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월드컵 역대 가장 놀라운 순간들 TOP 10


'우승후보' 스페인이 대표팀 감독을 짤랐다!

그것도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지금까지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며 단 한 경기에서도 패한 적이 없는 감독을(로페테기 감독 대표팀 전적 : 20전 14승 6무).

월드컵은 늘 이변과 놀라움의 연속이라지만, 이번 월드컵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팬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트렌드인 모양이다. 이 정도면 몇주 전 대표팀 감독을 경질했던 일본의 경우는 '애교' 수준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구촌의 대축제' 월드컵의 개막을 맞아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월드컵 사상 가장 놀라운 순간들의 추억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옛 월드컵의 추억을 돌아보며, '아니 기자 양반, 이 장면도 정말 놀라웠는데 왜 빠졌나?!'라며 함께 이야기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축구 역사에 길이남을 가장 '충격적인' 스코어. 

1. 독일 7 - 1 브라질(2014 월드컵)

가장 가까운 2014년에 나왔던 모든 순간들 중에는, 역시 이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두 팀이자 유럽, 남미를 대표하는 두 팀 독일과 브라질. 두 팀의 경기에서 7-1이라는 스코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이 브라질 월드컵에서(즉 브라질의 '홈'에서) 나온 스코어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 대회의 브라질이 예전같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믿기 힘든 경기는 독일이라는 팀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막강한지를 전세계 축구팬들의 뇌리속에 분명하게 각인시켜준 그런 순간이었다.

2010년 월드컵 전체를 통틀어 가장 '논란적인' 순간. 주인공은 수아레스. 

2. 수아레스 '신의 손' 사건(2010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통틀어 가장 치열했고, 또 논란적이었던 경기는 우루과이 대 가나의 8강전이었다. 양팀은 각각 포를란과 문타리의 골로 1-1로 무승부를 이룬채 연장전에 돌입했다. 

'문제의 장면'은 이 경기 연장전 후반 종료 직전에 나왔다. 우루과이 골문 앞에서 나온 혼전 끝에 가나의 슈팅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우루과이의 한 선수가 마치 골키퍼가 펀칭을 하듯(오히려 그보다는 배구 선수가 볼을 쳐내듯이) 볼을 걷어낸 것이다. 이 대회 이후에는 '깨물기'로 수차례 논란을 일으키게 되는 수아레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수아레스가 퇴장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가나의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 상황. 그러나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페널티킥으로 승부를 끝낼 기회를 놓치고 승부차기 끝에 결국 4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 상황을 연출한 수아레스가 자신의 파울로 가나가 얻은 페널티킥이 크로스바에 맞아 '노골'이 되는 순간 환호하는 장면은 그 후로 오래오래 회자되기도 했다. 

3. 월드컵 '결승전'에서 나온 지단의 박치기(2006 월드컵)  

세계의 축구팬들이 월드컵 역사상 가장 놀라운 순간 중 하나로 첫 손에 꼽는 바로 그 장면. 2006 월드컵 결승전에서 나온 지단의 '박치기 사건'이다.

이 대회에서 사실상 개인 역량으로 프랑스를 월드컵 결승에 올려놓은 지단은 경기가 종반으로 치달아가던 연장 후반(경기시간 110분) 돌연 이탈리아 수비수 마테라치의 가슴을 향해 박치기를 하며 레드 카드를 받으며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이 장면이 더욱 극적이었던 것은, 이 장면의 두 주인공인 지단과 마테라치가 다름 아닌 이날 결승전에서 각 팀을 위해 골을 넣은 두 선수였다는 점(1-1), 그리고 전반전에 대담한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던 지단이 퇴장당해 승부차기에 나서지 못하며 결국 이탈리아가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는 점이었다.

4. 세네갈 1 - 0 프랑스(2002 월드컵)

전 대회 월드컵 우승팀이라고 무서워할 필요 없다!(이번에도 그럴까?) 그 정석과도 같은 예가 나온 것이 바로 다름 아닌 한국과 일본에서 열렸던 2002 한일월드컵에서였다. 

이 대회에서 월드컵에 최초 출전했던 세네갈은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국이자 가장 강력했던 우승후보였던 프랑스를 1-0으로 꺾으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결국, 개막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프랑스는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서 0-0 무승부, 덴마크와의 3차전에서 0-2로 패하며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채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다.

1998 월드컵, 베컴 VS 시메오네의 충돌 장면

5. 아, 베컴!(1998 월드컵)

1998 월드컵, 전통의 강호이자 역사적인 '앙숙'인 잉글랜드 대 아르헨티나의 16강 맞대결. 

맨유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며 잉글랜드 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성장하고 있던 데이비드 베컴이 찰거머리같은 수비를 펼치던 시메오네와의 충돌 후 다리를 들어 그를 가격하는 장면으로 인해 퇴장을 당하고 만다. 이 장면에서 과연 레드카드를 줄만큼 심한 가격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시메오네는 옐로우카드에 그쳤다), 이미 뒤늦은 후였다.

잉글랜드는 베컴이 퇴장당한 후로도 40분 이상을 잘 버티며 결국 승부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지만, 결국 4-3으로 패하며 조기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했다. 이후로 잉글랜드는 중요 경기에서 핵심 선수가 퇴장을 당하는 일이 연거푸 이어지는 '불행'에 시달리게 된다.

아, 바지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그런 장면. 

