때문에 개관 일정이 연기됐다. 또 약 2년에 걸친 준비기간 중 일본에서 신개념 복합문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쓰타야 서점'이나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메가스터디그룹 실무진이 직접 방문해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도서관'도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참고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인테리어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명문대학 도서관과 건물을 디자인한 최고 수준 업체에 맡겼다. 손 회장은 잇츠리얼타임 총면적이 1800㎡인데 한 평(3.3㎡)당 55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고 했다.

잇츠리얼타임은 이제 개관 3주차를 맞고 있다. 손 회장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개관 후 한 주 동안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가장 많았던 날은 5700명이 이용하기도 했다. 유료로 전환한 2주째부터는 이용객이 다소 줄었지만 예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범 운영기간에 "공기청정기가 없다"는 일부 학생들의 불만이 접수되자 곧바로 공기청정기를 새로 들여놓기로 했다. 잇츠리얼타임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손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노량진을 시작으로 강남 신촌 등 공간 콘셉트에 맞는 새로운 복합 교육문화 공간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1961년생 경상남도 창원 △부산 동성고 △서울대 서양사학과 △코스닥 상장법인 협의회 이사(2007년) △온라인 교육기업 메가스터디(주) 대표이사(2000년 7월~2014년 8월) △메가스터디(주) 이사회 의장(현재) △메가스터디교육(주) 이사회 의장(현재) △메가스터디그룹 회장(현재) △'한국의 100대 CEO' 선정(매경이코노미, 2006~2009년) △윤민창의투자재단 설립(2016년 10월)

[김효혜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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