6. 아, 바지오...(1994 월드컵)

1994년 월드컵, 대회 최고의 선수였고 개인 역량으로 팀을 월드컵 결승까지 이끌었던(2006년의 지단이 그랬듯) 이탈리아 축구 최고의 '레전드' 로베르토 바지오.

그는 양팀이 0-0으로 승부의 균형을 가리지 못하고 돌입한 페널티킥에서 이탈리아의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키퍼의 손에 걸릴 수도 없는, 크로스바를 훨씬 넘어가는 슈팅을 날리며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 최고의 선수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런 실수를 하는 모습이 나오자 한동안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는 너무 잔인하다"는 비판이 쏟아질 정도였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 이탈리아의 결승전 진출 자체에 바지오가 공헌한 바가 너무 컸기에 이탈리아의 준우승에 대해 그를 비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마라도나의 '원조' 신의 손 사건. 

7. 마라도나 신의 손(1986 월드컵)

마라도나는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발'을 잘 쓴 선수 중 하나로 첫 손에 꼽히는 선수지만, 익히 알려진 대로 그는 발 뿐 아니라 '손'도 아주 잘 쓴 선수였다. 

그는 1986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 경기 도중 자신에게 이어지는 공중볼을 향해 높이 점프를 뛰어 발도 머리도 아닌 손으로 그 볼을 손으로 맞춰 골을 성공시키는 지금 돌아봐도 유사한 예를 찾기가 쉽지 않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일제히 항의했으나, 골은 번복되지 않았다.

물론, 마라도나는 바로 4분 후 하프라인부터 단독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 완성시킨 골로 또 하나의 월드컵 역사상 가장 멋진 골로 꼽히는 골을 성공시켰다. 

여러가지 면에서 이 경기는, 그리고 이 월드컵은 '마라도나 스페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8.'크루이프 턴'(1974 월드컵) 

단 한 번의 '턴' 동작으로 자신을 밀착 마크하고 있던 상대 수비수를 '행방불명' 시켜버리는 놀라운 기술. 현대 축구가 아무리 전술을 강조하더라도, 여전히 축구 팬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그런 선수들의 번뜩이는 '기술'이다.

네덜란드가 배출한 유럽 축구사 최고의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의 이 유명한 '크루이프 턴'은 1974 월드컵 네덜란드 대 스웨덴 전에서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크루이프는 그 이전에 단 한 번도 그 동작을 연습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그 때 그 장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 동작을 미리 연습한 적이 없었다. 그저 그 순간에 그것이 가장 옳은 선택이었을 뿐이었다."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는 북한의 1966년 월드컵 캠페인. 

9. 북한의 이탈리아 격침(1966 월드컵)

유럽의 기준에서 볼 때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아시아 축구의 기적 중 한 가지는 다름 아닌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에 1-0 승리를 거뒀던 바로 그 경기였다. 

이 월드컵에서 소련, 이탈리아, 칠레와 같은 조에 속하며 사실상 조기 탈락이 점쳐졌던 북한은 첫 경기에서 소련에 3-0 대패를 당하며 예상대로 대회를 마감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2번째 경기였던 칠레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박성진의 골로 1-1 무승부를 거둔데 이어 이탈리아와의 3차전에서 박두익의 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1승 1무 1패로 8강에 진출한다. 

그 희생양이 된 것이 다름 아닌 이탈리아. 북한에 일격을 당한 이탈리아는 그대로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귀국하고 만다. 

북한은 이에 그치지 않고 8강에서 포르투갈을 만나 전반 25분 만에 세골을 터뜨리며(3-0 리드) 포르투갈 마저 넘어 4강행 열차를 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포르투갈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인 에우제비오가 이어 4골을 터뜨리며 북한의 기적을 그곳에서 멈춰세웠다.


('가디언'이 뽑은 월드컵 가장 놀라운 장면 중 하나로 꼽힌 2002 한일월드컵 안정환의 이탈리아전 골든골. 사진출처=가디언)

10. 대한민국의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물론, 월드컵의 역사에는 위에 소개한 9장면 외에도 얼마든지 많은 '놀라운 장면'들과 '명장면'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한국의 기자로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절대로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 유럽의 축구팬들에겐 '놀라운' 일이었고 우리에겐 자랑스러웠던 그 장면은 다름 아닌 2002년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이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유상철과 황선홍의 골로 폴란드를 2-0으로 꺾은 것을 시작으로 박지성의 골로 피구가 뛴 포르투갈을 꺾었고(포르투갈 조별 리그 탈락) 16강에서 이탈리아 축구 최고의 별들인 말디니와 부폰 바로 앞에서 안정환이 터뜨린 골로 16강전 승리,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나온 이운재의 선방과 홍명보의 마지막 페널티킥 성공으로 4강에 진출했다. 

2002년의 그 '기적'은 오롯이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과 안정환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 그리고 히딩크 감독과 '붉은 악마'. 선수, 감독, 팬 모두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값진 성과였다. 

이제, 드디어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막이 오른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다시 '4강'까지 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떠나, 앞으로 2주 혹은 3주 동안 다 함께 하나가 되어 대표팀을 응원하고 월드컵을 즐겨보면 어떨까. 

머지 않은 미래에 다시 대한민국 대표팀이 월드컵 최고의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내길 기대하며. 

* 독자 여러분, 모두 월드컵을 즐기세요! 대한민국 대표팀, 응원합니다!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 BBC 중계화면, 가디언 기사 제목 캡쳐.